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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이한칸 지음 / 델피노 / 2020년 9월
평점 :
하얀 산에 눈이 내려서 덮이는 표지와 책 제목으로 미루어 서정적인 에세이 정도로 생각한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주인공을 1인칭인 나나 막내로 되어 있는 자전적인 소설인 듯합니다. 이 책에 기록된 내용들은 어찌나 구체적인지 저자의 경험이 많이 반영된 것이라고 짐작이 갈 정도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책 본문에서 자신의 고향이 강릉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천계리, 한계리, 산계리 등의 구체적인 지명과 현내사라는 절 이름도 나오고, 코끼리 산이 등장하며, 어릴 때 할머니는 모기에 물리면 물파스 대신에 된장을 발라주셨다는 이야기도 따뜻한 추억을 회상시키기도 합니다.
‘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는 은유적인 표현이 아릿한 아픔을 줍니다.
어머니는 어렸을 적에 집을 나가서 어머니의 대한 추억을 가지지 못한 채,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두 살 터울인 언니와 살아 온 삶은 스물 남짓한 어린 나이로는 살아 내기가 벅찬 불행한 삶입니다.
생존해 있는 아버지는 도움을 주기 보다는 두 자매가 감당하기 어려운 3억원이 넘는 개인사채를 자신은 무책임하게 피해 다니면서, 두 딸들에게 떠넘기고, 할아버지가 전쟁에서 희생당하시고, 할머니에게 나오는 150만원의 돈을 주지 않는다고 술이 취해서 할머니를 때리는 패악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아버지는 사채업자들에게 쫒기는 입장이어서 할머니의 장례식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29살에 시집을 간 언니의 결혼식에도 값비싼 정장과 구두만 얻어 신고 불참하는 무책임한 아버지였습니다.
결국 주인공 자매는 아르바이트를 해 가면서, 아버지의 빚을 갚았는데, 그 빚이 너무 벅차서 끝내는 주인공은 청혼을 한 소방서 직원인 애인의 애를 낳아 주는 조건으로 그 빚의 거의 반에 해당하는 돈을 받아서 빚을 청산하게 됩니다.
아마 저자는 이런 가슴 아픈 사연을 ‘흰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는 제목으로 차용했다고 생각됩니다. 주인공은 너무도 험한 삶을 정리하려고 어렸을 적 추억이 있는 정든 고향을 찾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