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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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졸업 자체보다 자신이 살아있을 때 자식이 졸업한 것에 대한 자축을 이해하지 못했던 화자의 송구함. 자식을 독립시키고 싶은 마음과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노부모의 심정. 아버지의 죽음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자식의 이중성.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아버지의 죽음 뒤를 얘기하는 형제. 


소세키가 지극히 현실적인 얘기를 조곤조곤 서술하는 2부를 읽으면서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기 어려운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어린 시절 부모의 가르침은 어느 순간부터 간섭으로 여겨지고, 부모는 자식의 자립이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하다. 자아를 찾아가는 자식과 무쓸모로 전락해버린 것 같은 존재감 박탈에 상심하는 부모. 부모와 자식의 거리는 어쩔 수 없이 벌어질 수 밖에 없음을,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면서도 옳은 방향임을 알면서도 모두가 서운하다.  



문득, 사는 동안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든 인생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이는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당연하다 여길 수 있지만, 이 당연함이 점점 더 당연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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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전 시집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서거 77주년, 탄생 105주년 기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뉴 에디션 전 시집
윤동주 지음,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스타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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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 나무 (1937년 추정) 





완연한 봄이다.
햇살도, 바람도 이제 더 이상 차갑지 않다.
초파리가 생겨 격리해놨던 제라늄은 보란듯이 꽃봉오리를 올렸다.
꽃샘 추위에 툴툴 거렸던 내 걱정이 무색하게 하룻밤 사이에 개나리가 활짝 폈고, 얼마 안 있으면 동네 천변에도 흐드러지게 벚꽃이 필 것 같다. 


시인은 바람이 불어 나무가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나무가 춤을 춰 바람이 분다고 한다.
봄이 와 꽃이 피는 건지, 꽃이 피기에 봄이 오는 건지, 시인 덕분에 생각이 잠시 멈췄다.  


궂으나 좋으나 제 할 일을 하는 귀한 생명들 덕분에 계절이 오고가는 것을 안다.
조만간 저 맨 흙바닥에도 세잎클로버와 토끼풀이 지천이겠지. 


좋은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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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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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논문을 끝내고 오랜만에 찾아간 선생은 병중인 화자의 아버지의 건강을 물으면서 평소와는 다르게 재산과 유산 문제를 언급한다. 그리고 화자와 산책 도중 갑자기 길 가장자리에서 소변을 보는 선생의 행동과 집착에 가까운 말투. 이러한 모습은 평소의 선생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었다.  


아버지가 죽고 일가 친척으로부터 굴욕과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선생은 그로 인해 모든 인간을 증오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였을까? 선생의 아내는 처음에는 남편이 염세적이기 때문에 자신도 싫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차 자신을 싫어하기 때문에 세상까지 싫어진 것이라고 추측한다. 



화자는 선생이 약하고 고결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고, 그렇기에 인간을 증오한다는 선생의 유약한 고결한함은 주변인들에게 점점 더 부정적 자아를 안게 했다. 그의 염세적 인생관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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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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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로운 사람이야." 



'나'는 점점 더 자주 선생의 집을 찾아가면서 친밀감을 쌓지만, 그에게는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신비한 어떤 면이 있다.  


매달 친구의 묘지를 찾아가 헌화하는 선생에게 성묘를 함께 가겠다고 말하자, 아직 아내도 데려간 적이 없다고 말하며 경계한다. 주변에 친한 사람이 없는 선생은 스스로를 외로운 사람이라고 말하면서도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한다.  


선생은 그들 부부가 더할나위 없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자기가 천벌을 받아 아이가 생길리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자기는 아내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괴로워한다.  


'나'는 선생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점잖은 인격과 학식, 아름다고 정숙한 아내, 서로를 아끼는 부부. 선생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스스로에게 이토록 냉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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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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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켄지 이 친구는 마음이 아주 넓은 친구예요. 근데 그 큰마음을 품기엔 몸이 너무 작은 거죠. 선생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켄지의 몸이 부딪치고 넘어질 때 그 마음이 다칠까 봐 심히 염려되거든요. 그건 비극이잖아요.

 



간혹 청소년 문학을 뒤적거릴 때가 있다. 아동 혹은 청소년 문학이 일반 문헌에 비해 가볍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근래 들어 '영어덜트'문학을 표방하며 출간하는 작품들이 있는데, 이 용어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냈는지 아니면 외국에서도 사용하는 개념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로이스 로리 <기억 전달자>, 이사벨 아옌데 <야수의 도시>, 캐런 톰슨 워커 <기적의 세기>, 손원평 <아몬드>, 에리히 캐스트너, 필리퍼 피어스, 팀 보울러 등의 작품들은 성인들이 읽기에도 참 훌륭하다. 제이슨 레이놀스 <집으로 가는 길> 역시 어른과 등장인물의 또래 친구들이 함께 읽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책을 받아놓고 책이 이렇게까지 귀여울 일인가 싶어서 절로 웃음이 났다. 학교 일과를 마치고 하교하는 그들의 일상을 열 개의 에피소드로 담은 연작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같은 중학교 학생이다.  


겸상적혈구빈혈을 앓는 소녀는 우주 최강의 생명력이 있는 물곰이 되고 싶다. 학생들의 푼돈(반드시 동전만, 큰 돈은 안 뺏는다)을 삥 뜯은 반삭파 일당의 반전. 피아의 스케이트 보드에 숨겨진 사연. 세상을 바꾸고 싶은 소녀. 친구의 첫키스에 진심인 열다섯 살 그들. 마블의 어벤저스도 부럽지 않은 나만의 슈퍼 히어로. 그리고 모든 역사는 스쿨버스 안에서 이루어진다! 


소설에는 사랑스러운 아이도 있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말썽쟁이도 있지만, 그들을 들었다놨다하는 이들은 역시 어른이다. 학교 폭력과 성폭력을 그저 짓궂은 장난이라고 치부하는 선생이 있는가 하면, 학폭 가해자가 가정폭력 피해자이고, 학내 성추행과 따돌림과 집단 폭행이 만연해 있음에도 피해자를 보듬는 이는 결국 또래 친구다. 그런데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절대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다양한 친구들이 있으니 좀 인정해 주자. 어때?"라고,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갖자고, 유쾌하게 툭 던지듯 말이다.  


점점 삭막해져가는 교실에도 우정이 있고, 질풍노도의 그들에게는 설레는 첫사랑과 애증의 관계인 부모도 있다. 누군가에게 내미는 아이스크림 다발에 울컥해 눈물을 글썽이고, 아픈 친구가 웃을 수 있다면 나의 부끄러움쯤이야 과감히 견딜 수 있는 소년의 배려가, 친구의 첫키스를 준비해주는 악동들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다. 눈물과 우울과 웃음이 뒤범벅인 된 그들의 좌충우돌 각양각색 다채로운 하교길. 


매일 똑같은 하교길을 걷겠지만, 날마다의 색깔이 다를 그들의 하루하루를 응원한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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