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블루 창비교육 성장소설 1
이희영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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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블루> - 이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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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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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이희영 작가님의 작품이다. <페인트>라는 청소년 소설을 워낙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작가님의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큰 편이다. 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나나>라는 작품이 상당히 별로였어서 그 기대가 많이 내려가긴 했지만, 그래도 이희영 작가님의 작품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느낌이 좋아서 신작 <챌린지 블루>도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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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다섯 살 터울의 여동생이 한 명 있다. 근데 내가 24살이니까… 그렇다. 우리 동생은 지금 고3이다. 가족 내의 막강한 ‘권력’과 대학 입시라는 거대한 ‘부담’을 온몸으로 짊어지고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대한민국 고3이다. 갑자기 내 동생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챌린지 블루> 속 주인공이 내 동생과 똑같은 3학년 여고생이기 때문이다. 나이만 같았다면 굳이 내 동생을 언급하지 않았겠지만, 작중 주인공과 내 동생은 ‘미대 입시’를 준비 중이라는 점까지 똑같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주인공에서 내 동생이 겹쳐보였고, 그래서 몰입이 더 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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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블루>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주인공 ‘바림’이 그림에 회의감을 느끼던 차에 설상가상으로 오른손 부상을 당하며 미술 학원을 떠나 잠시 시골로 내려가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미술을 배워왔으니 미대 입시를 거쳐 미술과 관련된 미래를 그리는 것이 당연할 터인데, 어느날 갑자기 그림이 싫어진다면, 부모를 비롯한 온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가시처럼 본인을 찌르는 것 처럼 느껴진다면, 속으로 얼마나 혼란스럽고 괴로울까. 부담을 넘어서 ‘중압감’을 느낄 만한 이 상황을 이겨내기에 열아홉살이라는 나이는 너무 어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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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는 아직은 미성숙한 청소년의 그런 혼란스러운 마음을 잘 그려내었다. 몇 년동안을 잘 그려오던 미술에 어느 순간 싫증이 난 것에 대한 충격과 그로 인한 당황스러움, 미술 입시를 위해 물심양면 지원해주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같은 데에서 느끼는 죄책감, 머리로는 빨리 털어내고 다시 그림을 그려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자기자신의 마음에 대한 짜증과 분노 등등. 지금의 나도 아직 많이 어리지만 지금보다도 더 어렸던 고3 시절의 나의 정제되지 않은 말과 행동이 주인공 ‘바림’에게서 보이는 것 같아서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공감이 되었다. 또한 그런 격동의 고3 시기를 보내고 있는 동생이 가엽기도 하고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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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마음이 많이 동했던 <챌린지 블루>였지만,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다. 이희영 작가님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이 작품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전에 정말 좋게 읽었던 <페인트>는 ‘입양’을 위해서 부모가 될 사람이 역으로 자식에게 면접을 본다는 설정이, 별로였던 <나나>마저도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육체를 허망하게 바라보게 되는 영혼이라는 소재가, 아주 참신하고 독특해서 작품 자체가 재밌든 재미없든 이희영 작가님만의 그 느낌은 좋았으나 <챌린지 블루>에서는 그런 독특한 소재나 설정이 없었던 것 같다. 후반부에 무언가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다른 책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거라 그다지 ‘새롭다’거나 ‘신선하다’는 감상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 점이 조금 아쉽게 남았던 이희영 작가님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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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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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 장강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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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이후로 처음 읽은 장강명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이다. 책 겉표지에는 ‘연작소설’이라고 하고 작가의 말에서도 그 사실을 밝히고 있지만, 지금까지 읽어온 연작소설과는 살짝 다르다. 보통 연작소설이라 함은 같은 세계관 안에서 등장인물 중 주인공이나 주제 및 내용이 살짝씩 달라지는 단편들의 모음집같은 느낌인데, <산 자들>은 그저 ‘한국에서 먹고 사는 문제’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룬 단편 소설들을 모은 ‘단편 소설집’인 것 같았다. 어찌됐든 이 작품에서도 장강명 작가님만의 매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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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작품을 한 편이라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작가님의 글은 우리의 현실을 유머러스하고 맛깔나게 표현하지만 그 속에선 폐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시니컬함’을 소설로 풀어보라 하면 장강명 작가님의 작품이 그에 대한 정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마 11년동안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활동하셨던 작가님의 남다른 인생 이력 덕분인 것 같다. 특히 이 <산 자들>은 한국 사회의 취업, 해고, 구조조정, 자영업 등등의 서민 현실을 소재로 하였기에, 그런 우리나라의 비참한 현실을 더욱 더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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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집인 만큼 정말 좋았던 작품도 있었고, 반대로 많이 아쉬웠던 작품도 있었다. 아쉬웠던 작품을 먼저 얘기해보자면, 이 작품집의 제목이기도 한 ‘산 자들’이 나오는 [공장 밖에서]가 제일 별로였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공장 노동자들의 시위 과정을 다룬 작품으로, 읽을 때 한편의 문학작품을 읽는 게 아니라 소설의 형식을 차용한 ‘르포’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다루고 있는 주제가 상당히 무겁다보니 내가 장강명 작가님의 글에 기대했던 시니컬한 유머가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노동자들의 치열한 생존 투쟁만을 보았다. 내가 그런 글을 보고 싶었다면 소설이 아니라 르포집을 읽었을 텐데, 기대하지 않은 느낌의 글이 소설집에서 느껴지니 조금 지루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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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작품들은 거의 다 좋았다. 대기발령에 처한 회사원들의 처절한 적요와의 싸움을 다룬 [대기발령], 같은 상권 내의 세 개의 빵집 간 각축전을 다룬 [현수동 빵집 삼국지], 이 두 작품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먹고 사는 활동에서의 피할 수 없는 치열함이 너무도 잘 와닿았다. 작가님만의 뒷맛 씁쓸하게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생들의 수많은 대외활동을 소재로 한 [대외 활동의 신], 학교의 급식 비리를 고발하는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이 두 작품에서는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대여서 느낄 수 있는 동질감과 공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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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았던 작품은 [알바생 자르기]였다. 어느 회사에서 ‘알바생’처럼 쓰이고 있는 비정규직(계약직) 직원을 해고하기 위한 회사 윗선들의 눈치싸움(?)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어떻게든 빨리 회사에서 털어내려는 상사와 한푼이라도 더 받아가려는 계약직, 양측 모두의 입장이 동시에 공감되어 웃음이 나면서도 안타까웠던, 말 그래도 ‘웃프다’는 감정이 크게 들었다. 아직 회사를 경험해보지 못한 대학생인 나도 몰입을 정말 잘 할 수 있었던, 그래서 현실이 참 뼈아프게 차갑다는 걸 알려주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창비에서 나온 <땀 흘리는 소설>이라는 소설집에서 엮이기도 하고 젊은작가상을 받기도 했단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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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다. 내 대학교 동기들 중에는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간 친구도 있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학교를 다니며 발령을 준비하는 친구도 있다. 그런 사회초년생을 맞이할 친구들에게, 몸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딱 지금 이 시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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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 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1
한정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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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麻姑> - 한정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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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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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라는 작품을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하고 싶다. [역사]와 [페미니즘]. 내가 페미니즘을 다룬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읽은 소설들 중에서는 이 작품이 가장 강한 페미니즘 색채를 띄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페미니즘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페미니즘’이라고 해서 밑도 끝도 없이 부정하기만 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페미니즘 사상이 많이 녹아든 작품을 읽다 보면 뭔가 작위적인 느낌이 들긴 한다.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정도의 페미니즘 문학은 현실 사회에서 억압당하기만 하는 여성의 모습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의 나는 그런 작품들을 굳이 찾아서 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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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작품은 페미니즘의 느낌이 아주 강함에도 불구하고 작위적인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미군정기’라는 한국의 근대 사회이기 때문인 것 같다. ‘미군정기’란 일제강점기에서 광복한 직후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직전까지의 시기를 일컫는 용어로, 역사를 좋아하고 한때 (나름) 깊게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그 당시의 여성들의 인권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시당하고 유린되었는지를 배웠었기 때문에, 작가가 이 작품에서 그려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안타까움과 딱한 마음이 절로 들었던 것 같다.

🗣 경험마저도 불평등한 조선에서의 선거는 이 부인에게 최초의 공평한 설렘이리라. (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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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내용은 ‘윤박 교수’ 살인 사건의 세 여성 용의자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사실 사건의 진범은 작품 초반에 밝혀진다. 바로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어떤 미군이다. 하지만 그 미군의 범죄를 그대로 보도한다면 미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것이고 이는 ‘미군정’의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우려한 경찰 윗대가리(?)들은 세 명의 여성 용의자를 따로 설정하여 이들 중 한 명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다. 여기까지가 작품 초반부의 내용이다. 여기서도 느껴지듯 <마고> 전체의 이야기는 아주 복잡하고 촘촘하게 짜여있었고, 그래서인지 꽤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대략적인 느낌만 느껴질 뿐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 한번의 독서로 이 작품을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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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어려움이 싫지 않았다. 복잡하게 얽혀있어 어지럽고 난잡하게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아니라, 작은 퍼즐 조각 하나하나를 맞춰가며 마지막에 큰 그림이 완성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에 읽을 때는 머릿속에 <마고>의 이야기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조각들이 점차 맞춰지는 게 신기하면서도 신선하고 좋았다. 또한 역사적 배경 및 여성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로 인한 감정선들을 작가님께서 정말 명확하고 선명하게 쓰셨기 때문에 인물들이 납득되는 수준을 넘어서 충분히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보통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거나 그 이유가 납득되지 않으면 그 작품이 좋지 않게 느껴지곤 하는데, <마고>는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어려웠으나, 좋았고, 그래서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 송화는 이제 남자 손님에게 잘 보이기 위한 화장이 지겹지만, 자신이 화장을 하지 않으면 어떤 남자 손님들은 돈이 아깝다며 나가버리기 때문에 안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지겹고 고달픈 화장이 또 누군가에게는 저렇게 즐거우면서도 절박한 일이었다. (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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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젠더 갈등’이 너무 과열되는 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마고>를 비롯하여 페미니즘을 녹여낸 문학 작품들이 갈등과 분열을 고조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적인 연대를 추구하고자 쓰였음을 알고서 작품을 읽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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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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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 다키와 아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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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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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받을 때면 항상 기쁜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고 독서를 시작한다. 만약 그 책이 재미없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곧이곧대로 ‘재미없었다’고 하지 않고 ‘나와는 맞지 않았다’는 식으로 완곡하게 표현한다. (거짓말은 아니니까…라는 궁색한 변명을 해본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땠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재밌지만, 나랑 시기가 안 맞았던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뭔 뜻인지는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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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 작품 속 가장 중요한 공간적 배경 ‘오르골 가게’에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와서 그 사연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는, 장편 소설이라기보다는 연작소설이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구조의 이야기, 최근 들어 너무 많이 접한 것 같다. 리뷰에 직접 올리지는 않았지만 황보름 작가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등 어떠한 ‘상점’같은 공간에서 손님들의 사연이 나오고 힐링이 되는 듯한 구조의 소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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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힐링’의 분위기를 대놓고 뿜어내는 듯한 소설들이 계속해서 출간되고, 또 베스트셀러 목록에 많이 포함되어있는 것 같다. 앞서 말한 ‘휴남동 서점’이나 ‘불편한 편의점’ 등도 각각 10만부, 4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하고, 최근에 협찬받았던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등등 꾸준히 신간이 나오고 있다. 왜 출판계에 이런 유행(?)이 나타난걸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힐링을 주는 책 속에서 그 위로를 찾으려고 하기 때문일까. 어찌되었든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고, 나도 자의 및 타의적으로 그 이야기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조금은 질린 듯 하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을 읽으라고 하니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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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나의 상황을 제하고 본다면, <말도 안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는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특히 7개 중 첫번째 이야기는 ‘힐링’ 소설에 질려버린 나의 마음을 동하게 할 정도로 가장 좋았다.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이를 위해 ‘오르골’을 사게 되는데, 그 오르골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었다. 바로 이 오르골 가게는 손님의 마음 속에 있는 노래를 직접 듣고 맞춤제작을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의 마음 속에 있는 노래로 만든 오르골에서 흘러나온 선율은 아이가 잘때마다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였다. 청각장애임에도 엄마의 마음은 아이에게 가닿았던 것이다. 다른 이야기도 좋긴 했지만 이 모자 간의 애틋함을 그린 첫번째 이야기 ‘돌아가는 길’이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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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들은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그리고 앞서 말했듯 힐링 소설에 질려버린 나로서는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줄이겠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작품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재밌는 책을 재밌게 읽지 못한 죄를 물어 출판사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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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오피스 오늘의 젊은 작가 34
최유안 지음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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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오피스> - 최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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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작품 중 최악이었다. 읽으면서 화가 날 정도로 별로였던 책이 너무 오랜만이라 이런 기분이 낯설다. 추리 소설 같은 장르 문학이 아닌 이상, 재밌다고 느껴지는 작품들은 한문장 한문장 곱씹으면서 읽기 때문에 읽는 시간이 조금 길다. 반면 장르소설은 이야기의 흐름이 자극적이고 빠르게 진행되는 탓에 빠르게 읽을 수록 그 책이 재밌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장르 문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매우 별로였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혹평을 굳이 적는 게 맞을까 싶기도 하지만, 내 인스타 피드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나의 독서를 기록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 때문에 짧더라도 몇 자 적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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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캐릭터의 매력’이다. 호텔에서 개최되는 대기업 행사를 담당하게 된 세 여성 주인공의 고군분투가 주된 줄거리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세 여성 주인공 말고도 상당히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어수선하고 난잡하게 느껴졌다. 각 등장인물의 성격이라도 명확했으면 그나마 좀 덜했겠지만 일관성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인물도 있고, 개성이나 매력 따위 없는 비슷한 성격으로 느껴지는 인물들도 있었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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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스토리라도 흥미진진하게 재밌었다면 어땠을까 싶지만, 작품의 전체 서사도 좋지 않았다. 개연성도 없었고, ‘호텔의 행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또 모를까 식상한 공중파 드라마 마냥 인물들 간에 느닷없는 ‘러브라인’이 나오기도 했다. 결말도 바람직하지 않은 비극인데, 인물들의 감정은 또 마냥 그렇지만도 않다. 왜 이런 결말이 나오게 되었는지와 그런 상황에서 등장인물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지가 납득이 되지 않으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오늘의 젊은 작가’라는 시리즈의 타이틀에 걸맞게 참신하거나 독특한 느낌이 있어야 할텐데, <백 오피스>는 그것들과는 거리가 아주 먼 ‘식상’하고 ‘뻔’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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