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게타카 1
마야마 진 지음, 이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최근 장안에 화제가 되고 있는 얼굴없는 경제대통령 미네르바가 추천한 도서라고 해서 읽어보았습니다. 하게타카란 정식으로는 기업사냥꾼, 즉 벌처펀드(vulture fund)를 의미합니다. 복수의 기관투자자나 개인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부실기업을 매입해 경영을 정상화 한뒤 되팔아 차익을 얻는 회사 또는 그 투자자금. 죽은 동물의 고기를 먹어치우는 콘도르vulture 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는 역자의 설명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것. 그리고 그들의 매수 대상은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이나 또는 도산한 기업입니다.
이 소설은 1997년부터 2004년이 무대입니다. 외자계 투자 펀드의 일본인 매니저 와시즈 마사히코, 미쓰바은행의 부실채권 처리 담당자인 시바노, 그리고 세계적인 호텔 그룹에서 사상 최연소의 이사로 발탁 되었으면서도 친가의 명문 호텔을 부채를 떠안은 채 계승하기로 한 마쓰히라 다카코를 중심으로 부실채권의 처리나 기업의 매수, 재생등이 그려져 있습니다. 리얼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려져 있는 것은 픽션인 것 같고, 이 소설, NHK에서 드라마화도 되었습니다. 몰랐습니다.
이야기는 1989년, 한 남자가 도쿄 가스미가세키의 대장성에서 할복 자살을 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와시즈 마사히코는 뉴욕에서 아르바이트로 바이어 일을 하면서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쫓고 있습니다. 와시즈는 바이아웃의 신으로 불리고 있던 앨버트 클라리스의 눈에 띄어 벌처펀드 비지니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지만 피아니스트가 되는 꿈을 완전히 단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피아노를 버리고 썩은 고기를 먹는 콘도르가 아닌 골든이글이 되겠다고 맹세, 그 세계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합니다.
1997년, 미쓰바은행의 부실채권을 일괄해서 매각하는 벌크 세일 담당이었던 시바노는 매수 펀드의 입장으로 찾아온 호라이즌 캐피털의 대표이사인 와시즈와 만납니다. 회수 불가능한 불량채권을 벌크에 넣어 버리려고 하는 미쓰바은행의 상층부의 방식에 불만을 품으면서도 지시에 따라 벌크를 수행하려 하는 시바노. 그러나 와시즈가 내민 정밀한 조사 결과는 시바노들의 기대치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리고 명문 리조트 호텔 미카도호텔의 오너인 마스히라가의 장녀 마쓰히러 다카코는 18살이 되던 해에 부친의 반대를 무릅쓰고 호텔 공부를 위해 스위스로 유학, 대학졸업 뒤에는 다시 런던의 호텔에서 착실하게 공부, 그리고 만반의 준비를 다해 귀국했지만 미카도호텔로 돌아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런던에서 신세를 진 지배인과 함께 오다이바의 호텔에서 프런트 매니저로서 일합니다. 그 무렵 미카도 호텔은 고액의 부채가 회수 불능이 되어 경영상태가 악화일로의 걷고 있었습니다.
와시즈는 버블 붕괴 후에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게 된, 그 불경기에 괴로워하는 일본에서,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을 차례차례로 매수해 갑니다. 이 수완은 정말 훌륭합니다. 적대하는 펀드로부터 방해를 받거나 또는 매수대상인 기업으로부터는 큰 반발을 사기도 합니다만, 와시즈가 걷고 있는 길이 별로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죽은고기에 모여드는 하게타카, 콘도르 따위로 비하되고는 있지만, 버블 붕괴 후 썩어 가는 일본 경제의 구세주였던 것은 과연 어느쪽일지?
버블시대에 계속해서 무책임한 융자를 하고 있던 은행이나, 방만 경영을 실시하고 있던 기업이 기업사냥꾼들에게 먹히는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마추어의 눈으로 보아서일까요. 분명 하게타카는 자신들의 이익을 확신하기 때문에 기업 매수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매수한 기업은 보기좋게 재생되고 있죠. 회사를 사물화하고 고액의 부채를 안아가면서, 자신들만은 우아한 생활을 하는 방만 경영을 해왔으면서도 막상 먹히게 되자 책임을 전가하려 하는 경영자들에게는 나도 모르게 화가 나는것을 어쩔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외자계의 벌처펀드들이 이 소설과 같이 정말로 일본 경제 재생을 생각해서 매수극을 벌였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없었으면 일본이라는 나라의 경제가 이렇게까지 보기좋게 회생될수 있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그건 그렇고 와시즈라는 인물이나 다카코는 정말 확실한 일솜씨를 가지고 있고 정신적으로도 강합니다. 특히 와시즈의 모습은 굉장히 근사합니다. 호라이즌 캐피탈이 자신들이 세운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는 부분도 그들에게 더욱 호감을 갖게 합니다.
그리고 클라이막스에서 밝혀지는 진실에는 경악. 스토리가 상당히 길어서 읽는 동안 그런 일 따위는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소설로서도 매우 재미있었고,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리얼리티가 있는 이야기 덕분에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하게타카2도 나와 있는 것 같은데 부디 이 작품도 접해볼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