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 - 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1
한정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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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麻姑> - 한정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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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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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라는 작품을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하고 싶다. [역사]와 [페미니즘]. 내가 페미니즘을 다룬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읽은 소설들 중에서는 이 작품이 가장 강한 페미니즘 색채를 띄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페미니즘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페미니즘’이라고 해서 밑도 끝도 없이 부정하기만 하는 사람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페미니즘 사상이 많이 녹아든 작품을 읽다 보면 뭔가 작위적인 느낌이 들긴 한다.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정도의 페미니즘 문학은 현실 사회에서 억압당하기만 하는 여성의 모습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의 나는 그런 작품들을 굳이 찾아서 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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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작품은 페미니즘의 느낌이 아주 강함에도 불구하고 작위적인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미군정기’라는 한국의 근대 사회이기 때문인 것 같다. ‘미군정기’란 일제강점기에서 광복한 직후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직전까지의 시기를 일컫는 용어로, 역사를 좋아하고 한때 (나름) 깊게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그 당시의 여성들의 인권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시당하고 유린되었는지를 배웠었기 때문에, 작가가 이 작품에서 그려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안타까움과 딱한 마음이 절로 들었던 것 같다.

🗣 경험마저도 불평등한 조선에서의 선거는 이 부인에게 최초의 공평한 설렘이리라. (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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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내용은 ‘윤박 교수’ 살인 사건의 세 여성 용의자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사실 사건의 진범은 작품 초반에 밝혀진다. 바로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어떤 미군이다. 하지만 그 미군의 범죄를 그대로 보도한다면 미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것이고 이는 ‘미군정’의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우려한 경찰 윗대가리(?)들은 세 명의 여성 용의자를 따로 설정하여 이들 중 한 명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다. 여기까지가 작품 초반부의 내용이다. 여기서도 느껴지듯 <마고> 전체의 이야기는 아주 복잡하고 촘촘하게 짜여있었고, 그래서인지 꽤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대략적인 느낌만 느껴질 뿐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단 한번의 독서로 이 작품을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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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어려움이 싫지 않았다. 복잡하게 얽혀있어 어지럽고 난잡하게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아니라, 작은 퍼즐 조각 하나하나를 맞춰가며 마지막에 큰 그림이 완성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에 읽을 때는 머릿속에 <마고>의 이야기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조각들이 점차 맞춰지는 게 신기하면서도 신선하고 좋았다. 또한 역사적 배경 및 여성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로 인한 감정선들을 작가님께서 정말 명확하고 선명하게 쓰셨기 때문에 인물들이 납득되는 수준을 넘어서 충분히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보통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거나 그 이유가 납득되지 않으면 그 작품이 좋지 않게 느껴지곤 하는데, <마고>는 그렇지 않아서 좋았다. 어려웠으나, 좋았고, 그래서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 송화는 이제 남자 손님에게 잘 보이기 위한 화장이 지겹지만, 자신이 화장을 하지 않으면 어떤 남자 손님들은 돈이 아깝다며 나가버리기 때문에 안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지겹고 고달픈 화장이 또 누군가에게는 저렇게 즐거우면서도 절박한 일이었다. (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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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젠더 갈등’이 너무 과열되는 것 같아서 씁쓸한 기분이 든다. <마고>를 비롯하여 페미니즘을 녹여낸 문학 작품들이 갈등과 분열을 고조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사회적인 연대를 추구하고자 쓰였음을 알고서 작품을 읽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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