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은 생텍쥐페리의 조종사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진 책이다. 어렸을 때 한번 읽은 책인데, 기억이 잘 안나서 새롭게 읽은 기분이었다. 어린왕자도 다시 읽으면 그런 기분일까?
최근에 이 책의 리뷰도 있고, 이병우님의 4집인 ˝야간비행˝ 앨범을 최근에 들어서인지 이 책이 읽고싶어졌다.
(조동익과 이병우의 ˝어떤날˝ 앨범을 정말 좋아한다.)
이 책은 1900년 초반 아르헨티나 항공우편회사의 야간비행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의 하늘을 횡단하는 일은 당시 기술로는 생명을 걸고 수행해야 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관리자인 리비에르는 원리 원칙에 의해서 엄격하게 일을 처리하며 야간비행의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 겉으로는 다소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조종사의 안전을 걱정하는 사람이다.
이 책의 백미는 당연 ˝파비앵˝의 야간비행 장면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폭풍우에 둘러 쌓인 그의 비행기는 어디로 갈수도, 어디든 착륙할 수 없는 막다른 길에 처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폭풍우 위의 별빛을 보고, 돌아올 수 없을걸 알면서도 폭풍우의 위쪽으로 올라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눈부시게 밝은 구름과 달과 별을 보게 되고, 마지막 평온을 느낀다.
「너무나 아름답군」그는 이런 마지막 생각을 한다.
그렇게 한 사람은(두사람이군...) 사라졌지만, 야간비행은 계속 된다. 남겨진 ˝파비앵˝ 부인의 슬픔은 쓸쓸하게 남겨진 채.
「˝당신 정말 멋있어. 별들한테 잘 보이려고?˝ ˝늙어보이지 않으려고˝ ˝질투나네˝」두 부부의 마지막 대회가 슬프게 다가온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파비앵˝의 삶은 작가와 닮아있다. 아무것도 의지할 데 없이 담담하게 지상을 내려다 보며 비행하는 그의 모습은 자신감과 외로움을 잘 보여준다.
야간비행만을 생각하는 ˝리비에르˝의 비인간적인 모습은 화가 나면서도 공감이 된다. 아마도 주어진 업무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게 어느정도 이해가 되고, 내적으로는 그도 괴로워했기 때문일것이다.
˝파비앵˝의 시각과, ˝리비에르˝의 시각이 만나지 않고 분리되어 있어서 두 사람의 생각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얇아 보여서 골라들었지만, 여운이 깊게 남아 쉽지 않은 📚이다. 밤하늘의 별은 평소에는 아름답지만, 항상 그런건 아니다. 희망일수도 있지만 소멸일수도.
어린왕자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이 책에 어울리는 노래도 추가.
이병우의 ˝야간비행˝ (기타연주곡)
https://youtu.be/OpGYsdSKZbA
김동률의 ˝떠나보내다˝
https://youtu.be/FnnNahQND50
「하나 둘 별이 지던 그 밤 넌 거기 있었지
한줌의 바람처럼 금세 사라질 듯 했었네
눈으로 건네던 말 대신 넌 웃고 있었고
기나긴 침묵의 틈새로 나는 울고 있었지
넌 물었지 세상의 끝은 어디 있냐고
그곳에 기다리면 언젠가 날 볼 수 있냐고
난 알았네 세상의 끝은 지금이란 걸
하지만 나는 말해주었네 그 곳은 아마도
별이 지지 않을 거라
조금씩 햇살이 스며와 난 눈을 감았고
그대로 모른 척 영원히 잠이 들고 싶었지
조용히 다독이던 손길 바람이었을까
문득 두 눈을 떴을 땐 이미 너는 없었지
넌 물었지 시간의 끝은 어디 있냐고
수없이 많은 날이 지나면 날 볼 수 있냐고
난 알았네 내일은 오지 않을 거란 걸
하지만 나는 말해주었네 그 때엔 아마도
별이 지지 않을 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