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읽기 가장 큰 목적은 즐거움이다. (즐거움에는 행복과 슬픔, 불행의 감정을 모두 포함한다. 내 기준)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소설과 같은 문학쪽을 더 선호한다. 특히  작가가 구성한 세계의 이야기에 공감이 갈 때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티끌같은 나˝도 읽고 나서 정말 뿌듯했다. 빅토레아 토카레바의 작품은 처음 읽어봤다. 북플에서 워낙 평이 좋고, 이웃님이 추천해줘서 읽었는데 참 좋았다. 우선 대단히 재미있고 잘 읽힌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중간중간에 재미있는 문장도 많고, (밑줄긋기 문장이 너무 많았다...) 특히 캐릭터의 특성이 잘 살아 있는데, 주인공들이 모두 독창적이고 너무 개성이 강해서 인상적이다. 이정도까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북플에 이 작품의 좋은 리뷰가 워낙 많지만 내가 읽은 기록을 남겨두기 위해 써본다면...

이 책은 3개의 중장편과 2개의 단편 등 총 5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는 어떤 해설도 없다. 표지도 정말 멋지다. 양장이었으면 좋았을거란 생각도 했다.(좀 더 비싸더라도)

5개의 작품에는 개성이 강한 주인공들의 인생 이야기가 그려진다. 현실적으로 당시 소련에서 여성이 그렇게 살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이 책에서는 정말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간다.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내가 주체가 되어 인생을 설계해 간다. 결국 내가 책임지는 거니까...

3개의 중편인 ‘티끌같은 나‘, ‘이유‘, ‘첫번째 시도‘는 개별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랑과 인생 이라는 동일한 아이템을 가지고 작품별로 다양한 인물상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티끌같은 나‘의 안젤라는 사랑과 인생의 균형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위해 주관을 가지고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 킬리만자로의 눈을 보기 위해...(헤밍웨이? ㅋ)

「안젤라는 잠시 생각한 뒤 안나가 자살을 선택한 것은 무료함 때문이라고 단정 지었다. 그녀는 킬리만자로의 눈 같은 목적도 없이 브론스키만 의지했던 것이다. 브론스키는 그런 그녀를 부담스러워 하고 그녀도 그런 자신이 싫었지만 다른 출구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바다는 흔들리지 않는다. 바다는 달에 의해서만 동요될 뿐이니까...」


‘이유‘의 마리나는 사랑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힘들게 살지만 누구에게도 주눅들지 않고, 너무나도 뚜렷해서 주위에서 적응하기 힘든 자기만의 주관을 유지하면서, 그리고 과거를 외면하지 않으면서 살아간다.

「루스탐은 이상하게도 반응이 없었다. 마리나는 그가 울고 있을 거라 짐작했다. 그녀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자신이 창피해서 울고 있으리라. 그리고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은 게 고마워서 울고 있으리라.  그녀는 과거를 외면하지 않았다.」

「삶은 그들을 찌그러뜨리는가 하면 포옹도 하고 버스에서 만난 집사들처럼 소중한것을 훔쳐 달아났다. 하지만 그들은 살아 있고 아픈데도 없으며 몸 안에는 마트료시카처럼 옛모습이 숨겨져 있다.」


‘첫번째 시도‘의 마라는 인생(성공)을 위해 사랑을 이용하여 성공하지만 주변을 불행에 빠뜨리며 결국 본인도 불행한 끝을 맞이한다. 하지만 슬프지 않고 담담하다. 쿨하게.

「마리는 죽고 나서 무덤을 남겨 두고 싶지 않았다. 아무도 무덤을 찾지 않을 거라 생각하여 유언을 남겼다.  ˝당신들이 나를 보러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중요한 사실은 어디까지나 ‘내 결정이지 당신들의 결정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내 삶을 살아가지만, 늘 뒤를 돌아봐서 마치 목을 뒤로 꺾은 채 앞을 향해 걷는 기분이 든다.」


세 작품 모두 주인공이 뭔가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슬프지는 않는 결말을 그린다. 타인이 아닌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결말이었기 때문일꺼라 생각해 본다.

다른 단편인 ‘남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죠‘와 ‘어느 한가한 저녁‘ 역시 좋았다. 남을 의식하면서 있어보이려고 하는 삶의 무의미함과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이 짧은 단편이지만 인상깊게 그려진다.

책 안에 해설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작가 소개라도 좀 해주지 ㅎㅎ 직접 찾아봐야 겠다. 좋은 책을 읽고나면 정말 기분이 좋다. 그래서 서점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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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14 23: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죠. 그녀들의 선택이 마음에 드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들의 선택하에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 시절 러시아에서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그래서 뭔가 응원하게 만드는 힘 같은게 느껴졌었어요. ^^ 완독 축하드려요. ^^

mini74 2021-03-15 0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본인의 선택이라 슬프지 않은 결말 ~ 공감합니다 *^^*

2021-03-20 1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4-09 15: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빠른 독서 이력에~
이달의 당선작으로!!
축하 합니다. ^ㅎ^

새파랑 2021-04-09 1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당첨이 되었나요? ㅋ 이거 추천받아 읽은 책인데 ㅎㅎ 감사합니다^^

청아 2021-04-09 18:25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저도 축하드려요!!🍾 담당자는 아니지만 충분히 예상된 당연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함께 많이 읽고 써요.ㅋㅋㅋ 이 속도, 이 느낌이면 머지않아 몇 개씩도 당첨 되실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