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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 (상) ㅣ 환상문학전집 25
닐 게이먼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닐 게이먼이라는 작가를 좋아하거나 신화세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작품이 아닐수 없습니다. 신들의 전쟁은 우리나라에도 얼마전에 영화와 그 원작소설이 소개되었던 <스타더스트>의 작가이자 걸작으로 유명한 코믹 <샌드맨>의 원작자인 닐 게이먼이, 본인의 장기인 SF판타지의 형식으로 현대 미국 사회를 그려낸 소설입니다.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등 SF소설이 받을수 있는 권위있는 상은 모두 휩쓴 작품이기도 합니다.
모범수가 되어 3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사랑하는 아내의 곁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던 섀도에게 비보가 날아듭니다. 재회를 목전에 두고 있던 아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입니다. 실의에 빠져있던 섀도의 앞에, 웬즈데이라는 남자가 나타나 그를 고용합니다. 그리고 분명히 죽어서 땅속에 묻혔을 터인 아내가 황당하게도 다시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는 오래전 이민자들과 함께 옮겨온 세계 각국의 신들이 조용히 살고 있었습니다. 북유럽 신화속의 신들, 아프리카의 신들, 인도의 신들... 시대가 변하고 신앙이 사라져 감에 따라서 신들도 힘을 잃고 지금은 각자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사회의 하층민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새로운 신들도 있습니다. 티비 미디어의 신, 영화의 신, 자동차의 신, 인터넷의 신... 그들은 각각 시대의 조류에 편승해서 거대한 힘을 얻고 역시 인간의 모습으로, 하지만 옛날 신들과는 다르게 상류층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들 미국의 신들의 세계에 전대미문의 폭풍우가 몰아치려 하고 있습니다. 옛 신들과 새로운 신들 사이에서 생존이 달린 싸움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쟁에 대비해서 옛 신들을 결집하려고 하는 북유럽 신화의 신 오딘에게 이끌려 섀도도 본의 아니게 신들의 싸움의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 들어가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북유럽 신화나 이집트 신화, 슬라브 신화 정도는 독자가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쓰여져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모른다고 해도 즐길수야 있겠지만 조금 의미를 알기 힘든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구의 신들 간의 전쟁이라는 소재에 비하면 화려은 장면은 많지 않지만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신비한 느낌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성실하게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 추레한 인상의 옛날 신들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매우 마음에 듭니다. 또 아이템을 사용하는 방법이라던가 소소한 에피소드의 묘사가 대단히 능수능란하다고 느꼈습니다.
판타지나 신화를 좋아해서인지 설정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몰두할수 있었습니다. 닐게이먼이 샌드맨이라는 코믹으로 잘 알려져 있듯이, 이 책에도 비주얼 노블의 한장면 한장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영상미 넘치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인물들의 대사에서는 코믹의 어조나 감성이 많이 느껴집니다. 매트릭스 풍의 멋진 등장인물까지 포함해서 정말로 한편의 비주얼 노블을 읽은것 같은 기분입니다.
신들의 전쟁은 작가의 환상적인 상상력의 결정체이며, 또한 의미심장한 시니컬함, 그러면서도 애정이 담긴 시선으로 미국의 정신에 대해 이야기 해 나갑니다. 유럽의 신이 북아메리카의 토착신에게 싸움을 걸어 온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대단한 현대판 신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