누가 우리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걷는사람 시인선 39
윤석정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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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2005년에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오페라 미용실이라는 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이 시의 이름을 딴 오페라 미용실이라는 시집을 10년 전에 낸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로 본다면, 이 시집은 저자의 두 번째 시집이며, 첫 번째 시집을 내고 10년 동안 쓴 시들의 모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집의 첫 시는 스물이고 두 번 째 시가 마흔입니다.

 

제 계산이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위에서 정리한 시인의 이력을 참고해 보면, 첫 시집인 오페라 미용실에 수록된 시들은 저자의 20대를 정리한 듯 하며, 이번의 시집은 40대를 정리한 듯 합니다.

 

결국,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은 20여 년의 시차가 있습니다.

그만큼 세상을 살았고, 생각도 감각도 단단해지고 통찰력도 깊어졌음을 감안하면서 이 책을 감상해 봅니다.

 

42페이지의 얼굴의 노래43페이지의 봄 편지가 가족이라는 애틋한 감상으로 다가옵니다. 이 시를 이루고 있는 시어들은 비 맞은 텃밭의 채소들처럼 싱그럽고 생명력이 넘칩니다.

 

특별히 편지의 글자로 상징된 텃밭의 채소가 뭉클한 사랑을 느끼게 합니다.

지금쯤 어머니는 텃밭에 글자들을 심어 두고 여름 편지를 쓸 준비에 바쁠 것이다라는 대목이 눈에 보이는 듯 사실적입니다.

 

어머니의 수고와 땀방울이 손에 만져질 듯 하며, 이랑이랑 식구들을 위해서 땀으로 채우시는 정성이 그림처럼 아름답기만 합니다. 또한, 107페이지에 있는 아빠 생각의 시에서는 생사와 시간의 간극도 초월하는 부자의 정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형과 함께 아빠의 산소에 가서 아버지께 술잔을 올리며, 살아생전 술을 좋아하시던 아버지를 추억하면서, ‘아빠가 건네 준 잔을 그러쥐었다는 표현에서 아빠를 만나는 기쁨을 잘 표현해 주고 있어서, 훈훈하기만 합니다.

 

코로나로 건조한 나날 속에서 모처럼 물기를 만져 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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