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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돔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111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2월
평점 :
킹 선생님의 제트 코스터 소설. 두근두근 긴장감 있다.
'스티븐 킹'이 예전에 처박아 두었던 원고를 다시 꺼내 30년만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고보면 분명히 이전에도 집필하다가 마음에 안들어서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와이프가 설득해서 다시 꺼내 쓴 작품이 있었는데(캐리였던가?), 재활용에 일가견이 있는 걸까. 매번 이 정도의 퀄리티로 뽑아낸다면 일단 한번 치워 두었다가 다시 꺼내 쓰는 것도 괜찮은 작업방식이 될 듯.
<언더 더 돔 Under the Dome>이라는 제목의 이 소설은 한국판 기준으로 3권, 토탈 1600페이지 이상이니까 <스탠드>나 <그것>과 맞먹는 볼륨이 될 듯 싶다. 하드커버 한권으로 된 원서를 언뜻 볼 기회가 있었는데 거의 살상무기 수준이다. 만약에 그런걸 들고 다니면서 읽는다면 건장한 남자라도 팔목에 피로 골절을 일으킬 것 같다. 한국판의 3권 분권조치는 매우 적절, 합당, 불만없음.
무대는 미국 북동부 메인주의 가공의 마을 체스터스밀. 어느 가을날, 정체를 알 수 없는 투명한 돔이 마을을 덮는다. 이 돔 때문에 체스터스밀에는 사람도 자동차나 비행기도 일체 출입할 수 없게 된다.(보이지 않는 벽에 충돌한 비행기는 추락, 마을 밖에 나가 있던 사람들은 집에 돌아올 수 없게 된다.) 이 벽의 정체는 무엇이며,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하는 수수께끼와 더불어서 마을 안에 고립된 수많은 사람들의 생존을 건 치열한 분쟁이 그려진다. 갑작스럽게 닥친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서, 이라크 참전경험이 있는 주인공 바버라가 마을 신문사 사주나, 의사 어시스턴트, 용감한 아이들과 팀을 결성하지만, 마을 의회 부의장인 짐과 그의 아들이 바버라들을 방해한다.
눈에 안보이는 돔을 보이는 것처럼 묘사하는 킹의 노련한 필력은 HD영상과도 같은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한다.(정말로 생생하다!) 돔 형태의 거대한 역장에 마을 하나가 통째로 뒤덮인다는 그 상상력 자체야 두말할 나위 없지만, 동일한 상상에서 출발할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중에서, 이 돔에 의해 외부로부터 단절 되어버린 마을의 혼란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점에서는 역시 킹답다. 고립된 공간에 남겨진 자들의 이상행동, 불안, 초조함, 스릴이라면 킹 전문이다. 얼핏 SF에 가까운 탈을 뒤집어 쓰고 있긴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이 소설의 키워드는 역시 남겨진사람들, 고립상태에서의 불안, 공포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불안감은 인간의 광기를 불러온다, 그 광기가 폭발하는 순간 언제 누가 폭도로 돌변할지 모른다. 그런 광기의 씨앗이 사람들 사이에서 소리없이 스멀스멀 번져가는 모습이 마치 폭풍전야처럼 불안불안 하다. 원래 그러한 상황 자체보다도 그러한 상황 속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이 더 무섭다. 제제하던 수단이 사라졌을 때 누가 어떤 예측불허의 행동을 할 지 알겠는가? 그런 긴장감이 킹이 쓰는 문장에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몰입도는 최상. 전체 이야기중 3분의 1을 끝낸 시점에서 이제 막 프롤로그를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보면, 분량많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 같다. 일단 여기까지가 1권을 읽고 난 후의 감상.
3권 중에 고작 1권을 읽었을 뿐이기 때문에 설레발은 자제해야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초조한 기분을 유지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일단은 매우 만족스럽다. 스피디하고 문장도 쉽게 읽힌다. 재미도 재미지만 왠지 지금까지 읽은 스티븐킹의 소설중 가독성이 제일 좋다고 느껴지는 데 나만 그런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