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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관 1 - 2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2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11월
평점 :
[마스터스 오브 로마] 2부에 해당하는 <풀잎관> 증 1권의 주요 내용은 술라가 당분간 히스파니아로 떠나 있고, 마리우스는 가족 여행을 빙자한 동방 시찰을 다녀오며, 추후에 로마의 골칫거리가 될 폰토스의 왕 미트리다테스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로마 시민권에 대한 이탈리아인의 불만과 비교적 평화로운 로마의 전반적인 제도에 대해 서술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827/pimg_7831441763081148.jpg)
제국의 위기 상황이 지나면 의례 대두되는 문제는 세금이다. 로마에 세금을 내고 있는 동맹시들의 불만은 전쟁에 의한 젊은이 착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교묘하게 이루어지는 토지 약탈, 지역 내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아 쇠퇴하는 지역 경제다. 다음으로 시민권 문제. 제국 안에서 로마 시민권은 그 자체로 엄청난 특혜다. 로마 시민권이 없는 사람은 로마 정부 사업에 입찰하거나 로마 시민과 결혼할 수 없었고, 기소되어 사형 판결을 받더라도 로마 법원에 항소할 수 없었다. 죽을만큼 매질을 당하고 아내를 도둑 맞아도 가해자가 로마인이면 법적 보상도 받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로마 최고의 협력자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공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 이탈리아인들로서는 당연히 불만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탈리아인에게 시민권을 주는 데 대한 반대는 로마 상류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민층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로마인들은 시민권에 인색할까? 이에 마리우스가 지적하는 바는 배타성이다. 태생이 로마인이 아니면 열등한 존재, 즉 이탈리아인들보다 더 나은 존재라는 태생적 우월감을 놓고 싶지 않은 심리.
"로마인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 진정 그렇게 큰 죄입니까?"
인구 조사에서 수 만명이 등록된만큼 인구조사 조작은 카이피오의 고발과는 별도로 사실일 수 밖에 없다. 이에 인구조사를 주도했던 크라수스 오라토르는 가짜 시민권자들을 축출하고 그들의 자손까지 태형과 재산 몰수와 추방의 벌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자 가이우스 마리우스는 가짜 시민권자들을 명부에서 지우는 것은 타당하나 그 이상은 그들이 로마와 공존해야할 존재임을 상기시키며, 이탈리아인들에게 분노와 복수심을 불러 일으킬 뿐인 무모함은 자제하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이 말을 받아들이는 원로원 의원은 두 사람ㅡ루푸스, 드루수스ㅡ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여기에서 생각해봐야 할 시의성. 로마는 순수 로마인만으로는 제국을 유지하기 힘들다. 이는 현대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전체 인구를 놓고 볼 때에는 인구 증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지만, 국가마다 출산율의 고저는 다르다. 무엇보다 인구비율이 직사각형 형태로 바뀌었고, 시간이 더 지나면 역삼각형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곳곳에서 내전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폭력적 충돌은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난민의 수는 점점 늘어난다(이제는 기후 난민까지 발생하는 지경이다). 그럼에도 순수혈통, 단일민족을 내세워 배타적인 시선으로 '우리'만을 껴안고 살면 될까?
마리우스와 술라의 반목은 아직까지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지만 술라의 귀환으로 이제 곧 가시화 될 것이다. 마리우스의 말대로 두 사람의 일체감은 진정한 우정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닌 전장에서의 편의(혹은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마리우스는 술라가 루푸스와 같은 진정한 우정을 나눌만한 사람이 아님을 안다. 술라가 언젠가는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가족으로 받아들일 때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마리우스는 술라가 보이는 현재의 행보에 크게 놀라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술라가 그럴 수 밖에 없을 거라고 납득한다. 마리우스가 신뢰하는 아내에게조차 술라의 천성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지 않는 것은 최소한의 의리였나 싶은 생각도 들고.
폰토스의 왕 미트리다테스를 중심으로 당시 동방의 정세를 구체적으로 서술해 놓았는데 새삼, 동서양을 막론하고 결혼으로 맺은 동맹이 대단히 유용하다는것, 반대로 딸을 국가 혹은 권력 유지의 부속품으로 여기는 한 혼인에 의한 동맹의 허무함, 그리고 권력에 대한 욕망은 혈육의 정을 넘어선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
매 권마다 당시 여성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입(손가락)이 아플 지경이다. 이 책에서, 부모에게 관심을 못받고 자란 카이피오와 리비아의 딸 세르빌리아는 더 힘이 있다고 여기는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이 아이의 행위는 물론 아주 부적절하다. 세르빌리아의 양육 환경과 나이를 생각하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만약 세르빌리아가 남아였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랬다면 과연 세르빌리아를 돼먹지 않은 아이로만 치부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언제는 아니였냐만, 이 책의 최악의 인물은 카이피오다. 속물인 제 아비보다 한술 더 뜨는 위인이다. 가정폭력, 아동학대, 사기까지. 리비아가 이혼한 게 행운이었고, 그 아비 아래에서 자라지 않아도 될 아이들에게는 천만 다행한 일이다. 세상 일은 정말 알 수 없다. 유년 시절, 리비아는 오빠를 그토록 증오했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남편에게 매질을 당하고 불륜이 들통나고 이혼까지 당했지만 결과적으로 재혼해 행복한 삶을 찾은 리비아 곁에는 오빠가 있었다. 그리고 마리우스와 드루수스가 손을 잡고, 데면데면했던 술라와 루푸스가 마리우스와는 결이 다른 우정을 나누다니. 세상은 요지경이다.
첫 번째 속주 총독으로서 동방 원정을 손쉽게 해결하고 원하는 바를 얻은 술라의 시선은 다시 로마로 향한다.
뻘.
이 책 사이사이에는 다음 시대를 풍미할 인물들이 꼬맹이로 이름을 드러낸다. 카이사르, 키케로, 소小 카토. 어... 무시무시한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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