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가치에 대한 탐구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0월
평점 :
이 기묘한 제목의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원래 책의 제목을 보면 그 내용이 얼추 짐작되거나 아니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제목은 당췌 그 의미를 알 수가 없다. 선과 모터사이클이 어떻게 결합되는 것일까? 하는 그것만으로도 난문인데, 여기에 또 그 의미가 알쏭달쏭한 '관리술'이라는 단어까지 붙어 있는 것이다. 결국 직접 읽어서 알아낸 이책의 정체는, 기억을 잃은 대학강사가 아들과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하면서 철학적 탐구를 해 나가는 일종의 에세이/ 논픽션이었다.
혼자서 운전을 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있을 때, 특히 지나다니는 차들이 적어서 긴장감이 풀어진 상태로 운전을 하다보면, 사실은 위험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운전과는 완전히 별개의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닐 때가 있다. 별 시덥잖은 잡념일 때가 있는가 하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나 과학적인 문제에 대한 고찰일 때도 있고, 지나간 일에 대한 반성, 후회일 때도 있다. 그렇게 시작된 생각은 또다른 생각을 부르고 자기도 모르게 점점 깊어져 간다. 생각 끝에 어떤 답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고뇌하고 괴로워하게 되는 일도 있다. 이책의 구성이나 과정은 이런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들과, 동료 부부와 함께 오토바이 투어링을 하는 동안, 저자는 먼저 오토바이 수리에 관한 데서부터 시작해서 점점 그 생각, 사상을 심화시켜 간다. 이책이 명저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 것은 모터사이클/ 선/ 철학이라는 방대한 지식의 퍼져가는 방식. 주인공의 내부에서 이 세가지가 서로 얽혀, 각각의 영역을 침식해 가는 과정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인간은 이렇게 생각하는 존재, 공부하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고전적/ 낭만적의 이원론에서부터 '설명서'의 의의를 거쳐, '질'(가치)의 일원론에 이르러, 또 수사학과 변증법, 니체,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 '아레테'(덕) 등 언급.... 철학은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나지만, 그 본질적인 내용은 아주 농밀한 철학적인 탐구이면서도 군데군데 여행에서의 체험이나 아들과 주고받는 이런저런 대화가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거치고 난 결말은 애매하지만 개운한 느낌. 그러나 그 후에 발생하는 사건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