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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과 편지 -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이브 엔슬러의 마지막 고발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령 옮김 / 심심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말에 엎드려 절 받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뜻은 상대방으로부터 절을 받기 위해서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해서 강압적으로 무릎을 꿇도록 하여 절을 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돌아가신 지 오래된 아버지에 대한 탄원서이자 소환장입니다.
저자가 다섯 살 때 자신에게 성폭력을 행사한 아버지에게 억지로 무릎을 꿇게 하여 받아 낸 사과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최근에 사회문제가 된 모 시장의 부하직원의 성폭력 사건이 오버랩 됩니다. 가해자인 시장은 피해자인 자신에게 사과 한 마디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 행위를 몹시 아쉬워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족으로 부터 당한 성폭력이 다른 사람으로 부터 당한 성폭력보다 더 은밀하고 더 끔직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경우처럼, 자신의 친부에게서 받은 성폭력인 경우, 자녀 사랑과 경계가 불분명하고, 부모로서의 훈육과도 모호하게 섞여져 있어서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전제 가족 구성원들의 암묵적인 동의가 그 피해를 더 심각하게 할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강박적인 가정 분위기에서 비뚤어진 인격으로 자랐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런 특별한 성폭력을 당한 이력의 소유자로서, 아버지의 성적 학대와 그리고, 그로 인한 무모한 구박을 받고 자랐으며, 이로 인한 불안에 기인한 마약과 음주, 흡연, 난잡한 성생활로 낙태와 유산, 암수술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그럼에도 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을 대표하여 연설을 할 정도로 그 성폭력을 이겨 냈고, 아프카니스탄과 콩고민주공화국, 케냐와 이라크 등에서 여성들을 보호하는 사회운동인 V데이를 시작하는 등 여성인권에 앞장서기도 합니다.
아마 이 책은 저자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부당한 성폭력을 다시는 떠 올리지 않으려는 각오를 다지는 도구로 활용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용서하려는 차원에서 행해진 의식 같은 행위라고 생각이 듭니다.
‘나는 저주를 풀려한다. 늙은이는, 사라진다’는 이 책 마지막의 글이 그렇게 읽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