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멍이 나면 별이 쏟아진다
정현민 지음 / 메이킹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렇게 / 삶을 바라보고 / 감사하다. / 기쁘다. / 글로 적을 수 있는 게 / 행복인 거지. / / 별거 있나.

-별거 있나

하늘에 구멍이 나면 별이 쏟아진다, 시집 제목을 보는 순간 궁금해진다.

나도 모르게 상상을 하기 시작했고, 까만 밤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이 반짝이며 쏟아지는 장면을

그리고 있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시며 틈틈이 시를 쓰고 있다는 시인, 그에게 시는 좋을 때, 힘들 때, 아플 때

어김없이 찾아온다고 한다. 시는 삶이라는 시인의 말이 어느때보다 마음에 와 닿았던 시간이었다.

티격태격하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챙기는 형제를 보면서 피로 회복제라는 시인, 저녁을

먹고 아내와 손잡고 산책을 나서는 시인, 부쩍 늘어난 흰머리를 보고 당황스러워하는 시인의 모습은 바로 우리의 모습과도 겹쳐져서 정감이 가고 흐뭇하게 지켜보게 된다.

나이가 드는 것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오늘이자 피해 갈 수 없는 내일이라는 말에

수긍하면서도 염색을 하는게 번거롭다는 생각을 하면서 웃는다.


아이들이 자란 모습을 흐뭇하게 보면서도 문득 들었던 생각을 시인의 글에서 보았다. 어느새 아이의 어깨에 더 많은 기대와 더 많은 책임이 지워져 있었구나!

그리고 우리는 이제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살피고 또 살펴야하며, 멈춰섰다가 다시 조심히 나아가야 하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어 새삼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게 되고, 열심히 달려왔던 지난 시간들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질문도 던지고 있었다.

....... 이럴 때가 있었네. / 한참을 추억하게 / 만드는 오래된 사진들 / 사진은 / 그리운 시간으로 가는 /

티켓인가 보다. - 옛날 사진


사진을 보다가, 보모님과 아이들의 모습에서, 산책 길에서,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서 보고, 느꼈던 일들이 시로 탄생했기에 공감이 가나보다, 정겨워서 웃음이 나나보다, 내 이야기 같아서 고개를 끄덕이며 추억에 잠겨도 보고, 며칠 전 보았던 무지개를 다시 그려보고, 어떤 말을 하지 않는게 좋을까.... 시인의 글 뒤에 이어 써볼 말들도 생각해본다.


습관처럼 하늘을 자주 올려다 본다. 맑고 푸른 하늘은 쳐다보기만 해도 좋고, 붉은 저녁 노을은 아름답고 경이롭기도 하다.

까만 밤 하늘을 보며 반짝이는 별자리를 찾아본 적이 언제였는지 아득하지만 어제밤엔 커다란 보름달이 덩그라니 떠 있는 밤하늘 참 예뻤다.

우리는 저마다의 가슴에 하늘의 달과 별처럼 구름처럼 생각할때마다 웃음을 주는, 희망을 주는, 따뜻하고 그리운 추억으로 이끄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품고 살아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모든 아픔에도 나는 여전히 이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져있다." 헤르만 헤세가 짧게 가지치기를

한 떡갈나무에 관해 쓴 유명한 시의 마지막 행이다. 이 시는 온몸 곳곳이 짧게 잘려 나갔음에도

계속 새로운 잎을 틔우는 나무의 예를 들어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이면을 지적하고, 그럼에도

우리에게 자연처럼 용기를 잃지말라고 격려한다. - 들어가는 글


들어가는 글을 읽으면서 다시금 헤세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다.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유리알 유희, 싯다르타....

감수성 예민했던 학창시절, 헤세의 책을 읽고 문학소녀를 꿈꾸었고 그후로도 오랜 세월 책은

여전히 나에게 가장 가까운 벗이 되어주었다.

경이롭고 새로운 세계, 날카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이 살아오며 경험하고 깨우친

지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생각이 꽃처럼 피어난다.

하루에도 수백 송이씩.

피어나게 둬라! 알아서 하게 둬라!

얼마를 수확할지는 묻지 말고! -만발 중에서


1923년에 쓴 요양객을 읽으면서 지금의 내 삶과 무엇이 다른가 생각해 보게 된다.

별다르지 않는 일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똑같은 날은 아니었다.

인생은 기적이라고, 새로운 놀이였고, 아름답고, 위험하고, 유치하고, 피곤했으며, 그 어떤 것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으며, 계속 반복되고 있는 중이라고 헤세는 말한다.

사랑, 행복과 성공, 기쁨을 꿈꾸며 고통, 좌절, 슬픔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오랜 세월을

건너온 헤세가 말하고 있다.


그건 삶 그 자체다. 놀이로 가득 차고, 고통으로 가득 차고, 웃음으로 가득 찬. -요양객 중에서


8월의 무더위 속 매미는 지치지도 않고 기세좋은 울음을 토해내고 웬만하면 켜지않았던 에어컨도

내내 가동 중이다.

문학, 음악, 회화, 종교, 정치, 교육, 행복, 유머, 자연, 사랑, 청춘, 노년,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와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양한 시로 편지로 소설로 에세이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어느새 세월이 훌쩍 지나 다시 만난 헤세의 이야기에 깊은 공감하게 되고 우리의 삶, 고마움, 인생,

질문들이 담긴 글들을 새겨 듣는다.


자신의 길을 찾으십시오. 한때 당신이 좋아했던 인간과 이상들에 매달리지 마십시오. -1930년경의

한 편지에서


자신의 삶을 아름답고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창작의 기쁨이라는 헤세의 말에, 순간 나는?

이란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함께 고민해볼 일이다.

가지치기를 한 떡갈나무를 보면서 깨닫고, 흥청망청써버린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고, 해와 꽃을

비롯한 이 세상의 언어를 들을 수 있었다.

도시에서는 마치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듯 한 도시의 흥망성쇠, 변화해가는 과정, 역사, 자연을

그려보게 했다. 우리의 인생같은.....

그렇게 그가 들려주는 단어, 한 구절에서, 한 편의 시에서 울림과 생각들이 한없이 뻗어나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직 극은 시작하기도 전이었다. 그런데 화녕의 시선은 무대에 못 박혀 있었다. 어두운 실내에서 화녕의 눈동자만이 별빛을 담고 반짝였다. 꼭 반딧불이가 그 주변만 날아다니는 듯했다. - P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녕가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지만 인서는 황소처럼 콧김만 토해냈다. 절대 울지 않을 것이야! 난 절대 울지 않아! 민들레 풀씨처럼 어린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11


민들레, 앵초, 금잔화, 개나리, 해바라기, 능소화, 할미꽃, 꽃을 사랑해서 꽃으로 글을 쓰는 글쟁이 이영희 작가님이

들려주는 화녕가!

여전히 꽃으로 장식된 아름답고 독특한 표지가 눈길을 끌었고, 그 속에 담긴 사연이 궁금해진다. 또한 이야기 곳곳

에서 들려오는 화녕의 노래와 노랫말이 우리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었다. 


밤하늘에 어둠을 살라먹은 눈썹달이 걸렸다. 밤은 비밀을 꽁꽁 안고 있었다. -32


이제는 전통 창가와 마당놀이가 아닌 신 유행가와 신파극이 흐르고 있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은 설움, 그 시대의

정서를 담은 화녕의 노래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여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어릴적 뜻모르고 따라부르기도 했던 노랫말,

가사를 시를 읽듯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했다.


인예와 현성의 물음표 끝에 인서는 답을 달아주지 않았다. 그저 찰랑찰랑 윤슬이 가득한 제 안의 우물 물만 들여다 보았다. 75-76


유난히도 자신에게만 서늘하게 대하는 서씨 부인의 모진 냉대를 견디고 있는 인서, 그와 반대로 언제나 서씨부인이 치맛폭에 감싸고 도는 인예, 윤덕심을 뛰어넘는 가수가 되고 싶은 화녕, 아버지를 따라 조선으로 온 킨타로.

사랑을 얻지 못한 자의 울분,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깊숙이 감추어야했던 사람들, 저마다의 가슴 속에는 말못할 사연과 아픔이 가득 차 있었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 지나온 자욱마다 눈물 고였다. (백년설 - 나그네설움)

화녕은 생각했다. 나의 발걸음도 정처가 없다. 난 지금 어떤 길 위를 걷고 있는 걸까? -54


화녕, 당연히 꽃화花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화火였다니.... 불꽃, 화녕의 이름을 지으며 깊은 뜻을 새겼을 아버지

재후가 그녀의 미래를 내다보고 지었을거라는 생각을 하지않을 수 없었다.

인서는 광명회라는 노래극 단원을 모집했고, 9월 창단 기념 공연을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이 비로소 제 또래로

보였고, 미래의 푸른 꿈과 사랑을 찾는 청춘들 같아서 어여뻤다.


진주좌의 단 위에 선 내 노래를 들으러 수많은 이들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 순간이 그들에게도 봄날이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진정한 봄날을 함께 기다릴 수도 있을 것이다. -117


그들의 모질고 아픈 인연, 꽁꽁 얼어붙은 차가운 얼음장같은 시대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견디며 살아야했던 그들의 삶,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졌다가 또 따사로운 봄 햇살처럼 활짝 웃으면서 꿈결같이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하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화녕의 노래와 함께!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캐드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보탠다고 안심이나 위로를 줄 만한 일이 아니었다.  - P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