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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마르셀 로젠바흐 & 홀거 슈타르크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평점 :
위키리크스의 창시자 '줄리안 어산지'는 누구인가? 독일 <슈피겔>지의 2명의 탑클래스 기자가 밀착 취재해 써낸 이 논픽션은, 위키리크스를 알고 있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모두 흥미를 느낄만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김빠지지 않고 어쨌든 재미있다. 단순한 폭로사이트라고 생각했던 위키리크스가 실은 천재 해커들의 모임에서 출발했다는 것. 그리고, 그 중요한 기밀사항들을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입수했는지 등등, 대단히 궁금했던 위키리크스의 전모들이 상세히 밝혀진다.
창시자인 줄리안 어산지의 드라마틱할 만큼 불행한 성장내력, 천재적인 해커로서의 센스, 그밖의 뜻밖의 면모들, 위키리크스의 탄생 배경을 비롯해, 미 합중국의 기밀 문서를 빼내 위키리크스에 투고한 브래들리 매닝의 성장사, 아프간, 이라크 전의 기록, 외신 문서의 누설, 포위되어 가는 위키리크스, 그리고 향후의 위키리크스 미디어 저널리즘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어산지의 자라난 내력을 보면 그 특이한 캐릭터와 그 이면에 잠복해 있는 어두운 그림자에 대해서도 언뜻 납득이 가는 부분이 있다. 자신과 주변의 많은 것을 희생해 인생을 걸어 도전해 가는 모습은 존경스럽지만, 양면성, 위키리크스 조직내의 문제에 대해서는 지적받아 마땅하다.
찬반양론이 있는 위키리크스지만, 적어도 그 대두로 인해서 감추어진 세상의 여러가지 문제들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여기에 물음을 던진 점에서는 어느 의미 칭송받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만 해도,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서, 웹 상에서의 전쟁, 인터넷의 지배권, 정보는 누구의 것인가, 기밀은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가 등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다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현재 진행형의 극비 데이터를 공개한다는 발상은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 자유롭게 논의하자! 는 컨셉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 세상이 현자들로만 흘러넘치지는 않는다. 현명한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어리석은 사람, 무지한 사람도 있다. 따라서, 정보의 공개에 있어서는 좀더 신중하고 현명한 선별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특히 그 정보가 인명과 관련되는 데이터일 때는 더욱 신중해야만 한다.
주의 깊게 읽어보았지만, 줄리안 어산지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솔직히 제대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어딘가 유치한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한 반면에,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체적인 인상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몽상가이자, 기초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머리좋은 애늙은이같은 느낌이랄까? 아주 특별한 인물이지만, 아무리보아도 명확한 편집 정책같은 것은 세워져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지금 위키리크스에 필요한 것은 몽상가가 아닌 폭넓은 견해와 지식을 겸비한 수장이 아닐까.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잘못된 행동인가, 국가와 국민은 어떻게 대치하면 좋을까, 제대로 된 관점에서 우선, 명확한 편집 정책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국민국가의 정부와 군의 역할을 믿는 신조이므로 현재의 위키리크스의 활동에는 조금 반발감을 느낀다. 다만, 저널리즘이 상업 주의에 침범당하고 국가 혹은 거대기업에 대한 저항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그만큼 역할분담의 여지는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위키리크스가 앞으로도 여전히 주목해야 할 조직임에는 틀림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