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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엮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독일에서 출생하여, 세 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평생 로스엔젤레스에 살면서, 60여 권의 소설과 시집, 산문집을 내고,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찰스 부코스키. 이 책을 엮은이가 쓴 긴 서문을 참고하면, 그는 시인으로 알려졌으나 다양한 에세이를 남겼고, 단편소설, 자전 에세이, 시집의 서문, 서평, 문학 논술, 서간문 등 다방면의 글을 쓰면서, 평론가들이 그의 집필을 따라 잡지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총 37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단편 소설의 형식을 위하고 있지만, 하나같이 자전 에세이 같은 인상을 주는 작품들입니다.
그리고, 이들 작품들에는 유독 섹스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는데, 주석을 참고해 보면, 작가는 자신의 글을 쓰고 싶었지만, 주로 소규모 잡지나 포르노 에 글을 보내는 형편에서 돈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서, 스토리 중간 중간에 질펀한 섹스 이야기를 집어넣었다고 합니다.
작가의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형식의 글은 그가 평소에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다독한 결과이며, 특히, 이 책 첫 작품 ‘긴 거절 편지의 여파’에는 차이콥스키의 6번 교향곡이 언급되는 것을 보면, 고전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코스키는 어린 시절 당했던 학대가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알콜 중독과 우울증을 앓았다고 하는데, 그런 사유로 작품마다 약간의 불안정서와 우울한 분위기가 묻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정부를 열 받게 만들어 볼까?’의 내용은 현재 진보와 보수로 극한 대립과 이념 충돌을 빚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그린 듯하여 동서와 역사를 뛰어 넘는 작가의 예언가적인 능력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그의 작품 속에서 술에 취해 늦게까지 타자를 하다가 타자기를 베게를 삼고 잠을 잤다는 내용을 보면서, 이런 뜨거운 열정이 많은 작품들을 만든 비결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이 책 맨 마지막, ‘작가 훈련’에서 작가는 ‘함정을 피해 버티고 싶고, 왼쪽에는 와인병을 끼고 오른쪽에는 모차르트 라디오를 틀어 놓고 타자기 앞에서 죽는 것이 소망이다’고 적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