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 가와무라 겐키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요즘 들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 최근에 협찬받았던 <어느 날, 내 죽음에 네가 들어왔다>와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등등 이 책들은 모두 죽음을 소재로 하는, 그래서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심지어 이 작품들은 지금 알라딘이나 교보문고 등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위치해있다. 물론 SNS 등의 광고도 한 몫 했겠지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위로를 건네주는 내용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
이 작품 역시 그런 내용이다. 우편배달부 일을 하며 평범하고 무탈하게 살아온 주인공은 어느 날 뇌종양 4기 진단과 함께 시한부를 선고받는다. 그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악마’가 찾아와 내일 죽을 예정이라는 섬뜩한 예고까지 전한다. 다만, 세상에서 무언가를 하나 없애면 생명을 ‘하루’ 연장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다. 주인공은 이를 받아들이며 ‘전화’, ‘영화’, ‘시계’ 그리고 ‘고양이’를 차례로 없애려한다. 이 작품은 그런 과정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
내용이 이렇다고 해서 한없이 비관적이거나 우울하기만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웃음이 나는 지점, 유쾌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 그러나 사람은 자기와는 전혀 다른 타입의 인간에게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끌리는 순간이 인생에 세 번쯤인 있다(고 나는 믿는다). (107p)
그렇다손 치더라도 분명히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주제는 묵직하다. 위에서 내가 작품 줄거리를 설명할 때 세상에서 없애는 것을 주인공이 직접 정하는 것처럼 말하였지만, 실은 주인공은 생명의 하루 연장 여부만을 정할 뿐이고 무엇을 없앨지는 악마가 정한다. 참 악마답다. 그리하여 주인공이 당연하게 여겼던, 그리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없애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과정을 통해 주변에 본인이 당연하게 여기고,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무심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니, 만약 내가 주인공의 상황에 처하면 난 어떻게 행동할까 무언가를 없애려 할까 아니면 모든 걸 해탈한 듯 포기해버릴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 그래도 당신은 마지막 순간에 소중한 사람이나 둘도 없이 귀한 것을 깨달았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알았어요. 자기가 사는 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새삼 다시 바라보는 세상은 설령 따분한 일상이었더라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것만으로도 내가 찾아온 의미는 있었을지 모르지. (219-220p)
.
하지만 내가 이 작품에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주변의 소중한 것들’이 아닌, ‘부모님’이었다. 자식의 입장에서 부모님을 바라보는 내용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나의 마음을 울리는 ‘신파’처럼 느껴진다. 이 작품 역시 그러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엄마와는 친구처럼 엄청 친하지만 아빠랑은 살짝 어색하다. (사이가 안좋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대부분의 아버지와 아들 같은 무뚝뚝한 느낌이다.) 이 작품에선 주인공이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으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 자꾸만 나를 주인공에 대입하게 되니까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책을 읽을 때 나 자신과 작품 사이의 거리를 어느 정도는 두어야 한다는 걸 머릿속으로는 알면서도 읽으면 계속 그 속으로 헤집고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서 읽는 동안에 마음이 계속 좋지 않았다. 그래도 다 읽고 나니 몰려오는 여운은 나쁘지 않았다.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있다고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찾아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