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오늘의 젊은 작가 27
은모든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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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 은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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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도 예전에 읽은 <내가 말하고 있잖아>처럼 표지가 이쁘고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패밀리데이’ 행사 때 구매한 책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작품들 중에서 가장 별로였던 작품이다. 처음부터 혹평으로 시작하는 리뷰는 오랜만인지라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느껴지긴 하지만, 각자의 취향은 다 다르기 때문에 이 작품을 재밌게 읽은 사람들도 ‘그러려니’ 라는 생각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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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는 주인공 ‘경진’이 오래간만에 얻은 3일간의 휴가 동안에 생긴 일들을 다루고 있다. 특정한 직장이 따로 있지 않은 ‘과외 선생님’인 그녀는 간만의 연속 휴가에 오로지 집에서만 쉬는 무계획적인 계획을 세웠지만, 3일의 휴가는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과외 학생의 실종, 고등학교 시절 절친한 친구의 상견례 파토(?), 갑작스레 본가 전주로 내려가서 만난 엄마와 동창 등등 한 작품 속에 정말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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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작품이 별로라고 생각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하나의 큰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작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서 혼잡한 느낌이 들었다. 깔끔하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것 같았다. 한 인물의 이야기에 몰입하려다가 금세 끝나버리고 다른 인물이 등장하여 몰입이 깨지고, 또다시 그 인물에 집중하다가 어정쩡하게 끝나버려 당황하고, 이런 기분들이 읽는 내내 지속되었다. 그 점이 나랑은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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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님, 그리고 김혼비 작가님의 추천사가 실려있다. 두 작가님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과연 이 분들은 이 작품의 어떤 매력을 느끼셨을까 궁금하여 읽어보았는데, 김혼비 작가님의 말이 가장 와닿았다.

🗣 산책이 책이라면 은모든의 소설 같을 거라고 늘 생각해왔다. 그는 주로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났거나 벗어났거나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소설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지만, 그 기저에 한결같이 흐르는 나른하면서도 느긋하고 무겁다가도 홀가분해지는 은모든 특유의 리듬은 햇볕이 따뜻한 날 강변을 산책할 때의 그것과 무척 닮았다. (174p)

이 문장을 읽고 보니 정말 이 작품이 ‘산책’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처럼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 ‘경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경진은 그것을 묵묵히 듣는 모습. 누군가와 같이 산책하면서 하는 대화나 느끼는 감정들이 이 책의 감상과 참 닮은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을 좋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난 아니었다. 아무래도 내 취향은 ‘산책’ 같은 책보다는 하나의 ‘큰’ 이야기로 흘러가는 작품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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