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그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7
조르주 상드 지음, 조재룡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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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로랑은 자신이 한 영국인(이라고 짐작되는) 남자의 초상화 의뢰를 거절하고, 그가 곧 테레즈 당신을 찾아갈 거라는 내용의 편지를 테레즈에게 보낸다. 이에 테레즈는 자기를 찾아온 남자는 파머라는 이름의 미국인이며 로랑이 생각하는 것처럼 예술을 폄하하고 속물적인 사람이 아니며 또한 그가 초상화에 대한 비용으로 상당량의 돈을 지불할테니 거절하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잘 돌보라고 당부한다. 이에 대한 답장으로 로랑은 어차피 많은 돈을 받아봐야 도박장에 쏟아부을 게 뻔하기에 차라리 더 많은 경험(자기에게는 없지만 테레즈에게는 있는 성찰)을 쌓기 위해 다른 부인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전한다. 


편지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로랑은 화가(그것도 자부심 가득한)이고 돈이 늘 쪼들리는 상황이며 건강도 그다지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테레즈는 유부녀(혹은 과거 유부녀였던)이고 로랑보다 연상이다. 편지에는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전해지는데, 어쩐지 로랑이 투정부리는 어린애 같은 느낌이다. 서문에 가까운 세 통의 편지로 알 수 있는 것은 고작 이 정도지만, 상드의 자전적 소설이니 만큼 살짝 그림이 그려지기는 한다.  



프랑스 살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조르주 상드. 그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쇼팽과 뮈세와의 연애는 워낙 대단한 스캔들이었기에 들어봤을 법 하다. 나 역시 상드를 처음 알게 된 계기가 쇼팽이었으니까. 동시대의 문인과 예술인들에 대한 책을 읽으면 어느 지면에서든 한 번쯤은 언급될만큼 화려한 마당발을 자랑하며 남장 의복으로 유명한 사람의 글을 제대로 읽은 기억이 없다. 아주 오래 전에 산문 한 편 정도 읽은 것이 전부.  


후대에 글보다는 스캔들로 더 알려진 사람의 소설을 이제서야 읽게 된다. 가을 지나 그 유명한 서간집도 조금씩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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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장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8
윌리엄 허드슨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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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야나의 마을에서 보낸지 삼 주가 흘렀을 무렵 아벨은 마을 서편의 탐스러운 숲을 탐사하고 돌아오는데, 루니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그 숲이 위험한 장소이니 가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아벨은 그들의 충고를 미신이라고 여기며 개의치 않고 원주민들이 사악하다고 말하는 숲을 방문하던 어느날 마치 천사에 가까운 인간의 음성을 듣는다.  


그 음성의 주인공을 보기 위해 연이어 숲을 방문하지만,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얼마 후 다시 재회한 그 음성은 아벨에게 따라오라는 듯 그의 곁을 맴돌며 길을 유인한다. 아벨은 화답하듯 그 소리를 따라가는데, 별안간 그가 알고 있던 음성이 아닌 시끄럽고 새된 비명이 들린다. 마침내 거목이 무성하고 축축한 어두운 땅에 다다른다. 침묵과 어둠이 깊어지자 아벨은 온갖 나쁜 상상을 떠올리며 공포를 느낀다. 아벨이 도망가기 위해 발을 옮기는 순간 마치 명령이라도 내리는 것처럼 또렷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 그 고함소리는 붉은고함원숭이 떼였다.  


마을로 돌아온 아벨은 한동안 쿠아코와 새사냥을 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그는 어서 빨리 '나의 숲'으로 가 그 신비로운 선율을 듣고 싶을 뿐이다.  



아무리 총을 지니고 다닌다지만, 배짱도 좋다. 그 음성이 인간이라는 확신은 차치하고 어떤 존재인지 알고 무턱대고 찾아다니는지. 아벨 역시 스스로를 문명인이라고 자처하는 보통의 백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의 관습과 종교를 야만적이고 미신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에게 얻을 것이 없음에도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도망자 신세(어쨌든 그의 세계에서는 범법자와 다름없으니까)라서 어쩔 수 없이 머무르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루니 부족 사람들도 유쾌하지만, 아벨도 재밌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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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장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8
윌리엄 허드슨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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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은 도주를 해야할 상황에서 어린 시절부터 문명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흥미로웠던 오리노코 남쪽의 광막한 영토에 시선을 돌린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강, 길이 나지 않은 숲, 유럽인과의 접촉 없이 고대의 관습과 성격을 간직한 야만인. 그는 이를 기회 삼아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모험을 준비한다.


오리노코강을 타고 상류로 올라가면서 소규모 기독교 정착지들고 인디언 마을들을 탐사했고, 3개월 만에 메카강에 다다랐다. 그는 이 탐사의 모험담을 꾸준히 일기에 기록했다(이 책은 출판되지 못했다). 그러나 마나푸리에서 병이 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모험은 일시 중단 상태가 됐다. 


몇 달 후 마나푸리를 방문한 소수 인디언 패거리를 따라 300킬로미터 떨어진 테베네산맥까지 따라가 예쿠아나 부족과 몇 주일을 보낸 후 삶의 단조로움에 불안감을 느끼며 다시 새로운 세계를 향한 모험을 갈구한다. 다시 여장(이라고 해봐야 단벌 양복과 리볼버 한 정, 탄창, 고급 사냥칼, 은제 부싯돌이 전부였지만)을 꾸리고 길을 떠났다. 추나파이강 유역에서 잠시 체류하던 중 금을 가지고 있다는 파라우아리 인디언들에 대해 듣고, 그들이 산다는 오노리코강 상류에 도착해 그 유명한 파라우리아산맥을 직접 보게 된다. 이제 금만 찾으면 된다. 그러나 금은 없었다. 아무리 샅샅이 뒤지고 인디언들과 얘기를 나눠봐도, 어디에도, 금은 없었다.  



아벨같은 사람의 DNA는 다른 것 같다. 나도 꽤 다닌다고 다녔으나 모험 정신이라고는 쌀 한 톨만큼도 없는 사람이다보니 그저 잠자리와 먹거리 편한 답사에 그칠 뿐이다. 현지의 사람과 문화에 녹아드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고 말하면서 포토존이나 핫스팟을 찾는 요즘의 세태는 관광에도 못미친다는 독설 작렬하는 여행가 지인이 생각나기도 했다. (워워~ 하며 지역 경제 관점에서도 생각해보자는 말도 오갔던 것 같고)

아무튼 못말리는 아벨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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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장원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8
윌리엄 허드슨 지음, 김선형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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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7년, 아벨 게베스 데 아르헨솔라는 베네수엘라 출신으로서 조지타운에 정착해 산 지 12년째 된 부유한 지역 유지였고 사람들한테 인기도 좋았다. 그가 처음 조지타운에 나타났을 때는 누더기 차림에 무일푼이었고, 친구도 없고 영어도 할 줄 모르는 가난하 젊은 이방인이었다. 하루하루를 분투하며 견뎌내던 중 고향으로부터 그가 빼앗긴 재산의 상당액을 돌려받게 되었음을 알리는 편지를 받았고, 되찾은 재산으로 메인 스트리트의 주택을 매입했다.  


사람들은 아벨의 개인적 매력, 친절한 성정, 여자를 대하는 매너 때문에 그를 좋아했다. 아이들을 예뻐했고, 야생과 자연을 사랑했으며, 상업적이고 물질적 여흥이나 관심사와 거리를 두었다. 또한 에스파나 문학을 토대로 영문학을 읽은 지 10여년만에 해박한 지식을 갖추었다. 다만 원주민 혹은 그에 관련한 주제를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불쾌감과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런 그가... . 



가구라고는 흑단 받침대 하나뿐. 꽃과 잎과 가시를 헤치고 구불구불 기어가는 뱀 그림과 글씨가 각인되어 있는 유골 단지. 아무도 이해할 수도, 해석할 수도 없는 일곱 개의 짧은 단어. 메인 스트리트의 멀쩡한 집 내부에 있으리라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어두컴컴한 방.  


아벨 씨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황당무계할 정도로 끊이지 않지만, 그는 끝까지 침묵을 지킨다. 비범한 체험을 통해 심오한 변화를 겪어 삶의 궤적이 영원히 변했다는 남자의 이야기.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영국에 귀화한 작가가 쓴 라틴문학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고, 소설의 배경이 베네수엘라 동부 밀림이라는 데에 오랜만에 새롭기도 하다. 이사벨 아옌데의 <야수의 도시>를 비롯해 몇몇 작품들이 떠오르는데, 궁금하다,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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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의 여자들 3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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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원의 검토를 받고자 제출한 카이사르의 토지법안의 내용과 취지는 다음과 같다. 현재 로마는 인구과잉에 시달리고 있고, 분배 곡물은 국고가 부담하기에 버기울 지경에 처해 있다. 폭동과 불안이 만연해 빈민에게 군입대 말고도 다른 기회를 제공하여 인구과잉을 해결해야하는 게 현실이다. 또한 한곳에 정착해 평화롭고 생산적인 시민이 되기를 기다리는 퇴역 군인이 50만여 명이다. 카이사르가 발표한 법은의 내용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대 토지로 정착한지 오랜 된 캄파니아 공유지와 로마 군단의 주요 훈련 장소인 카푸아 근처의 공유지를 제외한 이탈리아 반도의 모든 공유지를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고는 동방 속주의 세수가 크게 늘어 사유지를 대량 매입하는 데에 자금이 충분기 떄문에 큰 무리가 없음을 확인시키고, 이에 따른 조건으로 토지 소유주에게 매매를 강요하지 않을 것이며, 국가로부터 분배 토지를 받은 자는 20년 동안 그 땅을 팔거나 떠날 수 없음을 명시한다. 그리고 카이사르는 토지 입과 분배에 일절 관여치 않기 위해 이 업무를 스무 명의 상급 기사와 원로원 의원으로 구성된 판무관단에게 맡기자고 제안한다. 


카토와 비불루스는 말을 잃었다. 비불루스는 카이사르가 술피키우스법 혹은 룰루스법을 고쳐서 들고 나오기를 바랐으나, 카이사르가 그렇게 허투른 사람이던가. 카토는 카이사르가 검토를 바라고 제출한 100장이 넘는 법안을 잘근잘근 씹어서 읽어서 함정을 찾아내리라 벼르고 있다. 



스토아 철학자같은 성정을 갖춘 카토의 시각에서 보자면 카이사르가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성적으로 난잡하고(카토 관점에서), 규율 따위는 무시하는 듯 하다가도 귀족적 자부심과 로마법은 충실한 사람으로 도대체 종잡을 수 없고 그 속내를 알 수 없으니, 앞뒤, 겉과 속이 한결같은 카토가 얼마나 싫어할지 짐작이 된다. 그래도 잘한 건 인정하고 협업을 해야지, 어떻게든 파헤치려고만 하면 되겠나. 그야말로 현재의 정당 정치를 보는 것 같다. 다르다면 카토는 개인의 잇속 때문이 아니라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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