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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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 정유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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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유정 작가님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내 책장에 있는 정유정 작가님의 작품은 <7년의 밤>과 <종의 기원> 두 권인데, 두 작품 모두 내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겁고 어두워서 읽기 힘들어 중간에 덮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막 읽기 시작했을 무렵에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의 내게 두 작품은 소화하기 힘들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사실 <완전한 행복>이라는 신간의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다지 읽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겨울서점을 비롯한 많은 북튜버들의 추천 영상을 접하니 다시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중고로 구입하여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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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완전한 행복>은 한때 사회를 뒤흔들었던 ‘고유정 사건’을 모티브로 쓰인 소설이다. 책을 사고 나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읽기가 조금 망설여졌다. <종의 기원>을 읽을 때도 사이코패스의 심리를 읽으면서 거부감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유정’이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해지기도 했다. 도대체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무슨 생각으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정유정 작가님이 풀어낸 ‘고유정’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읽게 되었다. 하지만 이 부분이 <완전한 행복>에 대한 평을 극과 극으로 나누는 듯 했다. 이 책에 대한 많은 후기들을 찾아보았는데, 좋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지만 ‘극불호’의 후기도 어렵지 않게 접했다. 고유정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 옳지 않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주장이 틀린 것은 절대 아니지만, 나는 실제 범죄자를 모티브로 삼았기 때문에 이 작품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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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흉악한 범죄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지기 쉽상이다. 사람들은 너무 바쁜 현실을 살아가고 있고 세상에는 꾸준히 끔찍한 범죄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그런 범죄들이 세상에서 잊혀지게 되면, 피해자 혹은 그의 유족들은 힘들고 외롭고 가혹한 싸움에 처한다. 그렇기 때문에 잊혀진 기억 속의 범죄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시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도가니>가 개봉한 덕에 ‘도가니법’이 제정되고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되었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개봉하고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의 취재 덕에 해당 사건의 진범을 검거할 수 있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책, 영화 등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데에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완전한 행복>도 비슷한 맥락에서 읽고 받아들였다. 실제로 작품을 읽고 나서 ‘고유정 사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관련 영상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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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완전한 행복> 앞서 언급한 <도가니>, <이태원 살인사건>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바로가해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도가니> 끔찍한 범죄에 내몰리면서도 아무런 저항조차 못하는피해자 입장에서 호소하는 느낌이었다면, <완전한 행복>가해자 범죄를 저지르게 이유, 그녀가 피해자들의 삶을 파괴했던 방법을 조명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완전한 행복> 읽으면서 실제 고유정 사건의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작품에 대한 악평들 중에서도피해자들에게 잔인한 이라는 평이 있었는데, 정말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때문에 나는 정유정 작가님이 <완전한 행복> 출간하기 전에 피해자 유족 분들과 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작품을 가장 먼저 보여주어 분들의 허락을 받으셨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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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변신 - 191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프란츠 카프카 지음, 한영란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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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프란츠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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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은 많이 들어보기만 했지 실제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어느 순간 궁금해져서 리뷰들을 찾아봤는데, 호불호가 정말 많이 갈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변신>의 경우에는 ‘잠자 그레고르’라는 주인공이 자고 일어나니 벌레로 바뀌어있다는 설정이 괴상하기도 하고 난해하기도 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괴기스러운 줄거리가 매우 흥미로워서 꼭 읽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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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북클럽 회원이기도 하고 패밀리데이에서 거의 반값에 책을 구입할 수도 있어서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으로 살까 했지만, 번역이 심각하게 좋지 못하다는 후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알라딘, 왓챠피디아를 보면 책의 내용보다 번역에 대한 혹평이 훨씬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을 찾아보니 더스토리 출판사의 초판본 시리즈가 눈에 띄었다. 교보문고에 가서 비교해보니 (나한테는) 번역도 괜찮았고 표지 디자인도 이뻐서 더스토리 번역본으로 구매하여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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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뿐만 아니라 다른 단편 작품들이 많이 실려있다. 총 9작품인데 어떤 작품은 분량이 한, 두페이지 정도의 ‘초단편’이기도 해서 전체 분량이 많진 않았다. 수록된 작품 모두에 대한 후기를 남기기엔 인스타에서 허용하는 분량이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 두 개만 짚어보도록 하겠다.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작품은 <변신>이다. <변신>은 읽기 전 각오한 것보다는 훨씬 재밌게 읽었다. 물론 난해한 부분들이 분명 있긴 했지만, 주인공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했을 때 주인공과 가족들 및 그의 주변 인물들의 당혹스러운 감정들이 잘 느껴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레고르’에 대한 가족들의 감정과 태도가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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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들을 읽을 때는 작품 자체와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요소가 하나 있다. 바로 ‘작품 해설’이다.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읽을 때에는 작품 해설이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존재감을 발휘하곤 한다. <변신> 역시 읽을 때에는 느끼지 못한 부분을 작품 해설에서 깨달을 수 있었다. 작품 해설에서는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의 상징성은 현대사회에서도 일어나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고 하였다. <변신> 속의 ‘그레고르’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지만 벌레로 ‘변신’하게 되면서 경제적 활동을 못하게 되자 가족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한다. 이는 물질적 가치가 인간 존엄성을 초월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부분이 자본주의의 비정한 면모를 작가가 비판하고자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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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는 후기가 많았던 <변신>을 재밌게 읽고 나니, 어쩌면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들이 나랑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얼마 가지 않아 처참히 부서졌다. 이 책에는 <변신>이 첫번째로 수록되어있고 그 후로 <판결>, <시골의사> 순으로 수록되었는데, <변신> 이후로 읽은 모든 작품들이 내게 ‘극악’의 난이도였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 ‘난해함’이 느껴져서 한 작품을 읽고 나면 다급하게 작품 해설을 찾았다. <판결>의 경우에는 아버지에게 억압받으며 살아왔던 카프카 본인의 모습을 주인공 ‘게오르크’에 투영시켰다고 한다. 읽으면서 난데없는 결말 때문에 혼란스러웠는데, 작품 해설을 읽고 나니 아버지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또한 실제로 카프카와 두 번의 파혼을 겪은 ‘펠리체’에게 파혼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쓴 작품이라고도 하는데, 프란츠 카프카가 아버지 때문에 파혼 등을 겪으며 너무 힘든 삶을 살아왔고 작품 속에 그런 모습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동정심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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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읽은 것은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있지만, 외의 다른 작품들은 너무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나의 수준이 부족한 같다는 생각에, 책을 많이 읽고 나의 독서력을 키운 다시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프란츠 카프카의 장편소설 <소송> 알라딘 장바구니에서 삭제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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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방콕 - 방콕은 또 한 번 이겼고, 우리는 방콕에 간다 아무튼 시리즈 11
김병운 지음 / 제철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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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방콕> - 김병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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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를 감명깊게 읽은 뒤 김병운 작가님의 팬이 되었다. <소설보다 봄 2022>와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김병운 작가님의 단편 소설도 재밌게 읽어서 김병운 작가님의 다른 책이 없을까 하다가 <아무튼, 방콕>을 알게 되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에세이는 읽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지만, 김혼비 작가님의 <아무튼, 술>을 정말 재밌게 읽었던 지라 ‘아무튼’ 에세이 시리즈에 대해 좋은 인상이 있어서 <아무튼, 방콕>도 구매하여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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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9년 8월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태국 방콕으로 여행을 갔었다. 그 당시 같은 달에 혼자서 일본 오사카 여행도 다녀오고, 다른 친구들과 베트남 다낭 여행도 다녀왔어서 재정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가성비가 좋은 태국 방콕을 갔음에도 5성급 호텔이 아닌 2-3성급의 호스텔(?)에서 매우 저렴하게 숙박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에도 만족했던 것 같고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추억이 새록새록 돋는 것 같다. 이 얘길 하는 이유는 <아무튼, 방콕>에서 호텔과 관련한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5성급 호텔에 머물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면서도 그래도 저렴한 곳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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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든 항상 다 읽고 난 뒤에는 ‘알라딘’이나 ‘왓챠피디아’에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확인한다. 해당 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기를 바라는 걱정 어린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웬만하면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아무튼, 방콕>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래도 재밌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혹평을 남겼기 때문이다. (특히 왓챠피디아에서 이 책에 대한 안좋은 말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책에 대한 느낌 때문인 듯하다. 이 책에선 작가님이 애인과 함께 방문한 방콕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는 듯한 느낌의 글이 적혀있는데, 이 부분이 호불호를 가르는 것 같다. 방콕에 대한 것보다 연인과의 추억에 대한 내용이 더 많으니 <아무튼, 방콕>이 아니라 <아무튼, 연애>라는 제목이어야 하지 않느냐는 비판이었다. 이런 의견들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래서 이 책이 더 좋았다. 만약 방콕에 대해서만 적혀있는 내용이 열거되어있다면 ‘에세이’가 아니라 ‘여행서’가 되지 않았을까. 방콕을 배경으로 한 작가님의 추억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더 좋았던 것 같다. 덕분에 나의 방콕 여행 추억도 떠오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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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방문했었던 태국 방콕의 추억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추억 보정 효과의 영향이 적지 않겠지만, 그래서 더욱 재밌게 읽을 있었다. 나의 방콕과 김병운 작가님의 방콕을 비교해가며 공통된 경험에는 추억돋는 공감을,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는 다시 방콕에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했다. 방콕 여행을 갔다온 사람들, 특히 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은 사람들에게는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나도 방콕 여행을 갔던 친구들과 다시 한번 의기투합하여 방콕 여행을 추진할 것이다. 다만 방콕 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 혹은 방콕 여행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굳이 권하고 싶진 않다. 방콕 여행에 대한 추억 회상의 재미 말고는 딱히 추천할만한 점이 없다는 조금 아쉬운 책이었다. 그래도 내게는언젠가 방콕 여행을 가기 직전에 한번 읽고 싶은 으로 남은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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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셜리 클럽 오늘의 젊은 작가 29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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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셜리 클럽> - 박서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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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를 좋아하는 나로서 <더 셜리 클럽>을 이제서야 읽었다니 아주 부끄럽다. 이 작품은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 중에서도 호불호 갈리지 않고 높은 인기를 누리는 책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에 갈 때마다 ‘있으면 사야지’ 싶었지만 한번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계속 읽지 못하다가 올해 ‘민음북클럽’에 가입하면서 읽게 되었다. 민음북클럽에 가입하면 웰컴도서로 ‘세계문학전집’, '세계시인선' 그리고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 중 3권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애드거 앨런 포 전집>,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와 함께 이 작품을 선택하여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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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 셜리 클럽>에 대한 평이 다들 좋아서 기대를 안할 수가 없었다. 안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인데다 가슴 따뜻해지는 연애 소설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나의 기대는 하늘을 뚫을 듯이 치솟았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높았는지 이 작품은 그 거대한 기대를 만족하지는 못한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야기에 본격적으로 몰입하려고 할 때 바로 다른 시점으로 전환되면 흐름이 끊기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더 셜리 클럽>에서는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1인칭 시점과 전체 등장인물을 조명하는 3인칭 시점이 바뀌어가며 전개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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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작품에 ‘⭐️’을 남긴 것은, 이 작품이 가슴 몽글몽글해지는 연애 소설로 읽기에 좋은 책이라는 데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 그 순간,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깨달음이 피할 길 없는 파도처럼 나를 뒤덮었다.

세상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스스로 깨닫는 것을 이런 문장으로 표현하다니…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가 이런 거지 싶다. 주인공 ‘설희’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S’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인데,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는 장면까지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는 ‘몽글몽글’한 분위기 때문에 읽는 내내 자그마한 미소가 내 입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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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작품이 그저 ‘설희’와 ‘S’의 사랑 이야기만을 다루었다면 그저 가볍게만 읽히는 소설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연애 소설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동도 선사한다. 바로 제목에서 나오는 ‘더 셜리 클럽’의 멤버들이다. ‘설희’는 한국 이름과 비슷한 ‘셜리’를 영어 이름으로 삼아서 ‘더 셜리 클럽’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설희’가 공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했을 때 사장에게 직접 한소리해서 억울함을 풀어주기도 했고, 종적을 감춘 ‘S’를 찾기 위해 ‘설희’가 급히 먼 타지로 떠날 때에도 ‘더 셜리 클럽’의 멤버들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 사람들의 따듯한 정이 잘 느껴져 내 마음마저 따듯해진 듯했다. 일면식도 없는 동양인 ‘셜리’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누군가에게 따듯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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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시점 교차되는 전개에 대한 것은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아서 나온 가벼운 투정이었을뿐, 작품은 따뜻한 분위기의 재밌는 소설이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하고 싶다. 그저 연애 이야기만 다루는 아니라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있는 작품이었다. 어떤 사람은 정세랑 작가님의 <시선으로부터,>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놀랍게도 나는 아직까지 <시선으로부터,> 읽어보지 않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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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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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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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정세랑 작가님의 해, 2021년은 김초엽 작가님의 해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작년 한 해 동안 김초엽 작가님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지구 끝의 온실>을 포함해서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방금 떠나온 세계>, <행성어 서점>까지 김초엽 작가님은 연달아 4권의 책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리셨다. 하지만 난 김초엽 작가님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군대에서 진중문고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을 기회가 있었지만 몇 작품을 읽고서는 완독하지 못한 채 그대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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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리뷰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SF장르를 선호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많은 SF 책을 읽는 데에 실패한 이유가 과학적인 내용이 내게 너무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인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같은 맥락이었다. 소재나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니까 몰입이 안되고, 이로 인해 흥미가 떨어져서 책을 덮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천선란 작가님의 <천 개의 파랑>과 <나인>을 재밌게 읽었고 (이쯤되면 이 두 권은 내 인생책인가보다) 단편소설집과는 다른 매력의 장편 <지구 끝의 온실>은 재밌게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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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지구 끝의 온실>은 10만부 판매 기념으로 예스24에서 단독으로 판매한 리커버 버전이다. 10만부가 팔린 만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을 것이 분명하므로 이 글에서 줄거리를 설명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하긴 할 것 같아 간단히 요약해보겠다. 이 작품은 '더스트'라는 존재가 전 지구를 덮쳐 거의 멸망에 이르지만, 인간들은 그를 극복하여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는데 성공한다. (스포아님) 주인공 '아영'은 '더스트생태학'을 전공한 연구원으로, 지구가 더스트를 극복할 수 있었던 실제 배경과 원인을 '아영'이 추적해가는 이야기이다. 보통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루는 소설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면 디스토피아 속에서 그를 벗어나기 위한 주인공의 발버둥치는 모습을 지켜보곤 하는데, <지구 끝의 온실>은 디스토피아가 끝난 이후의 세계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는 점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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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하고 싶진 않아서 많은 이야기를 적진 못하는 게 답답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키워드를 이야기해보자면, <지구 끝의 온실> 역시 <천 개의 파랑>처럼 인간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더스트 시대를 살아가던 다른 주인공 '나오미'와 '아마라'의 자매 간의 우정과, '지수'와 '레이첼'의 종을 뛰어넘는 사랑 등 혹독한 디스토피아 세계 속에서도 서로를 위하는 선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어서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다만, 이 작품에서도 과학적인 설명을 하는 부분들이 나오면 나의 집중력은 금세 바닥으로 떨어지곤 했다. 그런 장면들이 많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과학 소설의 '마지노선'이 딱 <지구 끝의 온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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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다른 리뷰들을 찾아보니 웬만하면 호평들이지만, '긴가민가하다' '완벽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기대를 만족시키진 못했다' 등의 아쉬운 리뷰들도 있었다. 나도 책에 대해 '너무 재밌다'거나 '강력하게 추천한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과학소설을 즐기지 않는 나도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에, SF소설 중에서 가볍게 읽기에는 좋은 책이라고 말할 있을 같다. 그래서 김초엽 작가님이 다른 장편소설을 내신다면 읽어볼 의향이 있다. (단편은.... 나의 SF력을 키워서 읽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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