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현대시는 더더욱 피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래도 예전의 서정시는 읽다보면 가슴이 한없이 사무칠만큼 시구가 와닿을 때가 많은데, 현대시 같은 경우에는 그런 거 없이 오직 ‘이미지의 나열’만 무수히 늘어놓은 듯하달까. 조금 세게 말하자면 요즘 젊은 시인들이 독자에게 무책임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내가 어째서 <샤워젤과 소다수>를 읽게 되었는가 하면, 이건 다 ‘알라딘’ 때문이었다. 다른 온라인 서점에서도 그렇듯 알라딘에는 판매량과 직결되는 ‘세일즈포인트’라는 것이 있다. 보통 천 단위면 평타는 쳤다고 볼 수 있고, 그도 안되는 백 단위라면 아주 안팔린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 시집은 자그마치 만 단위인 것이다…! 시집이 만 단위의 세일즈포인트를 찍은 걸 처음 보는 터라 도저히 구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읽은 이 시집은 현대시에 대한 나의 편견을 얼마 정도 깨부수었다. 한줄평에서도 말했듯이 이 시집은 MZ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정말이지 ‘힙’하기 그지없는 세련된 시집이라는 감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동안의 시집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탄과는 전혀 다른 결의 감탄을 느꼈는데, 그런 느낌조차 너무도 신선해서 오히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