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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걸 온 더 트레인> - 폴라 호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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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도어>를 재밌게 읽고 나니 또 다른 영미 스릴러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책장을 둘러보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5년 전에 샀던 책인 <걸 온 더 트레인>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입시 스트레스를 책 구매로 풀던 시기에 샀던 것들 중 하나다. 이 책을 원작으로 영화화가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구입하였는데 영화 리뷰를 보다가 결말을 스포당해버려서 그 스포일러를 까먹을 때까지 계속 읽지 않고 묵혀두었다.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스포당한 결말을 완전히 잊었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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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이 너무 지루했다.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을 당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진 주인공 ‘레이첼’과 정신과 치료 상담을 받다가 그 의사와 외도를 저지르게 된 ‘메건’, 그리고 레이첼의 남편을 뺏은 상간녀 ‘애나’. 이렇게 세 여성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소설은 진행된다. 초반에 지루했던 것은 주인공들이 처해있는 상황이나 그런 상황에 있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처음에 설명하느라 이야기가 아주 많이 더디게 진행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메건’이 실종되는 사건이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앞서 얘기한 줄거리들을 나열(?)하느라 작품에 몰입하기가 어려웠고, 책을 덮을까 하는 고민도 계속되었다. 그래도 반전의 결말이 엄청나다는 알라딘 리뷰를 보아서 그런지 꾹 참고 계속해서 독서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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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적어서 그런지 결말은 예상보다 더 충격적이었고 재미있었다. 마지막 100페이지 가량의 전개는 마치 태풍처럼 내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후반부의 전개 및 반전은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떠오르게 한다. 1화에서 이태오의 불륜 상대가 여다경이었음을 깨닫는 지선우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정말 재밌었다. 하지만 마지막 100페이지를 위해 읽어야 하는 초중반의 350페이지 정도는 너무 읽기 힘들었다. 이 작품 전체의 스토리는 엄청 복잡하고 체계적으로 짜여있지는 않은, 조금은 단순하다고도 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벽돌책같은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 쓰인 분량보다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루즈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심리를 묘사하는 그런 부분들이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면 몰입도가 높아져 재밌었을텐데 이 작품은 그렇지도 않았다. 초반 350페이지가 전부 지루했다는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스토리의 큰 부분이 다음 단계로 진행될 때는 순간적으로는 몰입도가 높아지지만 그것도 어쨌든 한순간이었다. 때문에 결국 전체적으로는 재미없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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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2016년에 유명 배우 ‘에밀리 블런트’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졌고, 2021년에는 인도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다시 한번 더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작품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이야기의 힘은 분명 결말이 전부일텐데 그를 위해서 작품 전체를 읽기에는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아까운 것 같다. 개인적으로 책보다는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오는 결말포함 영화 리뷰 영상을 보는 것으로도 이 책의 내용을 즐기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