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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양장)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소설Y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평점 :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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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님의 책이 재밌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항상 들어왔다. <위저드 베이커리>부터 <아가미>, <파과> 그리고 오늘의 젊은작가 시리즈인 <네 이웃의 식탁> 등 유명한 작품이 많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나는 구병모 작가님의 작품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 사실에 은근히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때마침 방문했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를 봤었다. 심지어 최근 창비의 소설Y 시리즈로 <위저드 베이커리>가 재출간된 것을 들었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구입하여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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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50만부가 판매된 만큼 유명한 작품이니 줄거리 설명은 따로 하지 않겠다. 판매 부수가 많다는 것은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갔을 때 <위저드 베이커리>와 함께 있었던 책이 <아가미>였다. 그 둘 중에서 <위저드 베이커리>를 고른 이유는 청소년 소설이다보니 쉽게 읽을 수 있는 따뜻한 소설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인기가 많았던 <달러구트 꿈백화점>이나 <불편한 편의점>, 그리고 2010년대의 최상위 베스트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세 작품 모두 무언가의 ‘상점’ 같은 장소에서 힐링이 되는 따뜻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위저드 베이커리> 역시 위의 작품들과 비슷한 느낌의 분위기를 풍기는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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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다. 결말 부분만 놓고 봤을 때에는 뭉클하긴 했지만, 이 작품은 청소년 소설이라기보다는 ‘잔혹동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주인공이 처한 상황부터 너무 가혹하다. 친엄마한테 버림받고, 계모한테 정신적 학대를 당하며 이복동생을 성폭행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빵집으로 도망친다. 지금 쓴 내용은 모두 작품의 초반부에 나오는데, MBTI가 극F인 나로서는 자꾸만 주인공에게 과몰입해서 읽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잔혹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빵집에 방문하는 손님들의 사연도 상당히 기구하다. 예를 들면, 손님 중 한 명은 학교 성적이 만년 2등인 학생으로 1등 학생을 시기 질투하여 그를 골탕먹이려고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구입한 빵을 먹이는데 효과가 너무 잘들어서 1등 학생이 자살을 하여 이로 인해 죄책감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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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위저드 베이커리>는 일반적인 청소년 소설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잔인함’이 느껴졌다. 영화 ‘쏘우’같은 고어물의 잔인함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사연이 매우 모질고 가혹한 ‘잔인함’이었다. 이런 분위기 자체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나인데, 심지어 구병모 작가님의 문체는 나를 소설에 과몰입하게 만들어 읽는 게 너무 힘들었다. 재미와 가독성 자체는 정말 좋았다. 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누군가의 인생책이 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개인적인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만약 이 작품이 ‘청소년 소설’이라는 말을 듣지 않았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찌됐든 나랑은 안맞는 걸로 생각하련다. 그래도 아까 말했던 것처럼 재미와 가독성은 좋았기 때문에 구병모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