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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장원 ㅣ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8
윌리엄 허드슨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평점 :
1887년, 아벨 게베스 데 아르헨솔라는 베네수엘라 출신으로서 조지타운에 정착해 산 지 12년째 된 부유한 지역 유지였고 사람들한테 인기도 좋았다. 그가 처음 조지타운에 나타났을 때는 누더기 차림에 무일푼이었고, 친구도 없고 영어도 할 줄 모르는 가난하 젊은 이방인이었다. 하루하루를 분투하며 견뎌내던 중 고향으로부터 그가 빼앗긴 재산의 상당액을 돌려받게 되었음을 알리는 편지를 받았고, 되찾은 재산으로 메인 스트리트의 주택을 매입했다.
사람들은 아벨의 개인적 매력, 친절한 성정, 여자를 대하는 매너 때문에 그를 좋아했다. 아이들을 예뻐했고, 야생과 자연을 사랑했으며, 상업적이고 물질적 여흥이나 관심사와 거리를 두었다. 또한 에스파나 문학을 토대로 영문학을 읽은 지 10여년만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었다. 다만 원주민 혹은 그에 관련한 주제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불쾌감과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런 그가... .
가구라고는 흑단 받침대 하나뿐. 꽃과 잎과 가시를 헤치고 구불구불 기어가는 뱀 그림과 글씨가 각인되어 있는 유골 단지. 아무도 이해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일곱 개의 짧은 단어. 메인 스트리트의 멀쩡한 집 내부에 있으리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어두컴컴한 방.
아벨 씨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황당무계할 정도로 끊이지 않지만, 그는 끝까지 침묵을 지킨다. 비범한 체험을 통해 심오한 변화를 겪어 삶의 궤적이 영원히 변했다는 남자의 이야기.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영국에 귀화한 작가가 쓴 라틴문학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고, 소설의 배경이 베네수엘라 동부 밀림이라는 데에 오랜만에 새롭기도 하다. 이사벨 아옌데의 <야수의 도시>를 비롯해 몇몇 작품들이 떠오르는데, 궁금하다,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