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의 여자들 1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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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는 로마의 일인자라는 위치에 오르기를 원했다. 그가 생각하는 로마의 일인자란 가장 큰 권위와 존엄을 가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권력의 화신이다. 모두가 그의 말에 집중하고, 누구도 그를 축출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 카이사르는 그러한 존재가 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9년 후 집정관에 오르기 전까지 사람들이 자신을 로마의 일인자가 될 만한 인재로 여기게끔 만들어야 했다. 파벌없이 오직 혼자만의 힘으로. 


보니파에 속하지 않은 카이사르는 사방이 적이다. 그나마 어디에도 소속돼 있지 않은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비록 변방의 한미한 집안 출신이지만 변호사의 위치를 확고히 다져놓은 출세주의자 키케로가 있다. 그런데 대단한 지성의 소유자인 키케로가 그 지성 덕분에 논리적으로 따지고 위험 요소를 간파하느라 곤란할 정도로 우유부단한 것이 문제였다. 더하여 키케로는 가난헸고, 카이사르는 가난한 지지자와 유권자들을 매수할 돈이 없었다.  


여성들만 가득한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술라에 따로 거처를 마련해둔 카이사르. 그곳에서 면담을 요청한 세르빌리아를 만난다. 세르빌리아는 가문으로 보나, 재력으로 보나 율리아에게는 자기의 아들모다 더 좋은 남편감을 구할 수 없을 거라고 장담하면서 두 아이의 약혼을 제안한다.  대답을 미뤄 둔 카이사르는 이 사안을 아우렐리아와 상의하고, 아우렐리아는 이 약혼이 성사된다면 최고 가문의 결합으로 보니로부터 대단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카이사르는 어딘지 모르게 브루투스가 탐탁치 않다.  




아주 먼 훗날을 생각하면 탐탁치 않았던 그 직감을 따랐어야 했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이러쿵저러쿵은 공허한 울림일 뿐이고.  


어린 시절부터 성마른 성격이었던 세르빌리아는 성장하면서 더욱 비틀어져 갔다. 현대에서도 볼 수 있는 어머니의 왜곡된 사랑. 명분은 브루투스를 위해서라고 하겠지만, 자신의 야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유년 시절 그토록 갈구했지만 부재했던 아버지의 사랑과 어머니에 대한 실망. 중년으로 접어들 그녀가, 나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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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 개정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이혜승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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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미국으로 이주한 나보코프가 미국 대학에서 강의하기 위해 준비한 강의록을 그의 사후에 출간한 책이다. 그는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기 전 강의 대상으로 이 작가들을 선정한 이유와 그 배경을 설명하며,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작가 개개인의 삶도 간단하게 짚는다. 문학적 전통이 전무했던 러시아가 영문학과 프랑스 문학의 빛나는 성과에 견줄 수 있는 시기는 19세기이며, 이같은 기적이 가능했던 것은 19세기 러시아의 정신적 성장과 관련된 다른 분야에서도 비정상적인 속도로 오래전 서구 국가들이 이루었던 문화 수준을 달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19세기 러시아에는  소비에트 시대에 고안된 방식이 없었기에 가능했다고 진단한다. 





 




나보코프의 고골에 대한 평가가 눈에 띈다. 고골(은 우크라이나 출신이다)은 러시아를 잘 몰랐기에 그의 작품 <검찰관>과 <죽은 혼>은 당시 러시아를 반영한 것이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었다고 말한다. 러시아의 급진주의 비평가들은 그의 희곡과 소설 속에서 뇌물과 문란한 삶, 국가의 부당함과 농노제에 대한 비판과 혁명을 발견했으나 겁을 먹은 고골이 이후 작품부터는 종교적 전통과 향토적이며 신비주의 작품을 쓰면서 혁명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략)  


나보코프의 고골에 대한 강의를 읽고 있자니, 살짝 맥이 빠진 느낌이었던 <죽은 혼> 2부와 작년에 읽은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가 떠오른다. 우크라이나 지역의 옛이야기같은 느낌이 강한 이 소설집을 처음 읽었을 때 이전의 고골 작품들과는 다르다고 느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이 작품들이 의외가 아니었던 건가 싶고. 오히려 이 전 작품들을 있는 그대로가 아닌 편견어린 의미 부여를 했던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죽은 혼>을 비롯한 몇몇 작품들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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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그야말로 투르게네프에 대해서는 독설만 남겼다. 재미있는 점은 평단의 혹평(저자를 비롯한)에도 불구하고 투르게네프는 러시아 독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었다. 그가 사망했을 당시 그의 묘지에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하는데, 나보코프는 투르게네프가 부드러운 시적 아름다움, 그리고 러시아 여성상을 높게 정립하는 데 기여한 부분에 그 이유를 둔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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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가 언급한 작가 중 예술가로서 가장 낮잡아 평가하는 도스토옙스키. 도스도옙스키의 강의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나보코프가 그를 왜 작가로서 평가절하하는지 납득이 된다. (중략)


불후의 예술, 천부적 재능이라는 관점으로 문학에 접근하는 나보코프의 입장에서 보면 도스토옙스키는 위대한 작가가 아니다. 훌륭한 유머가 번득이긴 하나 문학적 진부함이라는 평범한 작가에 불과하다. 나보코프는 감상과 감성의 차이를 얘기하면서 도스토옙스키가 보이는 감상주의란 자동적으로 독자의 연민을 불러일으키게 되어 있는 친숙한 감정을 비예술적으로 과장한 것이라고 평한다. (중략)


예술가가 창조하는 세계는 완전히 비현실적일 수 있다. 다만 '개연성'이라는 절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나보코프는 도스토옙스키에게는 개연성이 부족하고, 그렇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져 작품 속 인물들에게 온갖 구실을 끌어다 붙인다고 독설한다. (중략)


그는 마지막으로 도스토옙스키가 소설가라기보다는 극작가에 가깝고, 그의 작품은 소설이라 치면 조각조각 산산이 부서지고, 연극이라 치면 지나치게 길고, 산만하고, 균형이 안 맞는다고 평가한다. 나보코프의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그가 왜 도스토옙스키에게 그토록 인색한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나보코프가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소설가라고 칭하는 톨스토이.(중략) 나보코프는 톨스토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위대한 작가들의 개인사를 들추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도스토옙스키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짚어냈다. (중략) 톨스토이는 예술 작품을 통해서건 설교를 통해서건 수많은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진실에 도달하기를 갈망했으며, 톨스토이는 진실, 그리고 예술과 하나였다. 무엇보다 톨스토이는 절대적인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 자체를 더 중시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중략) 


나보코프는 다루는 작품 중 <안나 카레니나>에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면서 애정어린 시선으로 시간 배열에 따라, 인물에 따라 아주 세밀하게 분석한다. 또한 형상화, 비유(직유와 은유), 이에 못지 않은 직접적 진술이 얼마나 풍성하고 적절하게 사용되었는지, 해설까지 포함해 설명한다. 나보코프는 톨스토이의 작품 중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가장 예술적이고, 가장 완벽하며, 가장 정교하다고 평가한다.


나보코프는 톨스토이가 등장인물들의 삶에 지속적으로 개입해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말을 걸었음에도, 그의 걸작들 안에서 작가는 보이지 않았고, 그 결과 감정적 중립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그래서 작가가 그 작품 자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나는 <전쟁과 평화>에서도, <안나 케라니나>에서도 톨스토이가 너무 자주 보였다(심지어 톨스토이가 서술자로 뛰어들었다는 느낌이 든 적도 있었다). 그렇기에 작품이 작가 그 자체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결론은 같으나 접근이 다르네). 아무튼 나보코프가 짚어낸 것처럼 톨스토이가 감정적 중립성을 지켜냈다는 것에 대해 동감한다.  



(중략) 나보코프는 고리키와 체호프의 차이를 얘기한다. 러시아 농민들에게 조금의 인내와 친절을 베풀어 주면 세상이 변할 거라고 믿었던 순진한 겁쟁이 지식인이자 설교자였던 고리키, 반면 체호프는 등장인물을 교훈의 수단으로 삼지 않았고 인물을 미덕의 전형으로 만들지 않았다. 즉 고리키가 인물과 인물의 대사에 상징성을 부여했다면 체호프는 그저 등장인물의 삶과 성격에 들어맞는지만을 중요시했다.  


러시아 비평가들은 체호프의 문체와 단어 선택에는 특별한 예술가적 천착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했다는데, 체호프가 고골 같은 어휘 발명가가 아닌 것은 사실이나, 탁월한 어휘 기술과 세밀한 문장의 굴곡 없이도 완벽한 예술가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좋은 본보기라고 평한다. 이것이 체호프 예술의 마법이라면서(이점에는 동의!). 나보코프는 체호프의 작품들을 가능한 한 자주 읽으라고 권한다.  



나보코프는 고리끼가 창조적 작가로서는 실패했지만, 러시아 사회 구조를 극명하게 대변한 하나의 현상으로서의 삶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한다. 고리키가 쓴 모든 문장에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스며 있다. (중략) 고리키의 삶을 예술가보다는 혁명가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 하다.



책은 무척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다룬 작품들을 거의 다 읽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리키의 작품을 읽지 않은 채 강의 내용을 읽어도 마찬가지인 걸 보면, 그리고 발췌문의 분량이 상당해 읽는 데에 있어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듯 하다. 거침없는 나보코프의 입담(글담이라고 해야 하나?)과 작가와 작품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이르는 꼼꼼한 설명과 분석으로 인해 가독성이 무척 좋다. 그리고 작가별 문체의 특징도 서술하는데, 비교해가면서 읽는 맛도 쏠쏠하고 무엇보다 문체의 특징이 그들 각자 삶의 결과도 흡사하다는 느낌도 흥미롭다.


전 시대를 통틀어 푸시킨은 논외로하고, 1위 톨스토이, 2위 고골, 3위 체호프, 4위 투르게네프라는 순위까지 정하는 것도 모자라 분별력 있는 푸시킨, 냉철한 톨스토이, 차분한 체호프라는 수식어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에 도스토옙스키를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나보코프의 그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 알겠더라는.  


체호프 편에서 체호프가 수다스러운 작가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심하게 수다스러운 도스토옙스키가 떠오르는 건 우연일까? 번외로 실린 [속물과 속물 근성]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진정한 독서가인지 돌이켜 보는 시간도 잠깐 가졌다.


개인적으로 강의 문집이 이렇게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밌는 경우는 몇 안되는 것으로 기억한다. 도스토옙스키를 애정하는 독자라면 빈정이 상할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일단 읽어보시라. 나름 공감하는 부분이 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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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니체가 내 삶을 흔들었다 - 니체와 함께하는 철학 산책
장석주 지음 / 문학세계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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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글마다 마음을 참 많이 흔드는 장석주 시인이 어떤 방식으로 니체에 접근할지 기대가 된다. 그의 글과 니체의 만남이라... 안 어울릴 것 같으면서도 어느 한편으로는 찰떡같은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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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여자들 1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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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대에도 파벌은 존재했고, 그 파벌의 구성원들을 조종하기 마련이었다. 원로원의 수많은 파벌 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자랑한 보니는 종종 선거를 독점하고, 법정의 주요 관직을 모두 자기네 사람들로 채우고, 민회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보니는 아무것도 표방하지 않는다. 다만 변화에 대한 혐오가 뿌리 깊다.   

최고의 명문 귀족임에도 카이사르는 변화에 찬성했다. 먼 변방 지역에서의 공직생활을 통해 변화의 필요성을 더 절실히 깨달았다. 총독들의 부패와 탐욕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제국은 파멸을 맞을 터였다. 로마의 모든 요소들이 관심과 규율을 절실히 필요로 했으나, 사소한 변화도 용납하지 않는 보니는 이를 철저하게 거부했다. 15개월간의 히스파니아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제 곧 서른두 살이 될 카이사르에게 목적 달성을 위한 확실한 길은 군 사령관이 되는 것, 그리고 그는 로마의 일인자에 오르길 원했다. 


어디서 많은 들었을 법한 얘기고, 떠오르는 사람도 한두 명이 아니다.
얼마 전 대선 선거가 끝났고, 곧 총선이 다가온다. 해마다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당을 옮긴다. 그러다가 당선이 되면 다시 복당하는 형식으로 헤쳐모여를 반복하고, 이들을 비롯한 고위직 관리자들은 제 사람 꽂아놓기에 여념이 없다. 

끊임없이 진보와 변화를 촉구하지만, 세상사는 어쩜 이렇게 인쇄소에서 찍어내듯 다를 바 없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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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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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가 노인 터치트와 외모가 볼품 없는 그의 아들. 그리고 젊은 터치트의 친구인 아름다운 청년 워버턴 경. 세 사람은 연애와 결혼, 삶의 권태에 대한 소소한 잡담을 나누다가 터치트 부인과 함께 미국에서 올 예정인 조카딸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노인은 워버턴에게 적극적으로 연애를 권하면서도 호탕하게 웃으며 그들의 질녀에게는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 아닌 경고를 한다. 어쩐지 시작부터 진한 암시가... .  



헨리 제임스의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고 작심한 차에 좋은 기회가 주어져 <여인의 초상>을 먼저 읽는다. <대사들>도 조만간 도착할 예정인데, 이 작품의 서문(서문만 스무 쪽이 넘는다)과 1장만으로도 기대감이 높아진다. 서문에서 헨리 제임스는 소설의 인물, 주제, 형식, 스토리를 풀어가는 방식 등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피력하는데, 소설과 별개로 이 부분도 흥미롭다.  


1장은 별다른 내용없이 일상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뿐인데 재미있네. 지인이 남자들 수다도 만만치 않다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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