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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노려보는 사람들
존 론슨 지음, 정미나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다 읽고 결국 뭐가 어떻다는건지 잘 모른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논픽션이라고는 하지만 컨셉자체가 블랙코미디라 의도적으로 바보같이 보이게 연출한다. 코믹 다큐라고 해도 좋다. 확실한 규명이라기 보다는 두리뭉실 그래서 결론이 어떻다는 것인지 모르는 곳이 너무 많고, 정작 중요한 부분은 교묘하게 잘 피해 다니고 있는 느낌이 든다. 재미있다고 생각한 것은 그 피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의도와 맞는 방향으로, 그러니까 아메리칸 스타일의 웃음 포인트를 잘 짚어내면 굉장히 재미있을수도(그래서 영화화도 되는 거겠지만), 반대로 너무 진지하게 몰두해서 읽으면 인생무상, 허무감을 안고 돌아서는 책이 될 수도 있으리라 본다.
모든 것은 베트남 전쟁의 패전에서부터 비롯된다. 징병제의 폐지와 함께 위신이 땅에 떨어져 낙담하는 군인들에게, 뉴 에이지 운동의 영향을 받은 어떤 장교가 엉뚱한 구상을 들려준다. 적을 상처 입히지 않는 평화의 군대, 흔히 말하는 "러브&피스"의 정신으로 무장한 군대다!
보통때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터무니없는 발상이지만, 패전의 악몽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는 상층부에는 매력적으로 비쳤다. 말하자면 현실 도피적으로 시작된 계획이지만...
이 책은 그러한 평화의 군대의 전사들의 궤적을 쫓은 취재기록이다. 실제로 초능력 훈련을 받은 남자들의 이야기는 황당 무계이고, 그 캐릭터도 정상궤도에서 두어발짝 쯤 비켜있는 엉성한 사람들 뿐이다.
일례를 들면,
글렌은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당겨 앉으며 말했다.
"당신은 들어오면서 앞문에서 뒷문까지 쭉 거쳐왔소. 그러면 우리 집에 의자가 몇 개나 되오?"
나는 아무 대답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다.
"당신은 우리 집에 몇 개의 의자가 있는 지 알지 못할거요."
나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슈퍼솔저(supersoldier)라면 볼 필요도 없소. 그냥 알 테니까."
"슈퍼솔저요?"
"그렇소, 슈퍼솔저. 제다이 전사요. 모든 빛의 소재를 알고 모든 힘의 출구를 아는 자. 대다수 사람들은 관찰력이 빈약하오. 주변에서 정말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이해 못하지."
"제다이 전사가 뭡니까?"
"당신은 지금 그 한 명을 보고 있소." 글렌이 말했다.(p25~26)
잠깐, 뭐냐 이거!
나오는건 이런 안습인 사람들뿐이지만, 한술 더떠서 본인들은 극도로 진지.
유리 겔러가 공작 활동에 관련되어 있다든가, 벽을 뚫고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장군이라든가, 염소를 노려 보는 것 만으로 죽였다던가, 이제 터무니없는 증언의 대행진이다.
하지만, 뭔가 엉성해 보이던 취재가 중반 이후로 가면 뭔가 갑작스레 묵직해진다.
이 초능력 부대가 오랜 시행 착오를 거쳐 만들어낸 기술이, 실은 테러리스트나 이라크전쟁의 포로들의 심문에 사용되고 있었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노래로 적을 물리친다는 거시적인 구상이 포로를 학대하는데 사용된다는 현실은 그렇다고 해도, 이것을 미디어에서 알고도 단순한 가십거리로밖에 취급하지 않는 것에는 아연실색했다. 마지막에는 과거에 CIA가 일으킨 사건에까지 이야기는 옮겨간다. 이 책은 거창하게 말하면 미국의, 그야말로<암흑면>을 다룬 것이었던 것이다!
터무니없는 소재를 가지고 냉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유머를 잔뜩 뿌려서 독특한 이야기로 만들어 낸다. 그 진지함과 유머의 배합이 절묘해서 논픽션이 아니라 소설로 만들어내도 색다른 맛이 있을 것 같다.
모든 게 확실하게 물증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고, 진짜와 가짜의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고 있는 부분이 크지만, 뭐, 꽤 충격적인 르포다.
이 책을 읽고 깨달은 게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며칠뒤에 서울에서 십만명쯤 죽는 사고가 일어난다고 예언했다고 치자. 그럼 한국 사람 같으면, 전쟁 발발? 63 빌딩의 붕괴? 핵폭탄? 화산폭발일까?(이건 좀 이상하다), 아 쓰나미가 몰려오는 구나! 정도의 예상을 할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엇나가도 UFO 의 도발이라든지, 화성인 침공, 혜성이 지구로 날아와 충돌한다던가 하는 발상은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미국인은 이런 것 예상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런 취재를 할 생각을 했는지. 이게 사실인지 어쩐지 아리까리. 그래서 결론은, 초능력으로 염소를 죽일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