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이면서도 그렇지 않아요]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어로 쓴 단편집인 <내가 있는 곳>은 내가 읽은 작가님의 세번째 작품이다. (축복받은 집, 저지대, 그리고 이 책) 단편집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에세이 또는 일기에 가까운 작품집이다.
모국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써서 그런가? 문장을 길게 쓰는게 제한되어 이렇게 짧은 글로 쓴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총 46개의 단편 모음인데, 제일 긴 단편이 7페이지 이다.
그렇다고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페이지, 어느 단편을 펼치더라도 줌파 라히리 특유의 감성을 잘 느낄 수 있다. 오히려 더 절제되어 쓰인 문장이다 보니 더 임팩트 있게 표현되어 있다.
내가 느낀 이 작품의 주된 감정은 ‘고독‘이었다. 혼자서 살아가는 주인공은 그가 있는 곳에서, 그가 보는 것에서, 그의 생각 속에서 항상 혼자 있음이 느껴진다.
[머물기보다는 나는 늘 도착하기를, 아니면 다시 들어가기를, 아니면 떠나기를 기다리며 언제나 움직인다. 쌓다가 푸는 발밑의 작은 여행 가방, 책 한권을 넣어둔 싸구려 손가방. 우리가 스쳐 지나지 않고 머물 어떤 곳이 있을까?] 189페이지
그렇다고 이러한 감정이 단순히 외로움을 표현한 것은 아니다. 혼자이지만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희망이 개별개별 단편마다 조금씩 숨어있는데, 현재 내가 있는곳을 부정적인 곳이 아닌 내가 살아가야 하는 곳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어로 작품을 쓴 이유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이런 용기와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다만, 너무 초단편 모음집이다 보니 줌파 라히리의 다른 작품을 읽고, 그의 작품에 대한 감성을 느껴본 후에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안그러면 ‘이게 뭐야?‘ 이럴 수도 있음...
나의 다음 읽을 작품은 <그저 좋은 사람>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