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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셜리 클럽 ㅣ 오늘의 젊은 작가 29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평점 :
<더 셜리 클럽> - 박서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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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를 좋아하는 나로서 <더 셜리 클럽>을 이제서야 읽었다니 아주 부끄럽다. 이 작품은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 중에서도 호불호 갈리지 않고 높은 인기를 누리는 책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에 갈 때마다 ‘있으면 사야지’ 싶었지만 한번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계속 읽지 못하다가 올해 ‘민음북클럽’에 가입하면서 읽게 되었다. 민음북클럽에 가입하면 웰컴도서로 ‘세계문학전집’, '세계시인선' 그리고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 중 3권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애드거 앨런 포 전집>, <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와 함께 이 작품을 선택하여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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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 셜리 클럽>에 대한 평이 다들 좋아서 기대를 안할 수가 없었다. 안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인데다 가슴 따뜻해지는 연애 소설이라는 말을 들었으니, 나의 기대는 하늘을 뚫을 듯이 치솟았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높았는지 이 작품은 그 거대한 기대를 만족하지는 못한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야기에 본격적으로 몰입하려고 할 때 바로 다른 시점으로 전환되면 흐름이 끊기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더 셜리 클럽>에서는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1인칭 시점과 전체 등장인물을 조명하는 3인칭 시점이 바뀌어가며 전개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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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작품에 ‘⭐️’을 남긴 것은, 이 작품이 가슴 몽글몽글해지는 연애 소설로 읽기에 좋은 책이라는 데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 그 순간,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깨달음이 피할 길 없는 파도처럼 나를 뒤덮었다.
세상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스스로 깨닫는 것을 이런 문장으로 표현하다니…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가 이런 거지 싶다. 주인공 ‘설희’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S’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내용인데,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부터 서로의 사랑을 확신하는 장면까지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는 ‘몽글몽글’한 분위기 때문에 읽는 내내 자그마한 미소가 내 입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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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작품이 그저 ‘설희’와 ‘S’의 사랑 이야기만을 다루었다면 그저 가볍게만 읽히는 소설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연애 소설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감동도 선사한다. 바로 제목에서 나오는 ‘더 셜리 클럽’의 멤버들이다. ‘설희’는 한국 이름과 비슷한 ‘셜리’를 영어 이름으로 삼아서 ‘더 셜리 클럽’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설희’가 공장에서 부당해고를 당했을 때 사장에게 직접 한소리해서 억울함을 풀어주기도 했고, 종적을 감춘 ‘S’를 찾기 위해 ‘설희’가 급히 먼 타지로 떠날 때에도 ‘더 셜리 클럽’의 멤버들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 사람들의 따듯한 정이 잘 느껴져 내 마음마저 따듯해진 듯했다. 일면식도 없는 동양인 ‘셜리’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누군가에게 따듯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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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시점’이 교차되는 전개에 대한 것은 개인적인 취향에 맞지 않아서 나온 가벼운 투정이었을뿐, 이 작품은 따뜻한 분위기의 재밌는 소설이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하고 싶다. 그저 연애 이야기만 다루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어떤 사람은 정세랑 작가님의 <시선으로부터,>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놀랍게도 나는 아직까지 <시선으로부터,>를 읽어보지 않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꼭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