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늘 다른 사람의 몸 위에서 자신의 몸을, 그것의 길이를, 자신의 향기를 알게 된다. 처음엔 경계심을 갖고, 나중엔 고마워하면서.˝
이 책에 나오는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으로 단숨에 프랑스 인기작가에 오른 ˝프랑수아즈 사강˝의 두번째 소설인 <어떤 미소>는 여대생 ˝도미니크˝가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도미니크˝에게는 연인인 ˝베르트랑˝이 있었고 그 둘은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어느날 둘은 ˝베르트랑˝의 외삼촌 부부인 ˝뤽˝과 ˝프랑수아즈˝와 식사를 하게 되고, 이때의 만남을 계기로 ˝도미니크˝는 남자친구의 외삼촌인 ˝뤽˝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그때부터 였을까? 아님 그 전부터 였을까? ˝베르트랑˝에 대한 그녀의 마음은 어딘지 식어 있었다. 그에게 보이는 그녀의 감정은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좋아한다는 말이 더 어울리게 되었고, 정신적인 교감이 아닌 육체적 관계에서만 안정과 망각을 느끼게 된다.
이후 네사람은 자주 만나게 되고, 만남이 거듭될수록 ˝도미네크˝는 ˝뤽˝에게 빠지게 되고, ˝뤽˝ 역시 그녀에게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다. 둘은 남몰래 만남을 가지게 되며, 결국에는 같이 밀윌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녀는 왜 자신의 연인을 버리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뤽˝에게 끌렸던 걸까? 미성숙한 ˝베르트랑˝ 보다는 한결 성숙하고 차분해 보이는 ˝뤽˝이 더 매력적이었던 걸까, 아니면 기존 연인에 대한 권태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뤽˝은 그녀에게 우리의 만남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결국 자신의 부인에게 돌아가야 된다고 경고한다.
[˝내가 프랑수아즈에게 돌아간 후에 넌 어떤 위험을 무릅쓰게 될까? 나에게 집착하고, 괴로워하고, 그 다음엔?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 하지만 지루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거야. 너는 더 많이 사랑할 거고, 아무 일도 없는 것보다는 더 행복했다가 더 불행해질 거야, 그렇지 않아?˝] P.82
끝이 보이는 만남, 영원할 수 없는 관계임을 알면서도 ˝도미니크˝는 그와의 관계를 끝내지 못한다. 그녀의 마음은 이 만남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끝내려는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못한다.
결국 남자친구인 ˝베르트랑˝은 둘의 관계를 알게 되고 그녀와 이별하게 된다. 또한 ˝프랑수아즈˝ 역시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어 상처를 받게 된다.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는 ˝뤽˝은 ˝도미니크˝를 정리하기 위해 잠시 미국으로 떠나게 되고, 그 기간에 ˝프랑수아즈˝는 ˝도미니크˝를 집으로 초대한다.
˝도미니크˝와 ˝프랑수아즈˝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면서 상처를 치료하게 되고, ˝도미니크˝는 자신을 위해 그리고 두 부부를 위해서 자신이 떠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어떤 미소‘를 짓게 된다.
[이 끈덕진 마음속의 동요는 무엇일까? 프랑수아즈는 뤽과 그녀의 반쪽의 행복을 되찾을 필요가 있었고, 나는 스스로를 희생할 필요가 있었다. 이 생각이 나를 미소 짓게 했다. 그것은 내 보잘것 없음을 숨기기 위한 마지막 노력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희생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 P.197
한달 후 ˝뤽˝이 프랑스로 돌아왔다는걸 아는 ˝도미니크˝는 그래도 그의 연락을 계속 기다리지만, 그에게서 연락은 오지 않는다. ˝도미니크˝는 어느 날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듣고 예전에 지었던 ‘어떤 미소‘를 떠올리며, 이제는 사랑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거울을 들여다보고는 놀랐다. 미소 짓는 내가 보였던 것이다. 미소 짓는 나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혼자라는 것. 나는 나 자신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혼자, 혼자라고, 그러나 결국 그게 어떻단 말인가? 나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이다.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였다. 얼굴을 찌푸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P.200
<어떤 미소>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불륜이야기로 보일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도미니크˝의 감정과 행동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모든것을 용서한 ˝프랑수아즈˝의 행동 역시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건 프랑스식 문화인가? 라는 약간의 충격도 받았다.
그럼에도 만남과 이별 속에서 드러나는 한 여인의 섬세한 심리변화, 그리고 이를 통한 그녀의 성장이 인상적으로 묘사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사강 특유의 문체와 감정 표현은 책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지금까지 사강의 책은 총 네작품을 읽었는데, 다 괜찮았던 것 같다. 그녀의 인생 만큼이나 매력적이고 아슬아슬한 사랑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