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독서 시작..
의식의 흐름에 눈과 머리를 맡기고 읽는 중이다.




만약에 마음이란 곳도 아플 수가 있다면 바로 그 마음이 지금 아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21

부당한 처사였다. 불공평하고도 잔인했다. 식당에 앉아서 그는 자기가 받은 모욕을 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더올리며 괴로워했다. 결국 그는 혹시 자기의 얼굴에 무엇인가 잘못된 곳이 있어서 나쁜 짓이나 꾀할 학생으로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싶었고, 거울을 들여다 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얼굴에 그런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러므로 그 처사는 잔인하고 부당하고 불공평했다. - P82

그는 자기 영혼이 그동안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던 그 실체 없는 이미지와 실제 세상에서 맞딱드리고 싶었다. 그는 어디서 어떻게 그것을 찾을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를 인도하고 있던 어떤 예감은 그가 공공연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결국 그 이미지와 마주칠 수 있을 것임을 말해주었다. 아마도 어느 집 문간에서, 혹은 보다 은밀한 곳에서 오랜지기들이 만나듯이, 마치 만나자는 약속을 미리 해두었던 것처럼, 그들은 서로 만나게 될 것이다. - P102

스티븐은 아버지와 그의 두 친구들이 지난날을 회고하며 축배를 들기 위해 세 개의 유리잔을 카운터에서 치켜드는 것을 보았다. 운명과 기질의 차이가 그 자신과 그들을 심연처럼 갈라놓고 있었다. 그의 마음이 그들의 마음보다 더 나이 들어 보였다. 달이 마치 자기보다 연소한 지구를 비추듯이 그의 마음은 그들의 갈등과 행복과 회환을 싸늘하게 비추고 있었다. - P149

그의 아동기는 죽었거나 상실되었고, 순박한 환희를 누릴 수 있는 영혼 또한 아동기와 함께 사라졌다. 그래서 그는 불모의 껍질로 남은 달처럼 되어 삶 속을 떠돌고 있었다. - P149

그대의 얼굴이 창백함은
하늘을 오르며 땅을 굽어보며
외로이 떠도는 데 지쳤기 때문인가? - P149

그녀의 입술은 어떤 모호한 언어를 전달하는 매개체인 양 그의 입술뿐만 아니라 두뇌가지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입술 사이에서 그는 어떤 정체불명의 겁먹은 듯한 압력을 느끼기도 했는데, 그것은 죄의 황홀경보다 더 어둡고 소리나 냄새보다도 더 부드러운 것이었다. - P158

기도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의 영혼이 파멸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터에 기도를 올린다는 것이 무슨 소용이 되었을 것인가? - P164

스티븐이 말이 없는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짙은 안개가 그의 마음을 감싸는 듯했다. 그는 그 안개가 걷히고 그 속에 숨어 있던 것이 나타날 때까지 멍한 심경으로 기다렸다.

그는 유리창에 얼굴을 기댄 채 어두워지고 있는 거리를 내다보았다. 희미한 불빛 속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런데 그런 것이 바로 삶이었다.

(바로 삶이었다. 짙은 안개와 오락가락하는 모습들...) - P175

이제 그의 소년 시절은 어디로 갔을까? 제 운명을 피해 뒷걸음 치던 영혼은 어디로 갔을까? 상처에 대한 수치심을 혼자서 곰곰이 되씹으며 오욕과 발뺌의 집에서 퇴색한 수의와 건드리면 시들어버릴 화관을 걸치고서도 제왕처럼 행세하려 했던 그의 영혼이 아니었던가? 아니, 그 자신은 지금 어디에 있단 말인가? - P263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8-11 0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젊은 예술가들의 초상]은 한편의 산문이면서 조이스를 대 작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만든 문제작[율리시스]의 전주곡입니다.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이름[ Stephen Dedalus]는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자화상
.•♥

새파랑 2021-08-11 06:56   좋아요 2 | URL
단편과는 다른 느낌이 확 오네요 ㅋ 그의 자전적 느낌이 물씬 드는 작품인거 같아요. 완전 어려움~!!

페크pek0501 2021-08-11 12: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같은 작가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었어요. 이건 확실하고...
좀 내용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위의 책은... 헷갈려서 찾아봤더니 제가 읽은 책은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이군요.ㅋㅋ

새파랑 2021-08-11 13:15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어렵긴 하더라구요. 더블린 사람들의 단편 몇개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이책 읽는 중입니다 😅

청아 2021-08-11 16: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열린책들로 가지고 있어요~♡ 새파랑님 울프를 읽으셨기에 조이스도 넘으신 듯 합니다!👍👍

새파랑 2021-08-11 16:45   좋아요 2 | URL
저 이 책 우주점 가서 득템~! 완전 깨끗한 새책 같아요 ^^ 역시 미미님은 안읽은 책이 없는 만능😆

이 책 읽다보니 울프 책은 그나마 순한맛이었던거 같아요 ㅜㅜ

청아 2021-08-11 17:15   좋아요 2 | URL
노놉 저 가지고만 있어요!ㅋㅋㅋㅋ😳

새파랑 2021-08-11 17:34   좋아요 2 | URL
미미님 이책 빨리 읽어보세요. 이 책에 대한 미미님의 리뷰가 너무 기대됩니다~!! 전 읽기는 거의 다 읽었어요 울프책 처음 읽었을때의 기분임 😅

scott 2021-08-11 20:58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말씀에 동감 합니다
저도 미미님 리뷰 기대
ヽ(*´∀`)人(´∀`*)ノ

청아 2021-08-11 21:04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스콧님 저 <율리시스>에 너무 놀라서ㅎㅎ 이책은 아일랜드 역사좀 보고요. <더블린 사람들> 먼저 읽어보고싶어요~♡

새파랑 2021-08-11 21:54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아일랜드 역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더 좋을거 같더라구요. 거기에 종교지식까지 있으면 더 👍 전 둘다 없음 😅

scott 2021-08-12 00:34   좋아요 2 | URL
제임스 조이스만 평생 연구하신 학자분 말씀에 의하면
[젊은 날의 초상~]구약 성서를 읽어두면 좋다고 ㅎㅎㅎ
‘율리시스‘는 그리스 신화 속 오디세우스(율리시스의 그리스 어)의 삶을 이해 해야 ㅎㅎㅎㅎ

청아 2021-08-12 00:47   좋아요 2 | URL
옳습니다~♡♡ 제가 그래서 율리시스 읽을때 병행해서 읽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언젠가 따로따로 제대로!ㅋㅋㅋ(불끈🔥)

새파랑 2021-08-12 07:04   좋아요 2 | URL
구약성서라니 ㅜㅜ 그래도 율리시스도 읽어봐야겠어요. 미미님 다시 읽으실 언젠가에 저도 읽어야지 ^^

서니데이 2021-08-11 22: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민음사의 조이스네요.
같은 책도 번역자가 다르거나 하면 조금씩 미세한 차이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래서 같은 책의 여러 번역본을 좋아합니다.
새파랑님, 오늘도 더운 하루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밤 되세요.^^

새파랑 2021-08-12 07:05   좋아요 2 | URL
어제는 책을 거의 못읽었어요 ㅜㅜ 오늘은 부지런히 읽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