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 나를 사랑하게 하는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자존감과 열등감은 객관적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관점을 바꾸면 열등감의 감옥에서 나올 수 있다. 마치 검은 색안경을 벗고 밝은 세상을 볼 때처럼 세상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열등감은 자신을 항상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지만 무의식 중에 진행되기 때문에 정작 자신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릴 때부터 항상 자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살아온 사람은 어느새 그것이 습관이 되어 익숙해져 버린다.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해 버린다. 어떠한 상황에 마주치면 조건 반사적으로 열등감에 빠져 버린다. 세상이 온통 어둡기만 하다. 따라서 열등감을 안고 사는 사람의 인생은 우울하고 비관적일 수 밖에 없다.

자존감은 사람을 살아 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자존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자존감이야 말로 사람을 당당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자존감이 무너지면 마음이 병들며 자존감이 회복되면 마음이 건강해진다. 1부에서는 열등감이라는 것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얼마나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실제사례를 들어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사람들이 열등감을 갖게 되는 조건, 3부 역시 열등감의 원인과 그 조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눈, 키, 외모 부모나 집안등의 타고난 조건에 대한 열등감과, 가난, 학벌, 성폭행이나 왕따같은 상처받은 경험들로 인한 후천적 조건에 대한 열등감, 그리고 자존감이 대인관계와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4부에서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이 흔히 겪게 되는 다양한 정신질환과 개개의 성격에 따른 자존감 추구방법,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존감을 누리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열등감에 빠져 괴로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이 감정들이 자신이 갖추고 있는 조건에 따른 합리적인 감정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뛰어난 외모에 물질적으로도 풍부하고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열등감에 빠져 사는가 하면 반대로 열악한 외적 조건에도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을 부정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이다. 예쁜 동생 때문에 외모에 자신감을 잃은 P, 젋고 유능한 부인이 눈이 작은데서 오는 열등감으로 인해 한번도 본 적 없는 술집 여종업원과 자신을 비교하는 사례들을 통해 자존감과 열등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존감이란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다.

사람들은 조건이 아닌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며, 또한 자신도 그렇게 사랑받기를 원한다. 자신의 고유하고 소중한 인생을 열등감으로 무기력하게 만든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이 없다. 어릴적 자존감의 형성은 부모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로 남아있는 게 아니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부모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다행히도 이 자존감은 얼마든지 회복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사례들은 모두 심각한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존감을 되찾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외모가 출중하고 집안이 좋다고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며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반드시 남들보다 잘나야 할 필요는 없으며,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인생을 내 나름대로 살아갈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올림포스 Olympos
댄 시먼스 지음, 김수연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려 천 페이지 하고도 백페이지 가까이나 더 초과한 묵직한 무거운 양장본. 마치 근력 트레이닝을 부수적인 효과로 생각하고 만들어진 듯한 압도적인 분량이지만, 여기에 전작인 <일리움>을 더하면 다시 이천 페이지를 초과해 버리는 대작 스페이스 오페라 시리즈다. 전작인 <일리움>을 이미 읽었거나, 저자의 다른 작품을 원서로 접한 적이 있어서(아, "테러" 읽고 싶다) "댄 시먼스"의 매력을 충분히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사실 다른 말 필요없이 <올림포스> 나왔다고 알려주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광대한 우주나 혹성을 무대로 운명에 맞서 싸워 필사적으로 살아 남으려 하는, 그런 개개의 인간들의 큰 생을 그려내는 시먼스의 스타일은 올림포스에 와서도 여전하기 때문에 역시 시먼스다 하는 생각으로 읽을 수 있다. 댄 시먼스의 작품을 한번도 읽은 적 없고 너무 두꺼워서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는 사람에게는 "한마디로 아주 재미있으니까 일단 읽으세요"라고 말하고 끝내고 싶지만, 그건 너무 불친절한 듯 하고 나름대로 올림포스(일리움도 포함해서)를 읽고 즐거웠던 포인트를 몇가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아득히 먼 미래, 첨단 과학의 힘을 빌어 강화된 그리스의 신들이 지구화 된 화성의 올림포스산에 정착해,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 그려진 것과 같은 일리움(트로이)에서의 인간들의 전쟁에 끼어든다. 이 첫번째 파트의 설정이 우선 훌륭하다. 도대체 왜, 누가 신들을 불러 이런 전쟁을 시키고 있는 것인가. 미래에 되살아난 학자 "호켄베리"는, 이 전쟁이 서서히 "일리아스"에 쓰여져 있는 전개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을 깨닫는다. 인간들이 신들에 대항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중심이 되는 인물은, 신들 자신이 첨단과학기술로 강화한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스". 그는 트로이의 숙적 "헥토르"와 손을 잡고 신들과의 항쟁을 시작한다.

어디선가 닮은 이야기를 본 적이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일리움/ 올림포스가 일리아스를 모티브로 해서 쓰여져 있기 때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학기술을 빌려 신화를 재현하는 것은 SF에서 자주 사용되는 수법이다. "일리아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도 이 이야기가 전혀 낮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수많은 영화나, 애니메이션, 만화책, 소설등을 통해 이미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 대서사시를 수없이 간접체험해 온 덕분이다. 막상 읽어보면 오히려 친근한 느낌마저 가지게 된다. 신과의 전쟁이란 결국, 한 사람의 생명, 혹은 그 존재가 너무나 간단하게 유린당하는 이 부조리한 "운명"과의 싸움과 다름없다. SF의 주제로는 이보다 더 심오할수 없다. 이 주제를 어떤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는지 다른 이야기들과 비교해가면서 읽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일리아스뿐만 아니라, 일리움/ 올림포스를 통해 환골탈태 하고 있는 문학작품은 그밖에도 많이 있다. 지구에 남겨진 인류가 소생을 반복하면서 향락적인 인생을 보내고 있다는 제2 파트에서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아다>에서 빌려온 것이라고 한다. 목성의 로봇들이 양자 이상의 수수께끼를 찾아 화성으로 향하는 제3 파트에서는 등장인물들이 "프루스트"나 "셰익스피어"에 대해 상당히 깊이까지 파고들어 이야기한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템피스트> 는 <일리아스>나 "셸리"의 <사슬에서 풀린 프로메테우스Prometheu Unbound>와 함께 이 작품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꼭 읽어 두고 싶은 작품이다. 물론 이런 고전들을 미리 읽어두지 않아도 올림포스를 즐기는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다 읽고 나면 이 책에서 언급되는 서양의 고전문학들도 덩달아 찾아 읽어보고 싶어지는 맹렬한 독서욕구에 휘말려 버린다.

까다로운 논리는 배재하고, 박력 있는 묘사, 템포 좋은 전개로 꿀떡꿀떡 읽어 삼키게 하는 것이 시먼스의 특색이다. 올림포스에서는 특히 전투장면의 묘사가 압권. 검과 창만으로 싸웠던 트로이 전쟁을 다루고 있으므로 당연히 몸과 몸이 부딪히고 피와 살이 흩날리는 강렬한 싸움이다. 마치 우락부락한 근육들의 섬세한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그려지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현대에 쓰여진, 그것도 SF소설에서 오래된 대서사시의 느낌을 이렇게까지 표현해 낼 수 있는 것은 대단하다. 이것을 위대한 고전문학에 대한 왜곡이라던가, 패러디로 점철된 소설이라 폄하할 사람은 없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또 어떻겠는가, 이렇게까지 재미있으면 그런 논쟁은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 여하튼 이상 일리움/ 올림포스의 아주 일부를 소개해 보았지만, 그밖에도 다양한 시점에서의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는 역작이며, 독서의 즐거움을 한계까지 만끽할 수 있는(적어도 장르소설 분야에 있어서는) 작품인 것만은 틀림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래그먼트 - 5억년을 기다려온 생물학적 재앙!
워렌 페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어린시절의 나는 대자연과 생태계의 신비에 대해 무한한 경외감을 품고 있는 지적이고 잘생긴 아이였다. 어른이 된 지금, 막연하던 어릴적 꿈이 현실로 이루어져 결국 생물학자가 되었다는 식으로 인생이 아름답게 전개되지는 않아서 기껏해야 티비앞에 쪼그리고 앉아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고 있을 뿐이지만, 언제 봐도 여전히 신비로운 동물의 왕국이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고 있는 동물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팽팽한 긴장감, 먹고 먹히는 살육전, 동족간의 힘겨루기, 일말의 동정심 없이 본능에 충실한 그 먹이사슬의 현장을 보고 있으면, 무질서 한 듯 보이는 그 안에 인간세상에 버금가는 수많은 규칙들이 자리잡고 있음을 발견하고 경탄하게 된다. 현존하는 동물들이 매일매일 그저 살아가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이러한데, 하물며 공룡이나 킹콩같은 괴수들의 에피소드쯤 되면 열광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폼나는 수퍼히어로들의 이야기만큼이나 흉칙한 괴수, 괴물과 같은 이형의 생명체가 영화의 소재로 자주 다루어지는 모양이다.

그런데 정말로 이런 이형의 생명체들은 우리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실제로 존재할 가망성은 전혀 없는 것일까. 이 생명체들이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질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지구상의 각양각색의 생명체들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오늘날 자신이 속한 환경에 가장 적합한 형태와 능력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 지구상에 오늘날까지도 인류의 손길이 닿지 않는 장소가 있어서 현재 알려져 있는 생물군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독자적인 진화를 해온 생물들이 존재하고 있다면? 그리고 이 낮선 생물들이 기존의 생물들에 비해 훨씬 공격적이고 위험한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면? 이 책 <프레그먼트>에는 그러한 상상에서 출발한, 독자적으로 진화해온 생물체들이 군집해 만들어내는 지구위의 또 하나의 생태계가 눈 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전세계 곳곳의 바다를 항해하며 이국적인 장소나 진귀한 동식물을 소개하는 인기 티비 프로그램 "시 라이프"의 스탭을 태운 트라이던트호가, 남태평양의 외딴섬 헨더스 섬으로부터 보내져 오는 구조 신호를 포착한다. 헨더스섬은 18 세기에 영국 군함이 단 한번 발견 한 적이 있었을 뿐,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조사도 이루어진 적이 없는 미지의 섬이었다. 전인미답의 땅에 상륙하게 된다는 흥분으로 들끓는 트라이던트 호의 탑승객들. 그러나 헨더스 섬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금껏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갑각류를 닮은 기괴하고 흉폭한 동식물의 무리였다.

낮선 생물들에 의헤 차례차례 학살되는 상륙 멤버들의 모습이 담긴 충격적인 영상이 전파를 타고 생방송으로 전세계에 중계된다. 너무나 충격적인 데다가 포커스가 제대로 맞추어져 있지 읺은 이 영상이 실제냐 연출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관심을 보인 미국 정부는 즉시 최신 장비를 갖춘 정예 조사대를 헨더스 섬에 보낸다. 그러나 헨더스섬의 가혹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이 강인한 생물군 앞에서는 NASA의 최신 장비마저 무력하다. 이 생물들이 만약 대륙에 상륙하게 된다면, 기존의 생태계는 순식간에 초토화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모든 생물은 즉시 멸종 당해 버린다.

이런 것 정말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좀처럼 보기힘든 계열의 소설. 에일리언처럼 동에번쩍 서에 번쩍하는 초강력 독불 장군 몬스터가 아니라 다수 대량의 생명체가 하나의 커다란 생태계를 이루고 살아간다는 설정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 공원>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서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후계자라느니, 테크노스릴러의 계보를 잇는다던가 하는 식으로 이야기 되고 있는 모양이다. 어쨌든, 영화라면 모를까 소설쪽에서는 의외로 많이 있었던 것 같으면서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류이고, 그러고보니 최근에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본 기억이 없다. 그런 타이밍에 혜성과 같이 나타난 이 소설은 표지에서부터 벌써 심상치 않은 포스가 풍겨나온다. 특히, 독자적으로 진화한 이형의 "생물군"이라는 설정이 오랫만에 나의 어린시절의 감성을 직격했다.

잘 만들어져 있다. 스피디한 전개는 지루할 틈이 없고, 진기한 괴기 생물들이 거침없이 꾸역꾸역 몰려 나오다가 마지막에는 휴머니티 맛까지 완비. 굉장하다. 여기서 일단, 그런 괴기 생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불법적인 연구의 부산물이라거나, 방사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돌연변이, 우주에서부터 흘러들어온 외계생명체같은 진부한 수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책에 나오는 생물들은 갑각류에 그 진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그야말로 철갑을 두르고 게다가 막 날아다니고 튀어오르는 등의 독창적인 형태를 하고 있지만, 진화생물학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창조된 것들이라는 점에서, 마구잡이 상상으로 이것도 붙여보고 저것도 붙여보고 해서 만들어진 B급 몬스터영화의 괴수들과는 그 태생이 다르다. 하나의 생물이 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서장에서부터 실례를 들어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생물의 수명이 근친교배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등 흥미로운 가설과 생물학적 지식들로 가득하다.

현실의 생태계와는 달리 원반개미, 헨더스 쥐, 헨더스 말벌, 스피거 등등의 헨더스 섬의 주민(생물)들의 생태계는 와일드의 극치를 달린다. 위 아래도 없고, 서로 먹고 먹히는 무시무시한 생태계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것은 주라기 공원보다 더 나은것이 아닌가. 유전공학을 기반으로 한 주라기 공원보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이 쪽이 더 설득력있게 들린다. 어쨌든 이런류의 작품에 굶주려 있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소중하게 받아들여질만한 작품. 기대에는 절대로 부응한다. 주라기 공원 이후로 <프레그먼트>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언제 또 이런 소설이 나와줄런지. 이 "지적인 몬스터 소설"은 보호 소설로 지정되어야 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lex2814 2011-08-23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번에 프레그먼트 쓴 작가가 후속작 낼 예정이랍니다. 이번에는 섬이 아닌 외부에 손이 닪지않은 동굴 스토리에 배경이라는 이야기가....
 
폴링 엔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1
윌리엄 요르츠버그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오컬트와 정통파 하드보일드의 절묘한 결합(1978년)으로 화제가 된 작품. "악마의 바이블"이라고도 불리운다는 "윌리엄 요르츠버그"의 바로 그 소설이다. 소설을 몰라도 이 작품을 영화화 한 앨런 파커 감독의 <엔젤 하트>는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원작도 영화 못지않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래서 매력있다!) 1950년대 뉴욕의 재즈맛 나는 분위기나, 기독교, 부두교등의 종교적인 서술도 흥미롭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을 방불케 하는 설정과 전개가 최고. 지금까지 뿔뿔이 흩어져 있던 모든 조각들이 모여 합쳐지는 결말부분에서는 등골이 오싹해진다.

1959년 뉴욕. 사립탐정인 "해리 엔젤"에게 어느 날 "루이 사이퍼"라는 수수께끼의 인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행방불명된 왕년의 인기 가수 "자니 페이버릿"을 찾아달라는 의뢰. 자니는 자원입대한 전쟁터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당해 전역 후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을 터였지만, 해리가 찾아가보니 병원에 있어야 할 자니는 15년전에 이미 누군가에게 병원밖으로 빼돌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마음 편하게 맡은 의뢰이지만 자니의 과거는 캐들어가면 갈수록 참혹한 사건으로 넘치고 있고, 해리에게 자니에 대한 정보를 주는 인물은 왠지 하나같이 잔혹한 방식으로 살해당해 버린다. 

그것은 마치 은폐 공작처럼 보인다. 범인은 자니의 행방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 해리가 더듬어 가는 길은 하나같이 막다른 곳을 향하고 있고, 쫓는 입장이던 해리는 어느새 쫓기는 입장이 되어 위험한 상황에 놓여버린다. 그리고 잔혹한 의식, 엄습해 오는 부두교의 어두운 그림자. 과연 자니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자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살해하는 자는 누구인가? 해리의 과거는? 루이 사이퍼의 정체는? 그리고 충격의 결말.

옛 기록들을 입수하거나, 바에서의 탐문 등, 의욕적으로 뉴욕 중심가를 돌아다니는 엔젤. 물론 술마시는 장면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오컬트한 냄새와 정통파 하드보일드의 진한 향이 골고루 배어 있다. 영화에서는 컬트색이 강조되고 있던 것 같은 기억이 어렴풋이 있는데, 원작은
정확하게 말하면 호러를 하드보일드적인 설정과 문체로 쓴 작품이라는 느낌? 필립 말로우에 버금가는 터프한 행동파에 인정미도 있는 하드보일드 탐정 해리 엔젤. 종국에는 예상치 못한 운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에는 장르를 넘나드는 반전이 등장하는 작품이 드물지 않지만 그런 류의 스토리의 선구자격인 작품이 바로 이 폴링엔젤이 아닐까 싶다.

"스티븐 킹"의 찬사를 인용하면 "레이먼드 챈들러가 엑소시스트를 쓴 것 같은 것". 폴링엔젤의 작풍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킹은 챈들러를 끌어다 붙이고 있지만, 나는 그 스타일상 오히려 챈들러보다 벨린저를 더 닮았다고 생각했다. 발표 당시에라면, 아마도 다 읽고 난 후 한동안 영혼을 강제로 뽑힌 것 같은 충격에 휩싸일만한 작품이지만, 영악한 독자가 넘쳐나는 요즘에 와서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런지.
미키 루크와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대결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엔젤 하트를 본 적은 있지만, 줄거리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관계로 초심으로 돌아가 순수하게 즐길 수 있었다. 평범한 하드보일드에 식상한 사람, 가끔씩은 변칙적인 미스터리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사람에게 강력하게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럽 미술의 거장들
스테파노 G. 카수 외 지음, 안혜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특권층의 전유물인 것도 아니고, 전문지식이나 특별한 라이센스를 가진 자에게만 허락되는 행위도 아닌데 왜 이렇게 하염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것인지. 예술을 애호하는 사람들에 대한 알듯 말듯한 거리감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나도 아름다운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때로는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 같은 벅찬 감동을 느끼곤 한다. 그렇지만 우연하게 찾아온 기회가 아니라면 그런 감동을 맛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초대받지 못한 자가 어줍잖게 기웃거리는 것 같아 왠지 껄끄럽다. 황당하게 들릴수도 있지만, 문외한으로서는 그것 자체가 하나의 오지탐험이자 국토대장정만큼이나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말하고보니 교양없는 것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럽기는 한데, 모르긴 몰라도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이 제법 많이(어쩌면 조금) 있을 거라 생각한다.

마음같아서는 전 유럽, 전세계을 돌아다니며 제목도 화가의 이름도 잘 모르는 그 명화들을 똘똘한 가이드들의 해박한 설명을 들으며 하나씩 섭렵해 나갈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그것이 물질적으로 시간적으로나 지식면으로나 현실성 떨어지는 바램에 지나지 않는 나에게 있어서, 이탈리아의 미술사학 분야의 권위자들의 새심한 설명이 달린 <유럽 미술의 거장들>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대리만족 이상의 충실한 가이드가 되어 주었다. 13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제작된 그림들 중 "유럽 미술에서 가장 큰 성취를 이룬 작품들"로 선별된 이 그림들은 큰 판형의 책 전체를 가득 메우는 전체그림으로 실려 있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중요한 부분이 부분적으로 확대되어서 실려 있기도 한데, 물론 실물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그 느낌을 생생히 전달받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다. 벽화를 포함해서 해당그림, 작가에 대한 전문가의 충실하고 세심한 해설, 그림이 제작된 당시의 시대적 배경등에 대한 설명들을 듣고 있으면 명화를 테마로 한 기차를 타고 유럽 역사의 터널 속을 뚫고 지나온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성지순례라고나 할까.

문외한이던 전문가던 그 감성에 귀천은 없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배경지식이라는 것이,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것만은 아닌 듯 하다. 그림의 기법이나 그림을 보는 안목은 접어두더라도, 그림이 담고 있는 의미나 역사적 배경등을 알고 난 뒤에야 비로소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을 보면, 이런 지식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불가결 한 것이라 하겠다. 그것이 예술 애호가들과의 미묘한 거리감의 정체라면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식견을 쌓아가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거장들의 위대한 손길을 눈앞에서 느껴보고 싶다. 실제로 마주하게 된다면 그 감동이 과연 어느 정도일까.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