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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평점 :
<산 자들> - 장강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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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이후로 처음 읽은 장강명 작가님의 단편 소설집이다. 책 겉표지에는 ‘연작소설’이라고 하고 작가의 말에서도 그 사실을 밝히고 있지만, 지금까지 읽어온 연작소설과는 살짝 다르다. 보통 연작소설이라 함은 같은 세계관 안에서 등장인물 중 주인공이나 주제 및 내용이 살짝씩 달라지는 단편들의 모음집같은 느낌인데, <산 자들>은 그저 ‘한국에서 먹고 사는 문제’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룬 단편 소설들을 모은 ‘단편 소설집’인 것 같았다. 어찌됐든 이 작품에서도 장강명 작가님만의 매력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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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작품을 한 편이라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작가님의 글은 우리의 현실을 유머러스하고 맛깔나게 표현하지만 그 속에선 폐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움이 느껴진다. ‘시니컬함’을 소설로 풀어보라 하면 장강명 작가님의 작품이 그에 대한 정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마 11년동안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활동하셨던 작가님의 남다른 인생 이력 덕분인 것 같다. 특히 이 <산 자들>은 한국 사회의 취업, 해고, 구조조정, 자영업 등등의 서민 현실을 소재로 하였기에, 그런 우리나라의 비참한 현실을 더욱 더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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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집인 만큼 정말 좋았던 작품도 있었고, 반대로 많이 아쉬웠던 작품도 있었다. 아쉬웠던 작품을 먼저 얘기해보자면, 이 작품집의 제목이기도 한 ‘산 자들’이 나오는 [공장 밖에서]가 제일 별로였다. 구조조정으로 인해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공장 노동자들의 시위 과정을 다룬 작품으로, 읽을 때 한편의 문학작품을 읽는 게 아니라 소설의 형식을 차용한 ‘르포’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다루고 있는 주제가 상당히 무겁다보니 내가 장강명 작가님의 글에 기대했던 시니컬한 유머가 느껴지지 않았고, 그저 노동자들의 치열한 생존 투쟁만을 보았다. 내가 그런 글을 보고 싶었다면 소설이 아니라 르포집을 읽었을 텐데, 기대하지 않은 느낌의 글이 소설집에서 느껴지니 조금 지루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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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작품들은 거의 다 좋았다. 대기발령에 처한 회사원들의 처절한 적요와의 싸움을 다룬 [대기발령], 같은 상권 내의 세 개의 빵집 간 각축전을 다룬 [현수동 빵집 삼국지], 이 두 작품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은 이상 먹고 사는 활동에서의 피할 수 없는 치열함이 너무도 잘 와닿았다. 작가님만의 뒷맛 씁쓸하게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생들의 수많은 대외활동을 소재로 한 [대외 활동의 신], 학교의 급식 비리를 고발하는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이 두 작품에서는 주인공들과 비슷한 나이대여서 느낄 수 있는 동질감과 공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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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았던 작품은 [알바생 자르기]였다. 어느 회사에서 ‘알바생’처럼 쓰이고 있는 비정규직(계약직) 직원을 해고하기 위한 회사 윗선들의 눈치싸움(?)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어떻게든 빨리 회사에서 털어내려는 상사와 한푼이라도 더 받아가려는 계약직, 양측 모두의 입장이 동시에 공감되어 웃음이 나면서도 안타까웠던, 말 그래도 ‘웃프다’는 감정이 크게 들었다. 아직 회사를 경험해보지 못한 대학생인 나도 몰입을 정말 잘 할 수 있었던, 그래서 현실이 참 뼈아프게 차갑다는 걸 알려주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창비에서 나온 <땀 흘리는 소설>이라는 소설집에서 엮이기도 하고 젊은작가상을 받기도 했단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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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다. 내 대학교 동기들 중에는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간 친구도 있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학교를 다니며 발령을 준비하는 친구도 있다. 그런 사회초년생을 맞이할 친구들에게, 몸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딱 지금 이 시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