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존 모중석 스릴러 클럽 12
앤드루 그로스 지음, 김진석 옮김 / 비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동이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고 더러워서 피한다고들 하지만 더러는 무서워서 피하게 되는 동도 있는 법이다. 예를 들자면 이 책에 나오는 마약조직의 경우가 그렇다. 배신자가 나오면 십년이 지나든 이십년이 지나든 지구끝까지 추적해 철저하게 보복한다. 도망다니다 보면 언젠가는 포기하겠지라는 일말의 희망도 가지지 못하게 한다. 배신자의 말로를 잘 알고 있는 조직원들이 조직에 등을 돌리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처절한 응징. 거야말로 이들이 조직을 유지해 가는 가장 위협적인 수단이자 효과적인 무기이다. 이 정도 되면 이미 동의 레벨이 아니다.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면 신선하다. 조직의 보복에 대한 공포를 무릎쓰고 용기있는 배신을 감행한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FBI의 증인 보호프로그램을 다룬다. FBI의 증인보호프로그램은 대상이 된 증인 가족의 상태에 따라 3종류로 나뉘는데, 증인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거나 재판 중인 상태를 "레드 존", 증인과 그 가족이 이름을 바꾸고 다른 장소에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는 상태가 "그린 존", 그리고 최악의 사태, 증인 본인 또는 그 가족의 신원이 노출되고 연락이 두절된 상태를 "블루 존"이라 칭하고 있는 듯 하다. 바로 그 블루존 상태에 놓인 가족의 이야기.

브롱크스의 의학 연구자 케이트 라브의 금무역을 하는 아버지가 FBI에 체포되었다.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을 위해서 자금세탁을 하고 있었다는 혐의지만, FBI에서 진짜로 원하는 것은 조직의 유력자를 잡아넣기 위한 케이트의 아버지의 증언. 아버지는 결국 증언을 결심하고, 케이트를 제외한 가족 전원은 살인 청부업자들의 보복을 피하기위해 증인보호프로그램에 의해 이름을 바꾸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런 상태에서 케이트는 증인보호 프로그램의 보호를 받고 있던 아버지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조사를 해나가면서 그동안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말해 온 것들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인지, 모든것을 완전히 갈아엎는 후반부의 진행이 쇼킹하다.

저자의 데뷔작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데뷔작이 아니라 지금까지 베스트셀러를 한 5권쯤 낸 작가의 필력이다. 흥미진진하기도 하지만, 자잘한 설정의 문제라던가 이런 류의 소설을 읽으며 흔히 잡는 트집을 제외하더라도, 그 구성 자체가 굉장히 노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종결말에 이르기까지 몇차례의 반전이 연속적으로 등장하지만, 반전의 남발이나 불필요한 연출없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데뷔작에서 보이는 이런 의외의 노련함은 작가의 독특한 이력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 "앤드루 그로스"는 데뷔 하기 전까지 베스트 셀러 작가 "제임스 페터슨"과 의기투합해서 공동작업을 해 왔다고 하는데, 그 중 다섯권이 블록버스터 베스트셀러였다. 물론 이 작품들의 공식적인 저자는 제임스 페터슨이다.

긴박한 상황을 범죄나 경찰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증인의 딸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긴장감이 배가된다. 백지상태에서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은 케이트같은 평범한 젊은 여성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해 내기 힘든 충격의 연속이다. 여기에 마피아와 같이 혈연으로 똘똘뭉친 콜롬비아 마약조직이라던가 FBI의 증인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까지 더해서 늘어지는 부분없이 다이랙트로 내달린다.

다만, 원래 증인 보호 프로그램이 발동하고 있는 상태에서 가족 구성원 한명이 임의로 벗어나 있을 수도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프로그램의 본래의 의미가 퇴색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은 든다. 일촉즉발의 위기를 어떻게든 빠져나가는 케이트를 보면서 아무 생각없이 벌컥벌컥 읽어나가기는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역시 이 부분은 석연치 않는 곳으로 남는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한편의 대반전을 즐기는데는 아무 문제 없지만, 눈에 불을 켜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자면 그렇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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