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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ㅣ 디 에센셜 The essential 1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얼마 전 한강 작가님의 <흰>을 읽고 난 뒤 리뷰를 올렸을 때, 친구의 여자친구로부터 <희랍어 시간>의 추천을 (친구를 통해) 전해듣게 되었다. 때마침 한강 작가님의 다음 작품으로 무얼 읽을지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한참 전에 구매해두고 펼쳐보지 않았던 <디 에센셜 한강>의 초판 양장본이 눈에 들어왔던 참이었다. <디 에센셜 한강>에는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을 비롯한 두 편의 단편과 다섯 편의 시, 그리고 산문 일부가 수록되어 있으므로, 별다른 고민 없이 곧바로 이 책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하였다.
[장편소설 - 희랍어 시간]
<디 에센셜 한강> 판본으로 다 읽은 직후에, 이게 무슨 신의 계시인 양, 곧이어 완독챌린지 독파에서 운영하는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특집 챌린지
중 <희랍어 시간>의 독파메이트가 되었다…🤩 이에 따라 <희랍어 시간>에 대한 길고 자세한 리뷰는 게시물을 따로 올릴 생각이기 때문에 이곳에는 간단한 감상만을 작성하려 한다. 처음 읽은 <희랍어 시간>은 역시나 함축적인 문장들로 인해 여러번 곱씹어 읽어야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조금은 어렵기도 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모든 문장을 필사했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문장 하나하나를 읽으며 감탄하기도 한 작품이기도 했다. 평소에 차분하고 꼼꼼히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단편소설 - 회복하는 인간, 파란 돌]
한강 작가님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않고 <작별>을 말하곤 한다.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와는 다른 단편소설 <작별>이 따로 있다. 읽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특정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심정이 밀도 높게 다뤄진다는 점이 특히 그러했다. (<작별>은 갑자기 눈사람이 되어 점차 녹기 시작한 어떤 엄마의 이야기이다.) 이번에 읽은 두 편의 단편 역시 너무도 좋았다. 단편의 특성상 ‘서사’보다는 특정 장면 및 심리에 대한 ‘밀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한강 작가의 단편은 정말 탁월한 것 같다
가족 모임에 당신이 나타나면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당신뿐이었다. 활짝 미소를 지은 채로, 당신은 당신의 언니를 사랑하지 않으려 애썼다.
(…)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혈육을 향해서만 느낄 수 있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친숙한 감정을 당신의 내부에서 깨우지 않기 위해 애썼다. 당신의 마음을 최대한 차갑게, 더 단단하게 얼리기 위해 애썼다.
(231p)
처음 당신을 사랑하게 된 것이 언제인지도 구별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부터 당신의 얼굴이 내 눈앞 어딘가에 어렴풋한 그림자처럼 자리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이미 모든 사물 위로 아련히 어려 있고, 놀라 눈을 감으면 어두운 눈꺼풀 위로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그 느낌이 강한 슬픔과 닮아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262p)
[시]
역시나… 시는… 어려웠다…😅 다만 ‘마크 로스코와 나 - 2월의 죽음’이라는 시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는 감상만은 남기고 싶다.
[산문]
한강 작가님은 어서 산문집을 내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산문 또한 소설 못지 않게 너무도 좋았다. 특히 수록된 산문들 중 ‘종이 피아노’와 ‘출간 후에’가 인상 깊었다. 인스타 분량상 ‘종이 피아노’만 설명하자면, 이 글은 한강 작가가 어린 시절에 가난했던 집안 형편으로 인해 피아노 학원을 다닐 수 없어 종이 피아노를 사다가 뚱땅거려(?)보았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되었을 무렵,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다소 옅어졌던 때가 되어서야 한강의 부모님이 비로소 학원을 보내주겠다고 하셨는데, 한강 작가가 부모님께 괜찮다고 말하니 그때 부모님께서 한강 작가에게 말씀하셨던 게 너무도 사무치도록 가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