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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지구 끝의 온실> - 김초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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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정세랑 작가님의 해, 2021년은 김초엽 작가님의 해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작년 한 해 동안 김초엽 작가님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지구 끝의 온실>을 포함해서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방금 떠나온 세계>, <행성어 서점>까지 김초엽 작가님은 연달아 4권의 책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리셨다. 하지만 난 김초엽 작가님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군대에서 진중문고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을 기회가 있었지만 몇 작품을 읽고서는 완독하지 못한 채 그대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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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리뷰에서도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SF장르를 선호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많은 SF 책을 읽는 데에 실패한 이유가 과학적인 내용이 내게 너무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인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같은 맥락이었다. 소재나 내용이 어렵게 느껴지니까 몰입이 안되고, 이로 인해 흥미가 떨어져서 책을 덮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천선란 작가님의 <천 개의 파랑>과 <나인>을 재밌게 읽었고 (이쯤되면 이 두 권은 내 인생책인가보다) 단편소설집과는 다른 매력의 장편 <지구 끝의 온실>은 재밌게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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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지구 끝의 온실>은 10만부 판매 기념으로 예스24에서 단독으로 판매한 리커버 버전이다. 10만부가 팔린 만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을 것이 분명하므로 이 글에서 줄거리를 설명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해 필요하긴 할 것 같아 간단히 요약해보겠다. 이 작품은 '더스트'라는 존재가 전 지구를 덮쳐 거의 멸망에 이르지만, 인간들은 그를 극복하여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는데 성공한다. (스포아님) 주인공 '아영'은 '더스트생태학'을 전공한 연구원으로, 지구가 더스트를 극복할 수 있었던 실제 배경과 원인을 '아영'이 추적해가는 이야기이다. 보통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루는 소설 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면 디스토피아 속에서 그를 벗어나기 위한 주인공의 발버둥치는 모습을 지켜보곤 하는데, <지구 끝의 온실>은 디스토피아가 끝난 이후의 세계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는 점이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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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하고 싶진 않아서 많은 이야기를 적진 못하는 게 답답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키워드를 이야기해보자면, <지구 끝의 온실> 역시 <천 개의 파랑>처럼 인간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더스트 시대를 살아가던 다른 주인공 '나오미'와 '아마라'의 자매 간의 우정과, '지수'와 '레이첼'의 종을 뛰어넘는 사랑 등 혹독한 디스토피아 세계 속에서도 서로를 위하는 선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어서 읽는 내내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다만, 이 작품에서도 과학적인 설명을 하는 부분들이 나오면 나의 집중력은 금세 바닥으로 떨어지곤 했다. 그런 장면들이 많진 않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과학 소설의 '마지노선'이 딱 <지구 끝의 온실>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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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다른 리뷰들을 찾아보니 웬만하면 호평들이지만, '긴가민가하다' '완벽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기대를 만족시키진 못했다' 등의 아쉬운 리뷰들도 있었다. 나도 이 책에 대해 '너무 재밌다'거나 '강력하게 추천한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과학소설을 즐기지 않는 나도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에, SF소설 중에서 가볍게 읽기에는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순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김초엽 작가님이 다른 장편소설을 내신다면 읽어볼 의향이 있다. (단편은.... 나의 SF력을 더 키워서 읽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