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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생각하기 - 나무처럼 자연의 질서 속에서 다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자크 타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더숲 / 2019년 7월
평점 :
내가 나무와 나름의 살뜰하고 깊은 관계를 맺은 기억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50여 년이 더 지났지만,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렸하기만 합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바닷가에 키 큰 미루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항상 바람이 많이 불어서 학교 마당이 맨 땅이라 흙먼지가 토네이도처럼 운동장을 휘몰아치던 기억이 납니다. 2학년 담임선생님은 그 당시에는 교육대학교가 아닌 사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막 내가 다니던 학교로 처음 발령을 받아 오신 여자선생님이셨습니다.
지금은 여자 선생님들이 남자 선생님들보다 더 많아서 예사로 보일지 모르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여자선생님은 꽃처럼 귀한 존재였습니다. 한창 사춘기가 시작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예쁜 여자선생님을 만난 것은 행운과도 같았습니다.
그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나무와 교감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쉬는 시간에 학교 주변에 있는 나무에게 귀를 대로 대화 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나무에게 궁금한 사항과 질문을 하고, 나무에 귀를 대고 들으면, 나무가 대답을 해 준다는 내용있습니다.
순수, 그 자체인 시절이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다 진리로 받아들여 질 상황이었기에 그 말을 의심 없이 믿는 우리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아무 나무에게나 다가가서 대화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나무에 귀를 갖다 대면, 윙하는 바람소리 같은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는 하늘이나 먼 바닷가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신비롭고 아득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나무와의 사귐은 시작되었기에 나이가 든 지금도 나무나 숲을 지날 때에는 그 때의 추억이 아련하기만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나무의 행성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고 말함으로서, 세상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나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나무의 오랜 인연부터, 나무와의 관계성, 우리의 미래에 나무를 활용하는 과학적인 연구와 노력들이 철학적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나무는 우리들에게 끝까지 봉사하고 희생하는데, 인간들은 편의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나무들을 무참하게 다루고 있음과 그 결과 결국 우리들은 스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성과 성찰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인간과 마주 선 생물로서 나무는 상징에 집중하고 또한 상징을 바꾼다. 보이는 현실과 보이지 않는 현실을 모두 가진 나무는 땅의 물질성과 하늘의 정신성을 연결한다(144~145p)]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무드셀라라는 나무는 5천 살이 더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실레네 스테노필라라는 패랭이꽃과 속하는 꽃이 3만 2천년 동안 시베리아의 동토인 툰드라지대에 갇혀 있다가 싹을 틔웠다니 그 수명이 얼마나 장구한지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나무는 한 자리에 멈추어 사는 지만 알았는데, 이 책에서는 나무도 스스로 이동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산소를 공급해 주고, 목재를 제공해 주는 것 외에도, 새의 울음소리, 숲이 주는 경관과 여유 등 우리는 나무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음을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