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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참하라 - 상 - 백성 편에서 본 조선통사 ㅣ 우리역사 진실 찾기 1
백지원 지음 / 진명출판사 / 2009년 2월
평점 :
"모든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지기 때문에 쓰여지는 순간부터 왜곡을 피할수 없는 것이다." (183쪽)
역사는 그 어떤 픽션보다도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렇지만 사건의 나열식이 될수밖에 없는 역사서는 때로는 딱딱하고 지루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책은 역사속에서 약자일수밖에 없는 백성의 편에서 바라본 조선의 역사이다. <왕을 참하라>라는, 소설을 연상케 하는 제목도 그렇지만 잘못 알려진 역사를 바로잡는다는 접근방식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잘알고 있는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의 허구성, 인물들에 대한 오해, 거짓된 일화등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진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 알린다는 취지라고는 하지만 조선사 전체를 부정하고 비난하는 듯한 격앙된 어조의 머리말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저자의 생각으로 이끌어가는 편향적인 내용의 책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객관적인 사실을 서술하는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저자의 의견은 추임새정도의 느낌일뿐 그로 인해서 어느 한쪽으로 중심을 잃지는 않는다. 딱딱한 문체의 다른 역사서와 비교하면 그 서술방식이 자유롭다. 저자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마치 재미있는 역사강의를 듣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조선의 정치제도는 백성들을 수탈할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뒷받침 되어 있었다느니, 조선의 왕들을 얼뜨기들의 행진이라 표현하질 않나, 27명의 왕중에서 세종과 정조 두명의 명군과 그나마 밥값을 한 5명, 죽값을 한 왕 두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얼뜨기 멍청이 덜떨어지고 무능하고 모자란 인물들이며, 그중에서도 선조와 인조는 소인배중에 소인배라 말하고 있을 만큼 신랄하다. 과거제도가 잘나가는 집안 자제들을 위한 허울뿐인 무대이며, 심지어는 시험장 안에서 막걸리를 파는 잡상인이 돌아다닐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고 하면 믿을수 있겠는가. 이 책에서 말하는 조선시대의 양반들은 그야말로 무뢰배중에 무뢰배이자 자기들 밥그릇만 생각하는 소인배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흔히 잘 알고 있는 노론 벽파들, 조선을 망친 그 주역들이 나라를 잃은 뒤에는 고스란히 친일파로 옮겨가 여전히 잘먹고 잘살았다는 대목에서는 분통이 터져버린다.
대다수의 백성들이 조선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 내내 그들을 위한 소모품이었던 셈이다. 그런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혹은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을, 모두가 공공연하게 알고는 있지만 쉬쉬하고 있던 연예계의 곪은 스캔들을 터뜨리듯 마구 쏟아낸다. 이토록 집요하게 양반들의 치부를 들추어내는 저자가 혹시라도 양반에 대한 억하심정이라도 가지고 있는것이 아닌가하면, 저자 역시도 양반가문의 자손이며, 독자의 입장에서도 결코 불쾌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재미도 재미지만 단지 재미를 위해서 비판과 비난을 일삼는 책이 아닌 까닭이다. 그런 신랄함 중간중간에 나오는 세계적인 명군 세종의 이야기나, 세계에 유래가 없는 한글의 우수성, 조선 대포의 우수함, 대마도를 정복한 이야기등 우리 조상님들의 자랑스러운 모습과 그업적들은 그래서 더욱 감동스럽고 뿌듯하게 느껴진다.
악명높은 인도의 카스트제도조차도 조선의 신분제의 악독함과는 견줄수가 없을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조선의 백성들이 핍박과 고통속에서 살아왔을지 능히 짐작이 간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정도에 차이는 있더라도 어느나라 어느 역사속에도 신분제나 역사가 승자에 쓰여지고 왜곡되기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해서 역사연구가 진행되고 있는게 아닌가. 이 책에 실린 조선의 치부가 우리 조상들을 폄하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잃을만한 그런것들은 아니라고 본다. 아픈 과거를 살아온 조상들의 역사와 과오를 배울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더이상 우리 역사가 같은 실수를 답습하지 않도록 반성과 성찰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