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밤의 달리기
이지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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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2기

해외문학을 읽을 때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면, <노란 밤의 달리기>를 비롯한 한국문학을 읽을 때면 항상 ‘현실을 뼈저리게 체감하는 기분’이 든다. 이 소설 또한 마찬가지다. 픽션, 즉 허구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한국 청년들의 현실의 낱낱을 그대로 드러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소설은 읽어볼 만한 시사점이 분명한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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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의 늦여름
이와이 슌지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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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서포터즈2기

일본 영화계의 거장 이와이 슌지가 쓴 감성 미스터리 소설, <제로의 늦여름>을 읽었다. 이 소설은 ‘사신’이라 불리는 화가의 흔적을 쫓는 이야기이다. 그의 그림 속 모델은 예외 없이 모두 죽음을 맞기 때문이다. 소재 및 설정 자체가 대단히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추적 과정이 단순한 추리 소설 마냥 별다른 감정없이 추리 과정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감성까지 더해져 한편의 잘짜인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감상도 들었다. 정말 재밌게 읽은 수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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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젤과 소다수 문학동네 시인선 202
고선경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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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현대시는 더더욱 피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도 예전의 서정시는 읽다보면 가슴이 한없이 사무칠만큼 시구가 와닿을 때가 많은데, 현대시 같은 경우에는 그런 거 없이 오직 ‘이미지의 나열’만 무수히 늘어놓은 듯하달까. 조금 세게 말하자면 요즘 젊은 시인들이 독자에게 무책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내가 어째서 <샤워젤과 소다수>를 읽게 되었는가 하면, 이건 다 ‘알라딘’ 때문이었다. 다른 온라인 서점에서도 그렇듯 알라딘에는 판매량과 직결되는 ‘세일즈포인트’라는 것이 있다. 보통 천 단위면 평타는 쳤다고 볼 수 있고, 그도 안되는 백 단위라면 아주 안팔린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 시집은 자그마치 만 단위인 것이다…! 시집이 만 단위의 세일즈포인트를 찍은 걸 처음 보는 터라 도저히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읽은 이 시집은 현대시에 대한 나의 편견을 얼마 정도 깨부수었다. 한줄평에서도 말했듯이 이 시집은 MZ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정말이지 ‘힙’하기 그지없는 세련된 시집이라는 감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동안의 시집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탄과는 전혀 다른 결의 감탄을 느꼈는데, 그런 느낌조차 너무도 신선해서 오히려 좋았다.

친구는 지우개를 빌려줬지 향기나는 볼펜을 빨아봐서

잉크맛 좀 아는 친구였어 도시락 모양 지우개는 기능을 못하더군

부서져 가루가 되었어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지 그 지우개의 용도는 귀여움이었는데

<잼이 되지 못한 과거> 부분

다시 보고 싶었던 드라마들은 이제 여러 OTT 플랫폼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어서

다시 보고 싶지 않아졌다

<내가 가장 귀여웠을 때 나는 땅콩이 없는 자유시간을 먹고 싶었다> 부분

새로운 혼잣말을 하고 싶다

고민은 여러 번 빨래한 청바지처럼 물이 다 빠졌다

<토마토 젤리> 부분

웃는 얼굴에 침 뱉기는 어렵지만

웃는 얼굴로 침 뱉기는 참 쉽다

<알프스산맥에 중국집 차리기> 부분

오늘은 재료 소진으로 일찍 마감합니다

팻말을 본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

나는 그 가게의 주인이 되고 싶지

매일이 소진의 나날인데

나를 찾아오는 발길은 드물지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 부분

엄마는 늘 무언가의 효능을 궁금해한다

블루베리 효능

토마토 효능

치자 효능

나는 다정의 효능이나

시의 효능에 대해 골몰한다

감동 그리고 따뜻한 시선과 관심……

받겠냐?

내 시에 비타민이나

식이섬유가 함유돼 있지는 않아

<건강에 좋은 시> 부분

어떤가. 혹 시 구절을 읽으며 피식 웃음이 나거나 ‘오…’하며 감탄하지는 않았는가? 아니라면 안타깝게 되었지만, 혹 그렇다면 이 시인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이다. 특히 다섯 장정도 되는 분량의 ‘스트릿 문학 파이터’라는 시를 읽으면서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였는데, 그 시는 워낙 분량이 길고 내용을 요약하기도 힘들어 직접 읽어보기를 바란다. 아무튼 정말 오랜만에 ‘재밌는’ 시집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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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위하여 소설, 잇다 4
김말봉.박솔뫼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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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말봉 작가님은 순수문학만을 인정하던 당시 문학계의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스스로를 대중소설가라고 소개했던, 순수와 통속의 이분법적 잣대로 재단하던 때에 ‘문학은 대중의 것이어야 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던 작가였다고 한다. (캬… 너무 멋져…) 그래서인가, 비슷한 시기에 쓰인 다른 문학 작품들에 비해 이번에 읽은 김말봉의 작품은 훨씬 더 잘 읽히고 재미있었다. 그렇다고 순수 문학의 깊이를 잃은 것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해설에 따르면 연애와 결혼에 관한 통속적인 내용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및 아나키즘 또한 담아냈다고 하는데, 이 책에도 수록된 김말봉의 등단작 <망명녀>를 읽어보면 이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망명녀>는 기생 신분의 여성이 은인과도 같은 옛 동료의 도움을 받아 기생에서 벗어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주인공은 은혜를 갚기는 커녕 담배나 모르핀 등의 마약에 손을 대며 온갖 걱정을 사더니, 도리어 그 동료의 남자친구를 빼앗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그 주인공의 동료와 그 남자친구는 서로 다른 사상으로 인해 언쟁 등의 다툼이 종종 일어나기도 했는데, 주인공은 남자친구가 주장하는 사회주의적 사상에 매료되어 그에게 배움을 받으며 자아를 찾는 동시에 사랑까지 깨달은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주인공의 인성(?)을 욕하며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겠으나, 왜인지 나는 이 시대에 이렇게 주체적인 여성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물론 주인공의 행보가 불편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자극적인 이야기 자체에 깊이 매료되어 책장을 술술 넘긴 것 또한 절대 부정할 수 없다. 이 작품 뿐만 아니라 수록된 다른 작품 <고행>과 <편지> 또한 독자들을 사로잡는 필력으로 쓰인 소설이었다. 근대 시대에 쓰인 ‘페이지터너’ 소설이라니,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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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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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욘 포세의 대표작 <아침 그리고 저녁>이 ‘문학동네 숏클래식 리커버’ 시리즈로 새롭게 출간되어 읽어보았다. 전에 읽었던 욘 포세의 <샤이닝>에 이어서 이번에 읽은 <아침 그리고 저녁>까지 모두 한 인간의 삶과 ‘죽음’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어서 그 아연하고 쓸쓸한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듯하였다.



주인공 ‘요한네스’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고독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제목 ‘아침 그리고 저녁’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요한네스의 그런 ‘하루’를 다루고 있다. 죽었다고 생각한 ‘페테르’를 만나 낚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페테르의 모습을 보며 요한네스는 어쩐지 오늘만큼은 모든 것이 과거의 어느 때와도 다르다고 느낀다.

그렇다. 죽음이 그에게 닥친 것이었다. 요한네스가 페테르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죽은 요한네스를 페테르가 데리러 온 것이었다. 요한네스에게는 장성한 자식들이 있었고, 그를 거의 매일같이 찾아오는 막내딸 ‘싱네’가 있었다. 그렇기에 요한네스는 지금의 삶을 떠나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버티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페테르가 그의 죽음을 알리기 전까지 여러 사색에 잠기고 삶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진 그는, 차분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페테르를 따라가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아침 그리고 저녁>은 짧은 분량에 굵직한 서사 하나 없는 평온한 글이다. 주인공 요한네스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한 전개에, 온점(.) 없이 그대로 이어지는 문체까지. 그렇기에 어쩌면 지루하다고나 할까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 또한 분명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한줄평에도 말했듯 나는 그런 전개가 너무도 서글프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자신의 죽음으로 삶을 돌아보는 그 시선이 어찌나 가만하고 고요하게 느껴지던지, 그 아름다움을 음미하여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그 여운에 압도되었던 <아침 그리고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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