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 - 고진하의 우파니샤드 기행
고진하 글.사진 / 비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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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땅덩어리 만큼이나 장대하고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나라답게 특유의 볼거리도 많은 나라 인도. 이런 인도인들 중에는 스스로 고행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피부에 낚시바늘을 꿰어 허공에 매달린채 고통을 참아내는가 하면, 몇년동안 한쪽으로만 굴러다니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이런 기이한 행동들이 종종 해외토픽에 실리곤 한다. 눈에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기인이다. 그 어떤 동기나 즐거움도 찾기 힘들것 같은 스스로를 학대하는 행위를 되풀이 하는 기이함 그 자체다. 그러나 마음의 눈을 열고 바라보면 이들은 기인이 아니라 내면의 참자아를 찾기 위한 수행자가 된다. 눈으로 보는 것과 마음의 눈에 비치는 광경은 같은 것이어도 서로 다른것이 된다.

우파니샤드의 지혜를 되새김질하며 떠나는 인도여행은 일반적인 여행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구걸하는 아이의 "당신이 칼리에요." 라는 외침에서 조차 "나에게 키스해주세요" 라고 누군가가 나무에 새겨놓은 사소한 글자까지도 커다란 의미가 되어 다가온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하나하나가 마음을 울리고 가르침을 준다. 

가히 신들의 나라라고 할만큼 수많은 신을 숭배하는 인도이지만 아무런 다툼없이 이 다양한 신들이 공존할수 있는 것은, 모든 신이 결국에는 브라흐만이며 그리고 나 스스로가 그 브라흐만의 일부임을 인도인들이 자각하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결국은 모두 같은곳을 바라보고 있으며, 같은 가르침을 받고 있는 것이다. 후미진 시골의 허름한 흙집에 살면서도, 초라한 살림살이 속에서도 어두운 그늘을 찾아볼수 없는 사람들. 이들에게서 소유에 얽매이지 않는 영혼의 자유로움과 몸에 밴 소박하고 절제된 삶의 향기가 피어나오는 것은 다 자신이 불멸의 자아임을, 아트만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는 불가촉 천민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카스트 제도의 최하층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들은 다른 계급과의 접촉이 금지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신분제로 따지자면 노비축에도 못드는 인간 이하의 존재이다. 전체 인구중에서 상당힌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까지도 아직 이들에 대한 처우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것을 보면, 그들 스스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밖에는 생각할수 없다. 그럴수 있는 것은 아마도 그들에게도 역시 아트만이라는 자각이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땅히 자신이 짊어져야할 업보로 생각하기 때문에, 현실에 연연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스쳐지나가는 순간이라 믿기 때문에 고된 현실을 인내해 나갈수 있는게 아닌가, 강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불가촉천민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쩌면 이런 믿음이 오히려 신분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저자는 시인이자 현직 목사이기도 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써 타종교의 교리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 일견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우리자신이 우주이며 모든것의 일부분이다, 불멸의 신성 아트만이며 더 나아가 우주적 신성인 브라흐만과 하나라는 가르침의 본질은 모든 종교가 다르지 않다.

"내안에 살아 있는 '불멸의 신성, 아트만'을 아는 것과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통해 '하느님의 아들'임을 자각하는 것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도. 하여간 나는 이 여정을 통해 내 영혼의 스승인 예수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기독교 영성에 대한 이해도 더 풍부해졌다고 고백하고 싶다."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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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참하라 - 상 - 백성 편에서 본 조선통사 우리역사 진실 찾기 1
백지원 지음 / 진명출판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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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지기 때문에 쓰여지는 순간부터 왜곡을 피할수 없는 것이다." (183쪽)

역사는 그 어떤 픽션보다도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렇지만 사건의 나열식이 될수밖에 없는 역사서는 때로는 딱딱하고 지루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책은 역사속에서 약자일수밖에 없는 백성의 편에서 바라본 조선의 역사이다. <왕을 참하라>라는, 소설을 연상케 하는 제목도 그렇지만 잘못 알려진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접근방식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잘알고 있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의 허구성, 인물들에 대한 오해, 거짓된 일화등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진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알린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조선사 전체를 부정하고 비난하는 듯한 격앙된 어조의 머리말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저자의 생각으로 이끌어가는 편향적인 내용의 책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객관적인 사실을 서술하는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저자의 의견은 추임새정도의 느낌일뿐 그로 인해서 어느 한쪽으로 중심을 잃지는 않는다. 딱딱한 문체의 다른 역사서와 비교하면 그 서술방식이 자유롭다. 저자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마치 재미있는 역사강의를 듣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조선의 정치제도는 백성들을 수탈할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뒷받침 되어 있었다느니, 조선의 왕들을 얼뜨기들의 행진이라 표현하질 않나, 27명의 왕중에서 세종과 정조 두명의 명군과 그나마 밥값을 한 5명, 죽값을 한 왕 두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얼뜨기 멍청이 덜떨어지고 무능하고 모자란 인물들이며, 그중에서도 선조와 인조는 소인배중에 소인배라 말하고 있을 만큼 신랄하다. 과거제도가 잘나가는 집안 자제들을 위한 허울뿐인 무대이며, 심지어는 시험장 안에서 막걸리를 파는 잡상인이 돌아다닐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하면 믿을수 있겠는가. 이 책에서 말하는 조선시대의 양반들은 그야말로 무뢰배중에 무뢰배이자 자기들 밥그릇만 생각하는 소인배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흔히 잘 알고 있는 노론 벽파들, 조선을 망친 그 주역들이 나라를 잃은 뒤에는 고스란히 친일파로 옮겨가 여전히 잘먹고 잘살았다는 대목에서는 분통이 터져버린다. 

대다수의 백성들이 조선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내내 그들을 위한 소모품이었던 셈이다. 그런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혹은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을, 모두가 공공연하게 알고는 있지만 쉬쉬하고 있던 연예계의 곪은 스캔들을 터뜨리듯 마구 쏟아낸다. 이토록 집요하게 양반들의 치부를 들추어내는 저자가 혹시라도 양반에 대한 억하심정이라도 가지고 있는것이 아닌가하면, 저자 역시도 양반가문의 자손이며, 독자의 입장에서도 결코 불쾌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재미도 재미지만 단지 재미를 위해서 비판과 비난을 일삼는 책이 아닌 까닭이다. 그런 신랄함 중간중간에 나오는 세계적인 명군 세종의 이야기나, 세계에 유래가 없는 한글의 우수성, 조선 대포의 우수함, 대마도를 정복한 이야기등 우리 조상님들의 자랑스러운 모습과 그업적들은 그래서 더욱 감동스럽고 뿌듯하게 느껴진다.

악명높은 인도의 카스트제도조차도 조선의 신분제의 악독함과는 견줄수가 없을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조선의 백성들이 핍박과 고통속에서 살아왔을지 능히 짐작이 간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정도에 차이는 있더라도 어느나라 어느 역사속에도 신분제나 역사가 승자에 쓰여지고 왜곡되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해서 역사연구가 진행되고 있는게 아닌가. 이 책에 실린 조선의 치부가 우리 조상들을 폄하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잃을만한 그런것들은 아니라고 본다. 아픈 과거를 살아온 조상들의 역사와 과오를 배울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더이상 우리 역사가 같은 실수를 답습하지 않도록 반성과 성찰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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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Speed Reading 영어 속독법 : 입문편 - 토익 토플 텝스 SAT 수능의 정복자 English Speed Reading 영어 속독법 4
신동운 지음 / 스타북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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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영어교제를 생각하면 조금 곤란하다. 이책은 <뇌를 깨우는 영어속독법>이라는 홍보문구처럼 속독법을 사용해서 효과적으로 영어를 공부할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을 많이 읽거나 공부를 하다보면, 책읽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싶다는 욕구를 많이 느끼게 마련이다. 같은 시간안에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을수 있다면 그것이 더 효율적인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속독법은 책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만 단축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로 인간의 뇌를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잠들어 있던 뇌의 부분들까지도 잠을 깨워 활성화 한다.

운동부족이면 머리가 둔해진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첫 부분에서는 뇌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놓는 생활습관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뇌를 둔하게 만드는 습관들을 지적하고 생각하는 두뇌로 만들기 위한 운동법, 식생활, 암기법등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요컨데 대단한 우리 뇌의 능력중에서 평소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우뇌를 속독이 가능하도록 예열하는 과정중 첫단계라고 할수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호흡법이라던가 안구운동, 속독의 효과등을 이야기하고 본격적으로 뇌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등을 소개한다.

본격적인 속독법 훈련에 들어가면 숫자라던가 활자로 이루어진 훈련도표, 말하자면 훈련도구가 몇페이지에 걸쳐 이어진다. 각 도표마다 훈련방법과 그 효과가 설명되어 있어서 혼자서 훈련하는데에도 큰 불편은 없다. 여기까지가 보통의 속독법에 대한 것을 다루고 있었다면 이 뒤로 이어지는 내용들은 모두 영어 학습에 속독법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익숙한 우리말의 경우에는 그 문장구조, 단어 하나하나가 눈에 착착 들러붙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라면 언뜻 생각하기에도 속독은 무리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모르는 단어, 익숙하지 않은 문장구조를 가진 외국어를 천천히 읽고 해석하기에도 벅찬데 과연 속독법을 사용해서 읽어낼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들수 밖에 없다.

어찌되었든 이 책에서는 그런 영어 문장을 속독법으로 읽어내는 기술을 알려준다. 그 방법들마다 역시 속독법의 경우처럼 숙달될수 있는 연습문제를 제공해준다. 하루 아침에 속독법에 통달할수도 없는 일이고 더더군다가 한번 읽어본것 만으로 그 학습효과를 체감한다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어떤 평이나 소감을 말한다는 것은 어렵다. 다만 평소에도 속독법 자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여기에서 소개하는 학습방법이, 빨리 통달하고 싶은, 상당히 의욕이 넘치게 만드는 내용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영어 학습법으로서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공부법, 두뇌 사용법을 배우는 교재로써 관심을 가져 볼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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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문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2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변용란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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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의 생일, 우연히 일어난 작은 사고가 그녀와 컬렌 일가 사이에 가로막혀 있는 높은 장벽을 일깨워줍니다. 벨라와 에드워드, 둘은 결국 헤어져 버립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고뇌로 점철된 소설이지만, 실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중에서도 특히 벨라의 고뇌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독자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가슴을 앓게 될지도 모릅니다. 몰입도는 상당히 높은편입니다.

이번편에서는 컬렌일가 이외의 다른 흡혈귀 일족이 등장하거나, 제이콥에게 아주 대단한 변화가 일어난다거나, 전작에서처럼 기분나쁜 흡혈귀의 그림자가 팔랑팔랑거리고, 벨라의 주변이 점점 소란스러워져 갑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벨라의 아버지만은 딸을 생각하는 보통의 아버지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서 그나마 안도감을 줍니다. 마지막에는 벨라와 에드워드 커플의 관계가 다시 재개되기는 하지만, 전작처럼 평온한 결말은 아닙니다. 다음편이 몹시 궁금해지게 합니다.  

에드워드와의 괴로운 이별이 있은 후 수개월 뒤, 아직도 곤란한 상황에 처할때면 마음속에서 에드워드의 목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자신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는 것을 깨닫은 벨라는, 우연히 손에 넣은 2대의 폐오토바이의 수리를 제이콥에게 부탁하고, 오토바이 타는 연습을 시작합니다. 따뜻하게 대해주는 제이콥의 옆에서 벨라는 안도감을 느끼고 나날이 건강을 되찾아 가지만, 제이콥이 자신에게 우정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제이콥은 벨라의 옆에서 그녀를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제이콥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신적으로 너덜너덜해진 벨라에게 있어서 제이콥의 존재는 생각 이상으로 크고 의지가 됩니다. 도저히 떨어진다는 것은 생각할수 없습니다. 제이콥이 병으로 쓰러져 만날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면서 속을 끓인 벨라가 그를 찾아가지만, 거기에는 완전히 변해 버린 모습의 제이콥이 있습니다. 급변한 태도에 놀란 벨라는 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다그치지만, 제이콥은 입을 닫은채로 떠나 버립니다. 슬픔으로 몸이 찢어지는 벨라는 예전에 에드워드와 함께 보냈던 곳을 찾아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그곳에 벨라의 목숨을 노리는 다른 뱀파이어가 나타납니다.

에드워드는 자신과 함께 있기 때문에 벨라가 위험해진다고 생각해서 그녀의 곁을 떠난 것이지만, 에드워드가 없어져도 벨라의 주위에는 여전히 위험이 잔뜩 도사리고 있고, 떠난 에드워드를 대신해서 제이콥이 벨라의 몸을 지킵니다. 에드워드의 주가는 폭락하고 제이콥이 상한가를 치는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저히 16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어른스러워진 제이콥을 바라보는 벨라의 기분도 이해할수 있습니다. 

그 제이콥에게도 에드워드를 능가하는 비밀이 있어서 벨라를 피하기 시작합니다만, 그 비밀을 알게 된 벨라는 당황하면서도 제이콥의 옆에 계속 있기를 원합니다. 투명한 것 같은 미형의 에드워드와는 대조적으로 구릿빛 피부에 건장한 체격의 제이콥. 여자라면 어느쪽이라도 버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비가좋냐 구준표가 좋냐... 남자라 둘다 별로 관심은 없고, 섹시한 여성캐릭터가 한명 추가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해 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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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와인 환상문학전집 1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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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와인 병속에는 여름날의 반짝임이 가득 차 있다. 1928년, 일리노이주 그린타운에 여름이 왔다가 그리고 떠나갔다. 이번 여름, 12살의 더글라스 스폴딩은 생의 기쁨이나 죽음의 공포, 인생의 고독이나 비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이상한 힘이나 우주의 신비등, 다양한 것을 알았다. 이 이야기는, 더글라스의 한 여름의 추억과 소년을 둘러싼 시골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에피소드 모음집이며, 환상적인 판타지다.

여름이라는 계절은 아주 특별한 계절이다. 한창때에는 특별하게 빛나고 떠나 갈 때는 또한 특별한 안타까움이나 슬픔이 있다. <여름>을 가둬둘수 있다면, 어디엔가 넣어 둘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민들레와인은>은 그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준다. 민들레와인이 담긴 병 하나하나마다 여름을 넣어 둔다. 가을에도 겨울에도 그 병의 뚜껑을 열기만 하면 여름이 되살아 나온다. 민들레 와인을 입안에 머금고 있으면, 이번 여름의 모든 것이 생생하게 되살아날 것이다.

브래드버리의 문장은 소설이면서 시이기도 하다. 한문장 한문장이 머금고 있는 그 희미한 이미지도 함께 맛봐 주었으면 한다. 연작 단편의 형식을 한, 시와 같은 이야기. 이야기는 어린 두 형제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시점은 마치 그것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인 것처럼 이리저리로 움직인다. 마을주민들에게 초점이 맞추어지는가 하고 생각하고 있으면, 또 어디인지 모를 공간에서 내려다 보듯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화자는 항상 주위에 머무르고 있다가 귀 바로 뒤쪽 어딘가에서 속삭이듯 말을 걸어 오는 것이다.

민들레와인을 읽는데는 끈기가 필요하다. 시간때우기로 읽거나 속독을 허락하지 않는다. 책에 집중 해서,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 하나의 장,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마음의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근본적인 무언가를 흔들어, 고양시켜, 불안에 빠뜨리고 슬프게해, 어쩐지 나른하고 마음이 편하게 해 준다. 자신의 안에서 꿈틀대는 무언가를 느낄수가 있다.

이 작품에는, 병 속에 소중히 담아두고 싶은 여름날의 추억으로 가득 차 있다. 이상한 힘을 가지고 있는 운동화, 살아 있다는 실감으로 넘치게 해 주는〈무언가>, 전차 피크닉, 그려져 있는 것은 하나같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일상의 단편, 비유로 가득 찬 이미지의 세계, 신비한 힘, 상상력으로 가득 찬 꿈, 그리운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것, 우주를 여행 하고 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게 하는 것등등 다양해서 읽는이에 따라서 여러가지의 해석이 나올수가 있다. 다만, 언제 누가 읽어도, 더글라스에게 찾아온 것과 같은 그 여름날의 반짝임만은 틀림없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추운 계절이 찾아와도, 여름날의 빛은 결코 바래지않는다. 민들레와인만 있으면 언제라도 그 빛나는 시간 속에 있을 수 있으니까. 가만히 둘러보면 우리주위에도 민들레와인은 얼마든지 있다.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든 봄냄새일수도 있고, 창고안에 잠자고 있는 낡은 책 한권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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