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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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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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돌아오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리뷰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워낙 많기 때문에 전부 읽기는 힘들다고 생각하여 나만의 선택 기준을 세웠다. 첫째는 ‘내 주변 사람들이 읽고 재밌다는 반응을 하였는가’이다. 온라인 리뷰는 믿지 않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극성 팬들, 혹은 극성 안티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둘째는 ‘나오키상의 후보작은 볼만한 작품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문학을 고를 때에는 ‘서점대상’과 ‘나오키상’의 수상 여부를 꽤 신뢰하는 편이다. 이들의 수상작은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오키상의 ‘후보작’이라면 적어도 ‘졸작’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런 기준을 두었다. 이번에 읽은 <비밀>도 나오키상의 후보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됨과 동시에 아주 예쁜 표지 디자인을 보)고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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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한 후에는 이 작품을 3가지의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이 접한 소재’, ‘뛰어난 가독성’, ‘불쾌한 기분’. 일단 먼저 ‘많이 접한 소재’를 설명하기 위해 짤막하게 줄거리를 요약해보겠다. 주인공 ‘헤이스케’는 버스 교통사고로 아내 ‘나오코’와 딸 ‘모나미’를 잃는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딸 ‘모나미’는 살아나는데, 딸의 내면에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아내 ‘나오코’의 의식이었다. 이로인해 ‘나오코’는 ‘모나미’의 몸을 빌려 새로운 삶을 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남편 ‘헤이스케’와 협력도 하고, 갈등도 겪는 과정들이 그려진다. 사람의 몸과 영혼이 바뀌는 설정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딱 생각나는 건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식상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뛰어난 가독성’이 그것을 기우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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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뛰어난 가독성’만큼은 정말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흡입력있는 문체가 500페이지 정도의 두꺼운 분량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뛰어난 가독성’이 <비밀>에서는 독이 되어 돌아온 것 같다. 바로 ‘불쾌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는 필연적으로 불쾌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 나온다. 3-40대의 가정주부가 13살의 소녀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아주 많은 난관들을 마주할 것이다. 바로 이런 난관들 중 일부가 불쾌를 유발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면, ‘부부의 성생활’이라는 난관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남편의 입장에서 볼 때, 정신은 아내여도 신체는 딸이기 때문에 그런 행위를 하는 걸 상상하는 것조차 매우 불편하다. 그렇다고 남편은 다른 여자를 통해 해결하기엔 아내의 정신이 바로 옆에 멀쩡히 있다. 이런 딜레마를 내가 겪는다고 생각하면 끔찍함 그 자체다. 심지어 이 작품은 가독성이 좋아 몰입감이 뛰어난 탓에, 책을 읽다보면 소설 속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져 독자가 밖에서 책을 읽는 게 아닌, 소설 속으로 들어와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더더욱 독자들은 불쾌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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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결말’이다. 이 작품이 ‘추리소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추리하는 내용이 없진 않지만 그것이 작품 안에서 중요하진 않기 때문이다. ‘휴먼드라마’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이 작품은 큰 ‘반전’의 결말이 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설명은 못하지만, 내게 이 작품의 ‘반전’은 ‘찝찝함’ 그 자체였다. 웬만하면 찝찝한 결말을 즐기는 편인데, 이 작품은 내용부터 불쾌해서 그런지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불편함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리뷰들을 찾아봤는데, 불쾌한 내용 때문에 힘들었지만 반전의 결말이 큰 감동을 주었다는 후기가 많았다. 그래서 난 이 작품이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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