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스노볼 1~2 (양장) - 전2권 소설Y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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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 - 박소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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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에는 가슴아픈 사연이 하나 있다.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 중 조예은 작가님의 <스노볼 드라이브>를 사고 싶었는데 착각하여 박소영 작가님의 <스노볼>을 구입했다. 배송을 받고 ‘내가 아는 젊은작가 표지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 확인해보니 다른 책이었던 것이다. 바로 반품하려고 했으나 책의 표지 디자인이 매우 이뻤다. 그에 홀린 나는 이 작품에 대해 좀 알아보니, 전에 아주 재밌게 읽었던 천선란 작가님의 <나인>과 같은 ‘소설Y’ 시리즈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중에 생각나면 한번 읽어보자 하는 생각에 그대로 책장에 꽂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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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소설Y’ 시리즈는 청소년 소설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Y는 ‘영어덜트’에서 따온 것 같다.) 천선란 작가님의 <나인>과 이희영 작가님의 <나나>, 그리고 최근에 재출간된 구병모 작가님의 <위저드 베이커리>까지 같은 ‘소설Y’ 시리즈이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도 역시 따뜻한 교훈을 주는 성장물이겠거니 라고 대충 생각하였으나 전혀 아니었다. <스노볼>은 SF 재난 블록버스터 장르였고, 휘몰아치는 전개 속도에 앉은 자리에서 다 읽게 되는 매력을 지닌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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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볼>의 세계관은 아주 체계적으로 짜여있는 것 같았다. 영하 40도를 웃도는 강추위가 닥친 빙하기의 지구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장소가 ‘스노볼’이다. 바깥 세상 사람들은 발전소에서 일하며 스노볼에 전기를 공급하고, 스노볼 안에서는 바깥 세상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제공한다. 이 드라마는 시나리오가 있는 허구의 스토리가 아닌, 실제 ‘액터’라 불리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디렉터’가 편집해서 드라마처럼 꾸며 방송으로 송출하는 방식이다. 이 작품은 바깥세상에 사는 주인공 ‘전초밤’이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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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리뷰들에서도 많이 언급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영화 ‘트루먼쇼’와 ‘설국열차’가 생각난다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 둘을 베꼈다기 보다는 그 둘을 새롭게 조합하여 <스노볼>만의 매력을 만든 것 같다. 나이가 어린 주인공들의 어리숙하지만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을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SF 재난 블록버스터 장르물에서 이런 느낌을 받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더 신선하고 재밌게 느껴졌다. 또한 사건의 전개 속도도 빠르게 흘러가기 때문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는, 정말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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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샀을 때 2권도 출간되었다고 들었었다. 그래서 2권도 사야하나 싶었지만, 두 책이 이어지는 스토리가 아니라 <달러구트 꿈백화점>처럼 같은 세계관의 다른 에피소드를 다룬 듯했다. <달러구트 꿈백화점>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1권에 비해 2권이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스노볼>은 2권이 1권만큼, 혹은 1권보다 더 재밌다는 리뷰들을 봐서 바로 구입했다. 아주 기대가 된다. 혹시 이 리뷰를 보는 사람들 중에서 ‘책태기’(책이 잘 안 읽히고 멀리하는 시기)가 왔다면 <스노볼>을 통해 극복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정도로 아주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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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방문객 오늘의 젊은 작가 22
김희진 지음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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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객> -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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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애라는 인물은 몇년 교통사고로 아들유상운 잃은 어머니이다. 아들의 생일 챙기기 위해 독일에서 급히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의문의 방문객을 맞이한다. ‘상운 절친한 친구라고 밝힌 그들은 친구의 생일을 기림과 동시에경애 자식 행세를 하고 싶어 5 정도를 머무르겠다고 한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경애 아들 내외처럼 보이는 그들에게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은경애모르게 비밀스럽게 해야할 일이 있었고, 때문에 숨겨진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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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해놓은 줄거리만 본다면 작품이미스터리장르라고 생각할 있을 같다. 하지만 전체 분위기는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멀다. 작품엔 모든 등장인물이 각자 가지고 있는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이 나오기 때문에, 어쩌면 성장 소설로 보아도 무방할 같다. 그러나 작품은극복 과정 아니라아픔 자체를 드러내는 초점을 두어서 완전한 성장물로 보는 것도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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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지금 나는 심장이 무척 빠르게 뛰고 있음을 느낀다. 책을 읽은 직후에 정통으로 맞은 여운 때문일까.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너무나 애처롭고 안쓰러워 작품을 읽는 동안 감정이 심연의 늪에 빠져있는 듯했다. 보통 책을 읽고 나서 감정의 동요가 크게 일어나면 책에 대한 인상이 좋게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 방문객> 어째서인지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작품의 아쉬웠던 점을 말해보려 한다. 작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 있는 방문객권세현정수연 개성이 없다는 것이다. 인물의 말투가 상당히 비슷했다.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거의 같은 문장이 반복되는 느낌으로 나오기도 하고, 인물의 성격과 행동에 특징적인 것이 없어 매력이 없었다. 점이 상당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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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는 다양한 아픔들이 등장한다. 줄거리에도 나오는 경애의아들을 잃은 슬픔 대표적일 것이다. 하지만 마음에 가장 묵직한 절절함을 안긴 슬픔은 바로짝사랑이었다. 어린 시절의짝사랑 돌이켜보면 풋풋하다고 느끼곤 하지만, 감정만을 들여다보면 사실은 엄청 슬픈 감정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알면서도 사람을 사랑하는 .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고 힘들까. 작품에서는짝사랑 하는 사람의 마음이 나와있다. 사랑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니 절로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마음이 너무도 애절해서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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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죽은상운 겪은 아픔일 것이다. 하지만 부분은 스포일러가 같으므로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작품의 대주제를 무시하기도 싫고, 스포일러를 하고 싶기도 청개구리의 심정이 조금 들기 때문에경애상운에게 전하려던 말을 적으며 리뷰를 마무리하고 싶다. (스포일러일지, 힌트일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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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누구를 사랑하든 사람을 사랑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해 것이다. 그러니까 맘껏 사랑하고 사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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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2 소설 보다
김병운.위수정.이주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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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봄 2022> - 김병운, 위수정, 이주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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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시리즈는 세 개의 단편 소설이 묶여 3개월에 한번씩 출간되는 단편집으로 김병운 작가님의 <윤광호>, 위수정 작가님의 <아무도>, 이주혜 작가님의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의 세 단편 소설이 실려있었다. 전체적인 총평을 먼저 하자면, 김병운 작가님의 글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위수정 작가님에 입덕해서 나왔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다른 두 작품도 재미있었지만 세 편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아무도>였다. 그럼 빠르게 세 작품을 톺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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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광호>는 성소수자의 권리 증진을 위해 힘쓰는 ‘윤광호’라는 인물의 삶을 돌아보며 추모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전작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도 퀴어 문학이어서 이번 작품은 동성애가 아닌 다른 소재를 다룬 김병운 작가님의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쉽게도 <윤광호> 역시 퀴어 문학이었다. 그래도 재밌게 읽었다. 작품 속 주인공은 미국의 어느 게이 클럽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을 들으며 충격을 받아 퀴어를 소재로 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실제 김병운 작가님이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를 쓰게 된 배경으로 알고 있어서, 작가님의 경험이 소설 속에 잘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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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는 남편 ‘수형’을 두고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진 아내 ‘희진’의 심리가 주 내용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나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룬 많은 창작물들을 봐왔다. (책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이런 소재는 아무래도 자극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무도>는 달랐다. 불륜 당사자의 시점에서 전개되다 보니, ‘내로남불’이라는 말처럼 불륜이 아니라 가슴 아픈 로맨스를 겪는 한 사람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정말 신선하고 재밌다고 느낀 작품이었다. 위수정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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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는 수술실에서 유체 이탈을 겪은 ‘은정’이 과거를 회상하며 그녀가 겪은 일들을 돌아보는 작품이다.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면서 스무살에 ‘소녀가장’의 역할을 맡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들어간 회사에서도 안좋은 소문을 감당해야했던 삶이었다. 세 작품 중에서는 읽으면서 가장 불편했고 별로였다고 생각을 했지만, 다 읽은 뒤에 찾아오는 여운 또한 가장 묵직했다. 일단 회사 사장과 관련된 반전 때문에 놀란 마음을 추스리기 힘들었고, ‘은정’이 이토록 힘든 삶을 살아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보며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이 작품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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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소설 보다’ 시리즈를 꾸준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세 작품 모두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작고 얇고 가벼운 겉모습에 그렇지 못한 내용이 정말 좋았다. 제대로 된 ‘한국 순문학’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입문작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작품 별로 가장 인상깊었던 문장(문단)을 적으며 글을 마무리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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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어떤 정체성이든 거기엔 아무런 차별이 없어서 특별한 용기도 자긍심도 필요없는 세상. 우리가 누구에게 어떤 종류의 끌림을 느끼든 그건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어서 누군가의 인정도 응원도 필요없는 세상. 그날의 광호씨는 시간이 흐르면 그런 세상이 반드시 도래할 거라는 자신의 믿음에 내기를 걸고 싶었던 게 아닐까. 우리가 우리를 외면하지 않는다면 그런 세상은 틀림없이 앞당겨질 거라는 신념을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윤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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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형 씨, 나는 당신을 사랑해. 이런 게 사람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주는, 그런 사랑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난 그 사람을 원해. 지금껏 이렇게 누군가를 원한 적이 없었어. 아니, 있었겠지.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런 적이 있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원해. 나를 개라고 생각해도 좋아. 그래, 그게 맞을지도 모르지. 이건 그저 개 같은 욕망일 뿐이라고. 미래는 없다고. 지나가는 바람이라서 나중에 백퍼 후회할거라고. 더러운 꼴을 볼 거라고 그런데 그게 뭐? 그게 어쨌다는 거지?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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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내 입에서 생각지도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제 아버지는 언제쯤 돈을 벌기 시작할까요? 내가 말해놓고 내가 놀랐다. 아버지에 관해서라면 나 역시 엄마처럼 완전히 포기한 줄 알았는데. 무당이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나를 빤히 보며 혀를 찼다. 언니도 참 딱하네. 나만큼 딱해. 고작 스무 살짜리가 참 무겁네. 이고 졌네, 이고 졌어. 나는 그 말을 아버지가 다시는 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최종 선언으로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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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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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트레인> - 폴라 호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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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 재밌게 읽고 나니 다른 영미 스릴러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책장을 둘러보는데, 지금으로부터 5 전에 샀던 책인 < 트레인> 눈에 들어왔다. 책은 고등학교 3학년 입시 스트레스를 구매로 풀던 시기에 샀던 것들 하나다. 책을 원작으로 영화화가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구입하였는데 영화 리뷰를 보다가 결말을 스포당해버려서 스포일러를 까먹을 때까지 계속 읽지 않고 묵혀두었다.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스포당한 결말을 완전히 잊었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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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이 너무 지루했다.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을 당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진 주인공레이첼 정신과 치료 상담을 받다가 의사와 외도를 저지르게 메건’, 그리고 레이첼의 남편을 뺏은 상간녀애나’. 이렇게 여성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소설은 진행된다. 초반에 지루했던 것은 주인공들이 처해있는 상황이나 그런 상황에 있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처음에 설명하느라 이야기가 아주 많이 더디게 진행되었기 때문인 같다. ‘메건 실종되는 사건이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앞서 얘기한 줄거리들을 나열(?)하느라 작품에 몰입하기가 어려웠고, 책을 덮을까 하는 고민도 계속되었다. 그래도 반전의 결말이 엄청나다는 알라딘 리뷰를 보아서 그런지 참고 계속해서 독서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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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적어서 그런지 결말은 예상보다 충격적이었고 재미있었다. 마지막 100페이지 가량의 전개는 마치 태풍처럼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후반부의 전개 반전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 떠오르게 한다. 1화에서 이태오의 불륜 상대가 여다경이었음을 깨닫는 지선우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정말 재밌었다. 하지만 마지막 100페이지를 위해 읽어야 하는 초중반의 350페이지 정도는 너무 읽기 힘들었다. 작품 전체의 스토리는 엄청 복잡하고 체계적으로 짜여있지는 않은, 조금은 단순하다고도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벽돌책같은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쓰인 분량보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루즈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심리를 묘사하는 그런 부분들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면 몰입도가 높아져 재밌었을텐데 작품은 그렇지도 않았다. 초반 350페이지가 전부 지루했다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스토리의 부분이 다음 단계로 진행될 때는 순간적으로는 몰입도가 높아지지만 그것도 어쨌든 한순간이었다. 때문에 결국 전체적으로는 재미없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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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2016년에 유명 배우에밀리 블런트주연의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졌고, 2021년에는 인도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다시 한번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작품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에 이야기의 힘은 분명 결말이 전부일텐데 그를 위해서 작품 전체를 읽기에는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아까운 같다. 개인적으로 책보다는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오는 결말포함 영화 리뷰 영상을 보는 것으로도 책의 내용을 즐기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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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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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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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돌아오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리뷰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워낙 많기 때문에 전부 읽기는 힘들다고 생각하여 나만의 선택 기준을 세웠다. 첫째는 ‘내 주변 사람들이 읽고 재밌다는 반응을 하였는가’이다. 온라인 리뷰는 믿지 않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극성 팬들, 혹은 극성 안티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둘째는 ‘나오키상의 후보작은 볼만한 작품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문학을 고를 때에는 ‘서점대상’과 ‘나오키상’의 수상 여부를 꽤 신뢰하는 편이다. 이들의 수상작은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오키상의 ‘후보작’이라면 적어도 ‘졸작’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런 기준을 두었다. 이번에 읽은 <비밀>도 나오키상의 후보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됨과 동시에 아주 예쁜 표지 디자인을 보)고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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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한 후에는 이 작품을 3가지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이 접한 소재’, ‘뛰어난 가독성’, ‘불쾌한 기분’. 일단 먼저 ‘많이 접한 소재’를 설명하기 위해 짤막하게 줄거리를 요약해보겠다. 주인공 ‘헤이스케’는 버스 교통사고로 아내 ‘나오코’와 딸 ‘모나미’를 잃는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딸 ‘모나미’는 살아나는데, 딸의 내면에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아내 ‘나오코’의 의식이었다. 이로인해 ‘나오코’는 ‘모나미’의 몸을 빌려 새로운 삶을 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남편 ‘헤이스케’와 협력도 하고, 갈등도 겪는 과정들이 그려진다. 사람의 몸과 영혼이 바뀌는 설정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딱 생각나는 건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식상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뛰어난 가독성’이 그것을 기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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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뛰어난 가독성’만큼은 정말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흡입력있는 문체가 500페이지 정도의 두꺼운 분량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뛰어난 가독성’이 <비밀>에서는 독이 되어 돌아온 것 같다. 바로 ‘불쾌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는 필연적으로 불쾌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 나온다. 3-40대의 가정주부가 13살의 소녀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아주 많은 난관들을 마주할 것이다. 바로 이런 난관들 중 일부가 불쾌를 유발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부부의 성생활’이라는 난관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남편의 입장에서 볼 때, 정신은 아내여도 신체는 딸이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하는 걸 상상하는 것조차 매우 불편하다. 그렇다고 남편은 다른 여자를 통해 해결하기엔 아내의 정신이 바로 옆에 멀쩡히 있다. 이런 딜레마를 내가 겪는다고 생각하면 끔찍함 그 자체다. 심지어 이 작품은 가독성이 좋아 몰입감이 뛰어난 탓에, 책을 읽다보면 소설 속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져 독자가 밖에서 책을 읽는 게 아닌, 소설 속으로 들어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더더욱 독자들은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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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결말’이다. 이 작품이 ‘추리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추리하는 내용이 없진 않지만 그것이 작품 안에서 중요하진 않기 때문이다. ‘휴먼드라마’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이 작품은 큰 ‘반전’의 결말이 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설명은 못하지만, 내게 이 작품의 ‘반전’은 ‘찝찝함’ 그 자체였다. 웬만하면 찝찝한 결말을 즐기는 편인데, 이 작품은 내용부터 불쾌해서 그런지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불편함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들을 찾아봤는데, 불쾌한 내용 때문에 힘들었지만 반전의 결말이 큰 감동을 주었다는 후기가 많았다. 그래서 난 이 작품이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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