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완독~! 마담 보바리나 안나 카레니나 급은 아니지만 나름 좋았다. 사실주의 표현과 뒤로 갈수록 흥미가 커지는게 좋았다.

크람파스는 크리스마스 축하 인사를 보내지 않았다. 그녀는 그래서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지 않았다. 크람파스의 숭배를 받으면 왠지 마음이 불안하면서도 그가 무관심하면 기분이 나빴다. 모든 것이 어긋나 있는 느낌이었다 - P206

"곧 유혹이 올 거야. 난 잘 알고 있다오. 늘 똑같지.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아요. 어쩌면 그래서 좋은지도 모르지. 중요한 건 싸우는 것이니까. 새댁, 우리는 항상 본능과 싸워야 해요. 본능에 지고 괴로워 소리를 지를 지경이 되면 선한 천사들이 환호를 하는 거예요!" - P230

에피가 예전보다 구김 없고 명랑해졌기 때문이다. 에피는 더 자유롭다고 느꼈기에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다. 지난 일이 아직도 가끔 그녀의 생활을 기웃거렸지만 불안하지는 않았다. 또 불안하더라도 옛날처럼 자주 그러지 않아서 잠시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 바르르 떨고 있는 기억으로 인해 에피의 태도는 독특한 매력을 띠게 되었다. - P287

그애가 행복할까? 아니면 뭔가 가로막고 있는 걸까? 난 처음부터 그애가 인슈테텐을 사랑한다기보다 높이 평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오. 내가 보기엔 좋지 않아. 사랑도 항상 오래가는 건 아니지만 높은 평가는 절대 그렇지 않거든. 여자들은 누구를 높이 평가해야 하면 화를 내는 법이라오. 처음에 화를 냈다가 싫증을 내고 결국 비웃지." - P297

"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게 뭐죠? 진짜 속마음은 말하지 않는 거예요. 자신의 비밀에 나를 끌어들이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어요. 게다가 누구를 닮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아주 교활한 아이라고요.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런 교활함이 더 위험한 거죠." - P298

나 자신이 부끄러워, 하지만 진심으로 후회하지도 않고, 진심으로 부끄럽지도 않아. 다만 계속 속이고 거짓말하는게 부끄러울 뿐이야. 내가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고, 또 거짓말할 필요도 없는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거짓말은 너무 비열한 것인데 이제 영원히 크고 작은 거짓말을 늘어놓아야 하는 거야. - P302

떠나자고, 도망가자고 썼지요. 불가능합니다. 나는 아내를 버리고 떠날 수 없습니다. 더욱이 가난 속에. 그럴 수는 없어요. 우리는 이 일을 가볍게 생각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우리는 가련해지고 그만 끝나는 거예요. 경박함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가치입니다. 모든 것은 운명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상황이 달랐고 우리가 아예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겠어요? - P322

저는 이 순간부터 당신의 동정의 대상이고 영원히 그럴 거예요. 그것만 해도 아주 기분좋은 일은 아니지요. 당신이 원하든 원하자 않든 상관없이 앞으로 당신이 있을 때 제가 아내와 나누는 말은 모두 당신의 감독을 받게 될 거예요. - P328

인슈테텐과 뷜러스도르프가 모래 골짜기를 올라가자 부덴브로크가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그들은 인사를 나누었고 입회인들은 옆으로 가서 사무적인 이야기를 짧게 나누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앞으로 걸어나와 열 걸음째에 총을 쏘기로 했다. 부덴브로크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고 두 발의 총알이 발사되었다. 크람파스가 쓰러졌다. - P335

"죄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으며 오늘 있다가 내일 효력이 사라지는 것일 수 없어. 죄를 지었으면 속죄를 해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어. 소멸시효란 어중간하고 허약하며 적어도 무미건조한 거야." - P337

그런데 크람파스라는 남자는 누굴까? 정말 믿을 수가 없다니까. 쪽지며 편지를 쓴데다 그걸 보관하고 있었다니! 그것도 상대방 것까지! 난로와 벽난로는 도대체 왜 있대? 적어도 결투라는 터무니없는 짓이 존재하는 한 그러면 안 되지. 어쩌면 다음 세대는 편지 쓰는 열정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때는 그 열정이 위험하지 않을 테니까. - P359

남편 분의 방침을 인정하지만 우리의 감정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감정일지도 모르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권리를 인정해달라는 거지요. 적어도 우리 여자들은 그런 감정에서 자신을 발견하지요. - P376

나는 그 남자를 사랑한 적이 없고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다 잊어버렸다고. 다 어리석은 짓이었는데 이제 와서 피를 보고 사람을 죽이다니. 그리고 난 죄인이 되었지. - P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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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1-13 23: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지난번에 책구매 페이퍼에서 본 것 같은데, 읽고 계신 모양이네요.
새파랑님,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2-01-14 06:47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지난번에 읽고 있다가 손목이 아파서(양장본입니다 ㅋ) 잠시 내려놓았었는데 어제 다시 읽었어요 ㅋ 좋은 아침 시작하세요 ^^

Falstaff 2022-01-14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담 보바리, 안나 카레니나와 함께 19세기 결혼 삼부작...
뭐 이딴 헛수작을 문둥이네서도 했습니까? 참나, 감히 어따 대고 비비는지 말입죠.

새파랑 2022-01-14 08:57   좋아요 0 | URL
골드문트님 이야기가 맞는거 같아요 ㅋ 흥미롭게 읽긴 했지만 앞의 두 책에 비비기(?)에는 좀 급이 낮은 느낌이 있습니다~!

출판사의 의견일수도 있고 독일의 의견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ㅋ

blanca 2022-01-14 0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았어요! 반갑네요.

새파랑 2022-01-14 09:07   좋아요 1 | URL
좋으셨군요~!! 후반부에 편지뭉치(?)를 하인들이 발견할 때 예감이 좋지 않더라구요. 마음속으로 안돼~! 이랬습니다 ㅋ

청아 2022-01-14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려다가 새파랑님 리뷰 기다리기로 했는데 드뎌 다시 읽고 계시는군요! 어떤 리뷰일지 궁금해요^^

새파랑 2022-01-14 10:42   좋아요 1 | URL
어제 다 읽었습니다 ㅋ 점심시간에 리뷰를 쓸까 하고 고민중입니다~! 이거 읽고 갑자기 안나 카레니나가의 다른 출판사 책이 읽고 싶어서 사버렸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