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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ㅣ 페이지터너스
에마뉘엘 보브 지음, 최정은 옮김 / 빛소굴 / 2023년 8월
평점 :
N23077
˝고독이 나를 짓누른다. 친구가 그립다. 진실한 친구가.˝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가족이든 친구든 내편이 적어도 한명은 있어야 한다. 가족은 최소한의 내편이다. 그런데 가족이 없다면? 그러면 친구나 애인이 있어야 살 수 있다. 그런데 나만 원한다고 해서 관계가 형성될수 있을까? 관계는 언제나 쌍방이다.
[이런 나의 탄식을 곁에서 들어줄 사람이라면 아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그 누구하고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은 채 거리를 헤매다 밤이 되어서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손톱만큼밖에 안 되는 우정과 사랑이라도 얻을 수만 있다면, 나는 그것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을 것이다.] P.37
에마뉘엘 보브의 <나의 친구들>은 이런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전쟁 상이용사인 주인공 ‘빅토르‘는 3개월마다 주는 연금으로 근근이 살아간다. 그에게는 가족도 없다. 오직 쥐꼬리만한 연금뿐이다. 외로움과 가난에다가 일할 의지도 없다. 몸이 안좋다는 건 핑계일지도 모른다. 전쟁터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그는 자신의 몸을 결코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보통은 죽음에 대해 곧 잊어버리지만, 누군가와 기약없이 헤어진다거나 하면 나도 모르게 ‘나는 외톨이로 살다가 이대로 죽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다. 나는 슬픈 마음으로 비야르를 쳐다보았다.] P.46
원래부터 그랬던건 아닐것이다. 그의 왜곡된, 편협한 관점은 전쟁의 후유증 때문일 것이다. 그의 가난과 성격때문에 누구도 그와 가까워지길 원하지 않는다. 그의 탓으로만 몰아붙일 수는 없다. 그가 상이용사가 된게 그의 탓이 아니고, 전쟁의 후유증을 그가선택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늘 그렇다. 아무도 나의 애정에 대답해 주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건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저 몇 명의 친구를 갖는 것, 단지 그것뿐이다. 그럼에도 늘 나는 외톨이다. 다들 나를 기대하게 만들고, 그렇게 박절하게 떠나가 버린다. 나는 정말 운도 없다.] P.50
그는 외롭다. 그래서 친구를 간절히 원한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조금의 노력을 해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꺼려한다. 가끔 그에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다가오면 그는 변덕이 생겨서 그들을 밀어내거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해서 그들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나의 진심은 그게 아니었는데, 나는 외로운데, 친구가 있어야 살아갈수 있는데....
결국 그는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고독을 받아들인다. 언젠가는 나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고독, 얼마나 아름답고 또 슬픈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고독은 더할 나위 없이 숭고하지만, 내 뜻과 상관없는 오랜 세월의 고독은 한없이 서글프다. 강한 사람은 고독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친구가 없으면 외롭다.] P.174
제목은 <나의 친구들>이고, 목차는 그가 만난 사람들 목록이지만 그들은 ‘빅토르‘의 친구들은 아니었다. 그는 그들을 친구로, 연인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단 한사람도 그와 관계를 이어가진 못했다.
왜 우리는 그렇게 함께 있으면서 고독해져야 하고 상처를 받지만 그럼에도 다시 사람을 찾는걸까? 그건 아마 사람은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
˝결국 우리는 그렇게 외롭지 않기 위해 끝없이 발버둥 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
결국 우리는 그렇게 혼자 남지 않기 위해 끝없이 서로를 속일 수 밖에 없는 비겁한 존재.˝
-넬 Meaningless
Ps. 내용은 친구라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지만, 엄청 진지한건 아니고 약간 코믹하다. 그럼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