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설>은 오사카의 상류계층이었지만 이제는 몰락한 네 자매와 당시 오사카 지방의 풍속을 그린 작품이다. 그런데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단순히 풍속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마치 그 시대로 옮겨간 것처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래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대가의 글쓰기는 이런거구나! 하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자매는 네 자매 이지만, 실제로 함께 생활하고 엮여 있는 건 둘째 사치코, 셋째 유키고, 넷째 다에코 세 자매이다.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그린 세 자매는 모두 매력적이다 (첫째 제외). But 리뷰를 쓰려다가 갑자기 그녀들의 MBTI가 궁금해졌다. 분석해보자면,
1. 세 자매중 유일하게 결혼한 둘째 사치코는 명실상부 이 책의 주인공이 확실하며, 자매들의 구심점이자 내조도 잘하고 자매들도 잘 챙기고 게다가 예쁘기까지 한 팔방미인이다. 게다가 마음은 어찌나 착한지 다른 사람이 기분나빠 할까봐 늘 조심하고 걱정에 걱정이며, 타인을 위해 내 한몸 희생쯤은 당연하게 한다. (MBTI 추측 : ESFJ)
2. 반면 셋째 유키코는 사치코와는 다르다. 완전 내성적이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하지 않으며 소극적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온 전화도 받지 않는다. 전형적인 오사카 전통 여인의 모습이랄까? 그렇다고 자기 생각이 없지는 않다. 다만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세설>의 부제를 짓는다면 ‘유키코 시집 보내기‘ 이다. 읽으면서 내가 답답해지는 순간도 많았다. 왜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말을 못하는지... 그럼에도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너무 사랑스럽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MBTI 추측 : INFP)
3. 막내 다에코는 (당시기준) 현대 여성을 상징한다고 하겠다. 다른 여인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일을 하면서 독립해서 살아가고, 관습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자신이 얻고자 하는 건 일단 쟁취한다. 그리고 자유연애까지...당시 일본 기준으로는 언니가 시집을 가야 동생이 시집을 갈 수 있었는데, 셋째 언니인 유키코가 시집을 못가다보니 본인도 시집을 못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다에코는 뭔가 막(?) 사는 느낌이 들었다. (MBTI 추측 : ISTP)
4. 그래도 <세설>에서 가장 고생한 사람을 꼽으라면 사치코‘의 남편 ‘데이노스케‘일 것이다. 부지런하고, 착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주고, 부인에게 충성하고, 사고치는 처제들을 뒷바라지 하는 형부인 ‘데이노스케‘는 진정 보살중의 보살이다. 아마 작가인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자의 모습이 ‘데이노스케‘가 아닐까 싶다. (MBTI 추측 : ENTJ)
이지 않을까 싶다 ㅋㅋ <세설>을 읽어보신 분들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다니자키 준이치로‘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그냥 글 잘쓰는 변태(?) 탐미주의 작가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고, 일본 근대문학의 대가라는 평에 딱 맞는 작가였다.
Ps. 이제 더이상 읽고 싶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작품은 없어보인다. (유명하거나 괜찮은 작품은 다 읽은듯...) 나중에 종합 페이퍼를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