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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다키와 아사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말도 안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 - 다키와 아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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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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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받을 때면 항상 기쁜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고 독서를 시작한다. 만약 그 책이 재미없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곧이곧대로 ‘재미없었다’고 하지 않고 ‘나와는 맞지 않았다’는 식으로 완곡하게 표현한다. (거짓말은 아니니까…라는 궁색한 변명을 해본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땠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재밌지만, 나랑 시기가 안 맞았던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뭔 뜻인지는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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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 작품 속 가장 중요한 공간적 배경 ‘오르골 가게’에 다양한 손님들이 찾아와서 그 사연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는, 장편 소설이라기보다는 연작소설이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구조의 이야기, 최근 들어 너무 많이 접한 것 같다. 리뷰에 직접 올리지는 않았지만 황보름 작가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 등 어떠한 ‘상점’같은 공간에서 손님들의 사연이 나오고 힐링이 되는 듯한 구조의 소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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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힐링’의 분위기를 대놓고 뿜어내는 듯한 소설들이 계속해서 출간되고, 또 베스트셀러 목록에 많이 포함되어있는 것 같다. 앞서 말한 ‘휴남동 서점’이나 ‘불편한 편의점’ 등도 각각 10만부, 4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하고, 최근에 협찬받았던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등등 꾸준히 신간이 나오고 있다. 왜 출판계에 이런 유행(?)이 나타난걸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힐링을 주는 책 속에서 그 위로를 찾으려고 하기 때문일까. 어찌되었든 이런 이야기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고, 나도 자의 및 타의적으로 그 이야기들을 많이 봐와서 그런지 조금은 질린 듯 하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을 읽으라고 하니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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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나의 상황을 제하고 본다면, <말도 안되게 시끄러운 오르골 가게>는 충분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특히 7개 중 첫번째 이야기는 ‘힐링’ 소설에 질려버린 나의 마음을 동하게 할 정도로 가장 좋았다.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아이를 위해 ‘오르골’을 사게 되는데, 그 오르골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었다. 바로 이 오르골 가게는 손님의 마음 속에 있는 노래를 직접 듣고 맞춤제작을 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의 마음 속에 있는 노래로 만든 오르골에서 흘러나온 선율은 아이가 잘때마다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였다. 청각장애임에도 엄마의 마음은 아이에게 가닿았던 것이다. 다른 이야기도 좋긴 했지만 이 모자 간의 애틋함을 그린 첫번째 이야기 ‘돌아가는 길’이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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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야기들은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그리고 앞서 말했듯 힐링 소설에 질려버린 나로서는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줄이겠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작품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재밌는 책을 재밌게 읽지 못한 죄를 물어 출판사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다.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