냘의 사가
아이슬란드 전승 지음, 박봉호 엮음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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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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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 꿈이 끝나는 거리 모중석 스릴러 클럽 26
트리베니언 지음, 정태원 옮김 / 비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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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변두리의 '메인'은 버려진 거리다. 다양한 나라의 이민자들이 뒤섞여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거리에서는 희망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근근히 살아가던 노파가 푼돈 때문에 살해되거나 이민자 소녀는 매춘을 강요당한다.최악의 거리를 '라프왕트' 경위는 긍지와 애정을 가지고 묵묵히 지켜 나간다. 필요하다면 폭력도 불사하면서 혼자 메인을 감시하고 순찰하는 이 초로의 경위는, 말하자면 이 거리의 수호자이자 살아있는 법이다. 완고하고 독재적이지만 인정미가 넘친다. 그래서 어딘가 사립탐정이 나오는 하드보일드 소설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하라 료'의 고독한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를 떠올렸다.

라프왕트의 나이 53살. 결혼한 지 일년만에 상처하고, 이후 줄곧 독신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젊은 시절 입은 총상때문에 생긴 '동맥 류머티즘'으로 가슴에 통증을 느끼면서도 매일같이 거리를 돌아보고, 가끔 먼발치에서 밖에 볼 수 없는 한 여자에 대한 백일몽을 꾸면서 살고 있다. 휴일이 되면 티비도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에밀 졸라' 전집을 되풀이해서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뭐라 말할 수 없이 쓸쓸한 이미지를 남긴다.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이 라프왕트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혼자뿐이던 그의 삶에 새로 파트너가 된 풋내기 형사 '거트먼'과 매춘부 '마리 루이즈'가 끼어 든다. 이 둘로 인해서, 우수에 차 있을 뿐이던 라프왕트의 캐릭터에 서서히 따뜻함이 더해져 간다.

앞뒤가 꽉 막힌 파트너와 거리를 전전긍긍하던 매춘부. 탄탄대로를 걸어온 엘리트와 내내 어두운 곳만을 밟아온 낙오자,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온 이 두 젊은이가 오랫동안 굳어져 있던 라프왕트의 삶의 방식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이 둘 역시 라프왕트로부터 영향을 받아 지금까지의 인생관이 바뀌어 간다. 이런 신구의 대립 구도 하에서 범죄란? 죄악이란? 을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라프왕트 경위지만, 어느 이탈리아계 청년이 피살당한 사건의 범인을 쫓는 이 이야기 속에서 그에 못지않은 주역이 있다면 바로 이 '메인'이라는 거리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거리의 거주자들을 그리는 데 있어서 누구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한명한명 세심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들의 생활이나 습관, 숨결까지 행간에서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마약중독자나 매춘부, 꿈을 잃은 부랑자들이 배회하는 '메인'가의 위태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분위기가 손에 잡힐듯 확실하게 전해져 온다. 우울한 회색빛 거리의 묘사는 진한 커피같고, 눈앞에 펼쳐진 것 처럼 리얼한 박력이 있다. 그 씁쓸함의 여운은 최상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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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 가치에 대한 탐구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 지음, 장경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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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묘한 제목의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원래 책의 제목을 보면 그 내용이 얼추 짐작되거나 아니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제목은 당췌 그 의미를 알 수가 없다. 선과 모터사이클이 어떻게 결합되는 것일까? 하는 그것만으로도 난문인데, 여기에 또 그 의미가 알쏭달쏭한 '관리술'이라는 단어까지 붙어 있는 것이다. 결국 직접 읽어서 알아낸 이책의 정체는, 기억을 잃은 대학강사가 아들과 함께 모터사이클을 타고 여행하면서 철학적 탐구를 해 나가는 일종의 에세이/ 논픽션이었다.

혼자서 운전을 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있을 때, 특히 지나다니는 차들이 적어서 긴장감이 풀어진 상태로 운전을 하다보면, 사실은 위험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운전과는 완전히 별개의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돌아다닐 때가 있다. 별 시덥잖은 잡념일 때가 있는가 하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나 과학적인 문제에 대한 고찰일 때도 있고, 지나간 일에 대한 반성, 후회일 때도 있다. 그렇게 시작된 생각은 또다른 생각을 부르고 자기도 모르게 점점 깊어져 간다. 생각 끝에 어떤 답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고뇌하고 괴로워하게 되는 일도 있다. 이책의 구성이나 과정은 이런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들과, 동료 부부와 함께 오토바이 투어링을 하는 동안, 저자는 먼저 오토바이 수리에 관한 데서부터 시작해서 점점 그 생각, 사상을 심화시켜 간다. 이책이 명저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 것은 모터사이클/ 선/ 철학이라는 방대한 지식의 퍼져가는 방식. 주인공의 내부에서 이 세가지가 서로 얽혀, 각각의 영역을 침식해 가는 과정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인간은 이렇게 생각하는 존재, 공부하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고전적/ 낭만적의 이원론에서부터 '설명서'의 의의를 거쳐, '질'(가치)의 일원론에 이르러, 또 수사학과 변증법, 니체,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 '아레테'(덕) 등 언급.... 철학은 조금도 이해할 수 없는 나지만, 그 본질적인 내용은 아주 농밀한 철학적인 탐구이면서도 군데군데 여행에서의 체험이나 아들과 주고받는 이런저런 대화가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양한 이야기를 거치고 난 결말은 애매하지만 개운한 느낌. 그러나 그 후에 발생하는 사건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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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이름 모중석 스릴러 클럽 27
루스 뉴먼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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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도입부와 맥 빠지는 엔딩에 질린 당신에게 추천한다! 마지막 50페이지가 이토록 숨 가쁘게 넘어간 책은 없었다!" 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이미 선수를 빼앗겼다. <스타매거진 UK>의 추천사다. 내맘과도 같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는 건 바로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일게다.

캠퍼스 안에서 벌어진 끔찍한 세건의 연쇄살인사건. 피해자는 모두 미모의 여학생들이며 절친한 친구 사이.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피해자인 '준 오케웨노'의 처참한 시체 옆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고 발견된 '올리비아'의 증언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올리비아는 당시의 충격으로 기억상실 상태에 놓이고 만다. 과연 그녀의 남자친구이자 유력한 용의자인 '닉'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까? 법의학자 '매튜'가 올리비아의 기억을 되살려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순수해 보이던 그녀의 안에서 나타난 것은 올리비아가 아닌 또다른 누군가였다.

한때는 '해리성 정체 장애' 즉 '다중인격'이 그야말로 충격적인 소재이던 때가 있었다. 대반전의 끝이자, 서스펜스와 공포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최적의 이야깃거리였다. 그런데 여러작가의 작품을 거치는 동안 단물 콧물 다 빠져 버린 지금은, 좋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이만큼 진부한 소재도 없다. 이것을 가지고 우려낼 수 있는 국물이란 국물은 이미 질릴만큼 다 맛 봤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초반에 올리비아가 해리성 정체 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언제적 다중인격이냐! 하고. 그런데 소설은 아직도 갈길이 멀었는데 올리비아의 병명이 밝혀지는 타이밍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사건은 또다른 상황으로 급박하게 전개된다. 지금까지의 다중인격 이야기들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잇달아 뒤집기를 시도한다. 너무 빨리 실망했던 게 민망할 만큼 중반 이후의 몰입도는 상당하다.

이미 잘 알려진 재료를 또 한번 쥐어짜려면, 그저 작가의 상상력에 의지하는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해리성 정체 장애' 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 사례, 최면에 대한 정보, 그밖의 관련 범죄행위에 대한 법조항, 법의 사각지대와 맹점에 대한 부분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집된 자료에 기반한 치밀한 스토리는, 처참한 살해방식을 제외하면 다소 평이했던 시작과는 다르게 뒷부분으로 갈수록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식상함이란, 재료의 문제가 아니구나 하고 깨닫는다.

다만,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중간에 큰 반전이 하나 터져도 남은 분량으로 뭔가가 더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충격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건 뭐 어쩔수 없는 것. 최종회를 알 수 없는 연재소설 형태였다면 보다 더 흥미진진했으려나. 등장인물들의 매력도라는 면에서는, 법의학자인 매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올리비아와 올리비아의 증언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것이 조금 아쉽다.

인간은 진실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진실은 그렇게 가려진 채로 남는다. 그런데.... 그걸 갑자기 꺼내서 눈 앞에 들이미니까! 놀라지 않고 배길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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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남친
아리카와 히로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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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남친>이라는 제목을 보고 어째서인지 우렁각시 같은 걸 연상해 버렸는데, 알고보니 달착지근한 '자위대' 러브 스토리였다. 설마 이런 의미의 '고래'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수록된 단편들은 하나같이, 일이든 연애든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따뜻한 계열의 작품집이라는 인상. 재미있고, 웃기고, 한편으로는 순수하다. 진지한 연인들의 모습이 귀엽다. 느끼하고 질척질척한 연애소설은 당분간 사절이지만, 이런 가벼운 터치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는 부담없이 상큼하게 다가온다.

표제작인 <고래남친>은 전화통화 조차도 제대로 하기 힘든 잠수함 승조원과 그 연인의 이야기. 고래는 나오지 않는다. 온갖 쿨한 척은 다 하고 있지만, 일년 중 대부분을 잠수함 속에서 보내야 하는 남자의 그 초조한 심정이 줄곧 초음파처럼 전해져 온다. 소설 속에서는 오히려 기다리는 여자 쪽의 불안감이나, 그녀에게 뻗쳐오는 유혹의 손길 등이 메인으로 그려져 있지만, 사실 대범해 보이는 남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이도저도 못하는 잠수원 승조원으로서의 체념과도 비슷한 심정이 묻어나온다. 언뜻언뜻 그런 심리가 엿보일때마다 '똥폼잡지 말고 미리미리 붙잡아라!' 라는 말이 목구멍 언저리까지 치밀었다가 고래처럼 잠기기(가라앉는다는 표현은 이책에서는 금물)를 수차례.

자위대원들의 연애담으로만 한정해서 그리고 있는 이 6편의 심하게 달콤한 러브 스토리는 하나같이 해피앤드. 우여곡절은 있어도 비련은 없다. 이중에는 저자의 전작인 <하늘속>과, <바다밑>의 스핀 오프 격인 이야기도 몇편인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전혀 모르고 있었어도 별로 곤란 한 적이 없었던 걸 보면, 이 작가의 책을 처음 읽는 사람도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여기에 나온 인물들의 또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다른 책도 읽어볼까 현재 검토 중.

저자도 후기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활자로 된 달착지근 러브로맨스는 영상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독특한 울림이 있다. 모두가 같은 것을 바라보는 시각적인 매체와는 다르게, 각자의 판타지에 맞게 머릿속에서 자체적으로 변환을 거치는 과정이 따르기 때문이 아닐런지. 게다가 군이라는 일반인과는 동떨어진 집단을 소재로 하고 나니까, '폐쇄적인 활동공간에서 제복차림의 젊은남녀들이 엮어내는 여러 가지 러브스토리....' 라는 묘하게 두근두근한 맛이 나는 완성품이 나왔다. 다만, '탈영'이라던가 '인식표'와 같은 기본적인 군대용어 까지도 '탈책'이니 '도그태그'니 하는 식으로 그대로 옮겨놓아서 이따금씩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아쉬운 부분. 군이라고 하면 으레 완전군장에 소총을 둘러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모습을 연상하게 마련이지만 의외로 군대에는 여성스러움이 부각되는 일들이 꽤 많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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