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름 모중석 스릴러 클럽 27
루스 뉴먼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거창한 도입부와 맥 빠지는 엔딩에 질린 당신에게 추천한다! 마지막 50페이지가 이토록 숨 가쁘게 넘어간 책은 없었다!" 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이미 선수를 빼앗겼다. <스타매거진 UK>의 추천사다. 내맘과도 같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는 건 바로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일게다.

캠퍼스 안에서 벌어진 끔찍한 세건의 연쇄살인사건. 피해자는 모두 미모의 여학생들이며 절친한 친구 사이.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피해자인 '준 오케웨노'의 처참한 시체 옆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고 발견된 '올리비아'의 증언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올리비아는 당시의 충격으로 기억상실 상태에 놓이고 만다. 과연 그녀의 남자친구이자 유력한 용의자인 '닉'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까? 법의학자 '매튜'가 올리비아의 기억을 되살려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순수해 보이던 그녀의 안에서 나타난 것은 올리비아가 아닌 또다른 누군가였다.

한때는 '해리성 정체 장애' 즉 '다중인격'이 그야말로 충격적인 소재이던 때가 있었다. 대반전의 끝이자, 서스펜스와 공포를 교묘하게 넘나드는 최적의 이야깃거리였다. 그런데 여러작가의 작품을 거치는 동안 단물 콧물 다 빠져 버린 지금은, 좋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이만큼 진부한 소재도 없다. 이것을 가지고 우려낼 수 있는 국물이란 국물은 이미 질릴만큼 다 맛 봤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초반에 올리비아가 해리성 정체 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정말이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언제적 다중인격이냐! 하고. 그런데 소설은 아직도 갈길이 멀었는데 올리비아의 병명이 밝혀지는 타이밍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사건은 또다른 상황으로 급박하게 전개된다. 지금까지의 다중인격 이야기들과는 다른 접근법으로 잇달아 뒤집기를 시도한다. 너무 빨리 실망했던 게 민망할 만큼 중반 이후의 몰입도는 상당하다.

이미 잘 알려진 재료를 또 한번 쥐어짜려면, 그저 작가의 상상력에 의지하는 것 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이다. '해리성 정체 장애' 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그 사례, 최면에 대한 정보, 그밖의 관련 범죄행위에 대한 법조항, 법의 사각지대와 맹점에 대한 부분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집된 자료에 기반한 치밀한 스토리는, 처참한 살해방식을 제외하면 다소 평이했던 시작과는 다르게 뒷부분으로 갈수록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식상함이란, 재료의 문제가 아니구나 하고 깨닫는다.

다만,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중간에 큰 반전이 하나 터져도 남은 분량으로 뭔가가 더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충격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건 뭐 어쩔수 없는 것. 최종회를 알 수 없는 연재소설 형태였다면 보다 더 흥미진진했으려나. 등장인물들의 매력도라는 면에서는, 법의학자인 매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올리비아와 올리비아의 증언을 위해 존재하는 듯한 것이 조금 아쉽다.

인간은 진실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진실은 그렇게 가려진 채로 남는다. 그런데.... 그걸 갑자기 꺼내서 눈 앞에 들이미니까! 놀라지 않고 배길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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