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9
넬라 라슨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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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 넬라 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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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시도 끝에 완독에 겨우 성공한 책이다. 이 말인 즉슨 재미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세계문학전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이야기가 재미없더라도 문장이 깊이 있는 것이 보통인데, <패싱>은 그런 점을 하나도 느끼지 못하였다.

🗣 어떤 자기 보호 본능에서 그녀는 정확한 표현으로부터 한발 물러났다. (122p)

이게 뭐람… 철학적인 사유가 담겨있어 어려운 거라면 모를까, 대체 이건 번역이 잘못된건지 원래 이런 글투로 쓰인건지… ‘어려운’게 아니라 ‘잘못된’ 느낌이 드는 이상한 문장이었다. 이렇듯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계속 받다보니, 다 읽지 않은 상태로 책을 덮어둔 뒤 넷플릭스에서 만든 영화나 봐볼까 싶어 영화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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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서도 뭔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다시 책을 펼쳐들어 읽었다. (의도치 않게) 이런 노력을 기울이다보니 내가 놓친 부분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었다. 소설 속 ‘패싱’을 하는 주인공들은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흑인보다 훨씬 밝은 피부톤을 가지고 있어서, 조금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백인처럼 다닐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이든 영화든 처음에 이런 설정을 놓치다보니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결국 다 읽은 이 책이 좋았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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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든 이 작품을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소설에는 두 명의 여성 주인공이 등장한다. ‘패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백인과의 결혼으로 신분 상승 급의 변화를 이룬 ‘클레어’와 ‘패싱’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채 흑인 공동체에서 가정을 이룬 ‘아이린’. 독자들은 이 둘의 완전히 상반된 처지를 보며 어느 한 쪽에 이입할 것 같고, 특히 ‘아이린’의 시점으로 전개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아이린’의 처지에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클레어’에게 더 마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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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화낼 만도 해. 그럼에도 그날 넌 근사하게 행동했지. 하지만 난 정말 네가 이해하리라고 생각했어, 린. 어떤 면에서는, 바로 그것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하는 거잖아. 그날 일이 벼락치듯 모든 것을 바꿔놓았어. 그게 아니었다면, 난 너희들 중 누구도 만나지 않고 계속 전처럼 살았을 거야. 하지만 그 일이 내게 어떤 변화를 일으켰고 이후로는 늘 너무 외로웠어! 너는 모를거야. 가까운 사람이 하나도 없어. 진심으로 얘기를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9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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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은 ‘클레어’의 백인 남편 ‘잭’에게 인종 차별적 모욕을 당하고 그녀와 손절하기를 바라지만, ‘클레어’는 ‘아이린’을 만난 뒤 흑인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이 쌓여가 애타게 ‘아이린’을 찾고는 한다. ‘아이린’이 ‘클레어’를 피하고 외면하려는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클레어’의 불우했던 가정환경과 그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패싱’을 선택해야만 했던 속사정을 알게 된 후로는, 적극적으로 본인의 성취를 좇은 ‘클레어’의 모습이 멋있게 보였고, 그래서 남편이 장기 출장을 갈 때마다 ‘아이린’을 맹목적으로 찾고자 하는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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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작품 자체가 상당히 별로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독후감을 적는 이유는, 책을 다 읽은 뒤에 생각해볼 거리가 좀 많았던 것 같아서 나름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엔 책을 읽은 뒤에 이러한 사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세계문학전집의 매력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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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하야미 카즈마사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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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 하야미 가즈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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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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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지사 '서점'이라는 공간을 좋아할거고, 더불어 출판계가 불황이라는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때문에 서점을 배경으로 하는 에세이나 소설들을 읽다보면 괜시리 짠한 마음이 들고는 한다.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역시 출판계라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점 직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단순히 출판계의 불황을 넘어서 인간관계의 어려움이나 계약직이라는 처신에서 비롯한 자기한탄 현실적이고도 희망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호불호 갈리지 않고 누구든 쉽게 읽을 있는 작품인 싶다. 또한 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이하 '휴남동 서점') 계속 떠올랐다. 그래서 작품을 비교해가며 리뷰를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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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남동 서점' 재밌게 읽었었다. 제목과 겉표지만 보고서는 요즘들어 끊임없이 양산되는 '힐링 표방 소설' 하나일 것이라고 추측했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그런 것들보다 조금 깊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배경에서 현실성이 없었다. 서점에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든다던지, 북토크 등의 이벤트들이 항상 성공한다던지, 바리스타로 채용한 아르바이트생한테 최저시급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책정한다던지 등등... 소설 인물들의 서사는 모두 마음 깊이 공감할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이었지만, 세계관(?) 자체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굳이 인스타 피드에 남기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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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점장님이 너무 바보 같아서> 앞서 말한 '출판계의 불황'이라는 가슴 아픈 현실을 그대로 소설에 드러내고 있다. 서점의 매출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나, 대형 서점 등에 밀려 책을 입고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중소 규모의 서점의 처지 등처절한 현실이 너무도 와닿아서 쉽게 몰입할 있었다. 사실 이야기 자체의 깊이는 조금 부족한 편이기는 하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같은 경우에는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 한명한명 모두의 서사가 세심하고 풍부하게 다뤄지고 있는 반면, 작품에서는 그렇지 못한 인물들이 다수 있다. 무언가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캐릭터가 적지 않았던 터라 점이 아쉬웠다. 단순히 '몰입감 있는 재미' 원한다면 작품을 추천하고 싶고, 조금 '깊이있는 서사' 읽고 싶다면 <휴남동 서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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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작품에도 마음에 정말 크게 와닿는 문장들이 있었다.

🗣 소설이 지닌 하나는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인생' 추체험할 있다는 점이다. (중략) "요즘은 누구나 자기밖에 모르는 시대잖아. 한순간이라도 자기가 아닌 다름 사람을 상상해볼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소설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55p)

읽는 중에서 소설이 90% 나는, 친구들이 책을 읽는 이유를 물을 때면 항상 '재밌으니까'하고 말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소설' 읽는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내게 누군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묻는다면 문장으로 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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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거기에 절대로 끼어들면 되는 것이 있다. '강요'. 책을 읽고 감명을 받는 것까지는 괜찮다. 그것을 자신에게 적용해 얼마든지 내일을 살아갈 활력소로 삼으면 된다. 그러나 남에게 강요하는 짓만큼은 해서는 된다. 거기에 강요가 개입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오해와 불관용이 생겨나고 세상이 이렇게나 막히는 것이다. (146p)

문장과는 다르게, 문장은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예전의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재밌게 읽었던 책들을 많이 추천하고 다녔는데, 반추해보면 추천이 아니라 강요를 했던 같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착해서 그런지 다들 읽고 재밌다고 말해주긴 했지만, '무조건 읽어야 '라는 식으로 강력하게 말했던 과거의 나를 질책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다시는 추천을 넘어선 '강요' 하지 말아야지... 속으로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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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바늘 매일과 영원 4
소유정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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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바늘> - 소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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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하 ‘민팁’)을 오래전부터 봐왔던 ‘선생님’이라면 분명 ‘매일과 영원’ 에세이 시리즈를 알 것이다. 일기 형식의 문학론 에세이를 다룬 이 시리즈는 민팁의 ‘말줄임표 시즌2’에서 주된 컨텐츠로 다뤄젔기 때문이다. 나도 민팁을 애청하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매일과 영원’ 시리즈에 대한 궁금증을 항시 갖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시인들이 쓰신 것들이라 구입이 꺼려지고는 했다. 개인적으로 시와 정말 맞지 않기도 하고, 시를 소재로 한 에세이 ‘시와 산책’을 읽어보았지만 역시나 시적인 언어로 가득한 그 책을 시적 감수성이 영에 수렴하는 내가 읽기엔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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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세 개의 바늘>은 문학평론가가 쓴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구매 욕구가 폭발하였다. 사실 북스타그램을 하면서 친구에게 비평이나 평론을 배워보는 건 어떻겠냐는 말을 들으면서 나도 점차 관심이 생겨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보통 문학 작품의 뒷편에 수록되어있는 문학 평론가들의 글을 볼 때마다 감탄과 동시에 열등감이 들긴 했다. 같은 작품을 읽었는데도 어떻게 이런 느낌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는지, 나는 이만한 수준의 글을 절대 쓰지 못할 것 같다는… 일종의 무력감 및 자기혐오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학 평론가의 글은 책 뒷편에 수록되어있는 짤막한 글 말고는 읽어본 적이 없기에, 평론가가 쓴 문학론 에세이 <세 개의 바늘>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읽다보면 평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은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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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작가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세 개의 바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작가님이 갖고 있는 ‘문학’에 대한 생각들, ‘문학’을 즐기는 방법들을 읽어가며 나와는 어떤 부분이 같고 다른지를 비교해가는 재미가 있었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예를 들자면, ‘독서 과속방지턱’이 그랬다.

🗣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빠르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 그 부분에 나는 작은 표시를 남긴다. 걸음을 재촉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부분에 과속방지턱을 세우는 셈이다. 혼자서는 이를 독서 과속방지턱이라 부르기도 한다. (중략) 나는 과속을 멈추고 음미하고자 잠시 독서를 멈추고 방지턱을 세운다. (90p)

보통은 책에 무언가 표시를 남기는 것은 작중 상황이나 인물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대목 등 어떠한 ‘갈림길’ 앞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그 점을 밝히고 있고, 나 또한 그렇다. (물론 책에다 직접 표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두는 편이다.) 그러나 ‘책장을 빠르게 넘기게 하는 부분’에 표시를 남긴다는 것은 내게 아주 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독서 방법인데, 책 자체를 음미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에 납득이 가기도 하여 놀란 것이다. 이 지점에서 느꼈던 신선함은 곧 재미로 바뀌었고, 이는 ‘문학론 에세이’의 매력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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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분 외에도 좋았던 대목들은 많다. 소설을 쓸 생각이었으나 문학 평론 부문으로 등단하게 된 작가님의 사연이랄지, 김금희 작가님이나 김혼비, 박태하 작가님 등 많은 작가들과의 인연을 다룬 부분이랄지, 뜨개질과 자수를 좋아하고 그를 문학에 접목시켜 설명하는 대목 등등 <세 개의 바늘>을 통하여 색다른 문학의 향유를 깨칠 수 있었다. 물론 ‘시’와 관련된 부분들은 하나같이 내 머리에서 튕겨져 나갔다.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뭔가 붕-뜬 공상적인 느낌이 든다. 시적인 표현이 거의 대부분 무언가에 비유하는 것이 많아서 직접적인 표현 그 속에 숨어있는 참된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여러번 시도했지만, ‘시’는 그저 교과서에 수록되어 공부할 때나 좋았지 지금의 내겐 맞지 않는 것 같다. <세 개의 바늘>에서는 어떤 시 혹은 시인에 대한 작가님의 감상 및 평론이 적지 않게 들어있는데, 그 부분은 내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아쉬운 느낌으로 독서를 마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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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정용준 작가님의 글(가제 ‘소설만세’)이 ‘매일과 영원’ 시리즈로 출간된 예정인가보다. 정말 너무 기대되고, 출간 되자마자 바로 구입해서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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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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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 이치조 미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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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게시물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개인적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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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인스타그램을 하다보면 최근들어 이 책 광고를 많이 봤을 것이다. 이 책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의 후속작으로, 전작의 주연이었던 친구의 남자친구를 좋아했던 여학생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사실 이 작품의 전작은 분위기가 따뜻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의 재미도 있었으므로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그뿐이었다. 예전에 읽었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상위 호환 버전 같은 느낌 정도…? 무언가를 마음 깊이 느꼈다거나 감명 깊게 읽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감상을 적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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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전작의 주인공 커플을 바라보는 친구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내용의 이야기를 책을 읽기 전에 들은 뒤, 시중에 널리고 널린 아주 흔한 삼각관계로 서사를 억지로 이어나간 것 같다는 추측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전작이 너무 흥행하여 2편을 억지로 만든 느낌, 그래서 좋지 못한 인상을 가진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의 그 인상은 꽤 오래 이어졌다. 전작의 친구 역할이었던 이 작품 속 주인공 ‘와타야 이즈미’가 원래 주인공 ‘가미야 도루’를 이렇게나 깊이 사랑했었나…? (내 기억엔) 전작에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에, 역시나 억지로 만들어낸 이야기인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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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작품을 전작과 떼어놓고 생각하려는 노력을 했다. 계속 전작의 이야기가 내 머릿속을 간섭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작품만 놓고 보면 그다지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괜찮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이 작품은 죽은 ‘가미야 도루’를 잊지 못하는 ‘와타야 이즈미’와 더불어 그런 여주인공을 끝도 없이 좋아하는 ‘나루세 도루’도 주인공처럼 중요한 인물로 다뤄지는데, 이 ‘나루세’의 심리가 정말 공감이 가질 않았다.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인가. 책을 읽다 보면 거의 맹목적으로 ‘이즈미’를 바라보는 ‘나루세’의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고백을 거절당하고, 사귀다가 얼마 못가 헤어지고,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게 되면 보통은 그 상대를 잊으려고 들텐데 어째서 이런 서사까지 이어질 수 있을 정도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어쩌면 내가 아직 진정한 사랑 따위 해보지 못한 풋내기이기 때문에 그런 사랑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이즈미’의 심정이든 ‘나루세’의 심정이든 모두 공감하기 어려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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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오드리 인스타그램 공식계정(@studio.odr)에서 출간기념 구매인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정판 제작 굿즈부터 다양하고 푸짐한 경품이 준비되어있으니 책도 읽고 이벤트도 꼭 참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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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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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 최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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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완독하기까지 총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문장을 적는 나도 당황스럽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첫번째로 수록된 작품이자 표제작인 <쇼코의 미소>가 내게는 너무 당황스러운 작품이었다. 뭘 말하려는 건지, 다들 감동받았다고 하는데 어디서 감동을 느껴야 하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고, 그래서 난해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때문에 2020년에 구입하여 첫 작품을 읽은 뒤에 그대로 방치해두고 군입대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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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책을 살 경제적 여력이 마땅치 않은 탓에 알라딘 중고 서점을 애용하게 되었다. 안 읽는 책들을 중고로 내다 팔아버릴 생각에 책장을 뒤져보다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출간한지 몇년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높은 값을 쳐주는 탓에 곧바로 팔까 생각도 하였으나 한 작품만 읽고 팔기는 조금 아까울 것이라는 생각에 그래도 몇 작품 더 읽어 보았다. 세상에,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좋은 작품을 내다 팔려고 했다니… <쇼코의 미소>만 나와 맞지 않았을 뿐, 다른 작품들은 정말 너무 좋았다. 조해진 작가님의 <단순한 진심>을 읽을 때에도 문장이랄지 표현 등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마음을 표현한 문장 하나하나도 마음에 와닿음을 느꼈고,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우울하면서도 따듯함이 느껴지는 수작이었다. 수록된 모든 작품을 톺아보고 싶지만, 늘 그렇듯이 인스타그램에서 허용하는 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지와 영주>에 관한 이야기만 조금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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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우리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던 터라 우리 아버지의 애통함이 얼마나 배가 되었을지, 어떻게 마음을 감당하셨을지 감히 짐작도 가지 않는다. 장례식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바이트에 가야했던 나는, 아빠가 술을 드시면서 그동안 참아왔던 모든 눈물을 쏟아내듯 꺼이꺼이 우셨다는 말을 엄마와 동생을 통해 전해들었다. 취기를 빌려서 잠시나마 자신의 진심 어린 감정을 드러냈을 , 엄마랑 동생은 아빠의 그런 감정적인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안타깝고, 위로를 건네고 싶어도 어떤 말이 적절할지 모르겠어서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부모를 잃은 자식이 필연적으로 겪는 통한의 감정은, 영원히 모르고 싶지만 언제가는 닥쳐올 것임을 알기에 너무나 막연하면서도 가장 두려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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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다지 슬프지 않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는 우리와 같이 살게 되었다. 전까지는 할아버지께서 손자 손녀, 특히 나와 동생을 정말 이뻐해주셨고 우리도 그걸 알았기에 할아버지를 많이 따르고 좋아했다. 그러나 같이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었다.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말과 행동은 정도를 막론하고 계속해서 쌓여만 갔고, 결국엔 그것이 터져 할아버지의 언성은 높아지고 우리는 할아버지에게서 등을 돌리게 되었다. 중간에 있던 엄마 아빠도 계속해서 지쳐갔고, 결국 다시 할아버지와 따로 살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 조금은 진솔하게 그때의 마음을 꺼내어보면,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에 대한 슬픔보다는 그때 조금 참아볼걸 하는 후회의 마음이 컸던 같다. 그때 당시의 나는 집에 들어가는 싫을 정도로 너무 지치고 힘들었기 때문에, 슬퍼하는 마음이 적은 것에 대한 죄책감은 들더라도 그러한 슬픔이 구태여 생겨나지는 않았다. 사람 마음이란 뜻대로 다룰 없다는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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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을 치르며 조문객들을 맞이하던 우리 엄마의 친한 친구분을 뵈었다. 엄마 역시 시아버지와 같이 살게 된다는 적지않은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고 더군다나 할아버지와 손자손녀 사이의 갈등까지 중재해야했기 때문에, 감당해야했던 스트레스가 결코 작지 않으셨다. 그렇다고 우리 아빠한테 그런 스트레스를 풀어낼 수도 없기에 동네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떠는 방법으로나마 짜증과 스트레스 속에서 잠시 벗어날 있으셨다. 때문에 친구분은 우리가 할아버지와 같이 살게 이야기 서로가 힘들었던 양측의 마음을 대강 알고 계셨다. 그래서인지 친구분은 장례식장에서 만난 우리 엄마한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시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너희가 너무 슬퍼하지 않도록, 너희 마음 편할 있도록 정을 떼고 싶으셨나보다. 그래서 마지막엔 너희에게 모질게 대하셨나보다.” 

다른 어떠한 장황한 말보다도 우리 가족에게 위로가 되는 한마디였다. 우리 엄마나 동생과 나는 물론, 아빠도 말을 전해들으며 격하게 동의하셨고, 더불어 본인의 부모님께 마지막에 예를 다하지 못한 같은 후회와 죄책감을 조금은 덜어낼 있으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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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야기를, 조금은 부끄럽고 자책스러운 나의 속마음을 적은 이유는 <한지와 영주> 읽으면서 우리 할아버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지영주 아무에게도 열지 못한 마음을 서로에게 처음 열어보이며 사랑의 감정을 느꼈지만, 둘은 필연적으로 이별의 시간이 닥쳐올 것이었기에한지 어느 순간부터영주 외면하기 시작했고영주 그런한지 보며 많이 슬퍼하지만 덕분에 그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있게 된다. 누군가는 작품을 읽으면서한지 행동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있겠지만, 나는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조금은 것도 같았다. ‘한지역시영주와의 사랑이 깊어지는 경계했던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도 깊어진 상태에서 이별하게 된다면 이별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임을한지 두려워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별이라는 참으로 어려운 같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는 행복했던 기억마저 고통스럽게 느껴질 있다는 , 작품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시금 체감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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