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바늘 매일과 영원 4
소유정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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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바늘> - 소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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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하 ‘민팁’)을 오래전부터 봐왔던 ‘선생님’이라면 분명 ‘매일과 영원’ 에세이 시리즈를 알 것이다. 일기 형식의 문학론 에세이를 다룬 이 시리즈는 민팁의 ‘말줄임표 시즌2’에서 주된 컨텐츠로 다뤄젔기 때문이다. 나도 민팁을 애청하는 ‘선생님’이기 때문에 ‘매일과 영원’ 시리즈에 대한 궁금증을 항시 갖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시인들이 쓰신 것들이라 구입이 꺼려지고는 했다. 개인적으로 시와 정말 맞지 않기도 하고, 시를 소재로 한 에세이 ‘시와 산책’을 읽어보았지만 역시나 시적인 언어로 가득한 그 책을 시적 감수성이 영에 수렴하는 내가 읽기엔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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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세 개의 바늘>은 문학평론가가 쓴 책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구매 욕구가 폭발하였다. 사실 북스타그램을 하면서 친구에게 비평이나 평론을 배워보는 건 어떻겠냐는 말을 들으면서 나도 점차 관심이 생겨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보통 문학 작품의 뒷편에 수록되어있는 문학 평론가들의 글을 볼 때마다 감탄과 동시에 열등감이 들긴 했다. 같은 작품을 읽었는데도 어떻게 이런 느낌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는지, 나는 이만한 수준의 글을 절대 쓰지 못할 것 같다는… 일종의 무력감 및 자기혐오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학 평론가의 글은 책 뒷편에 수록되어있는 짤막한 글 말고는 읽어본 적이 없기에, 평론가가 쓴 문학론 에세이 <세 개의 바늘>이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읽다보면 평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조금은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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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작가님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세 개의 바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작가님이 갖고 있는 ‘문학’에 대한 생각들, ‘문학’을 즐기는 방법들을 읽어가며 나와는 어떤 부분이 같고 다른지를 비교해가는 재미가 있었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예를 들자면, ‘독서 과속방지턱’이 그랬다.

🗣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빠르게 책장을 넘기게 하는 그 부분에 나는 작은 표시를 남긴다. 걸음을 재촉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부분에 과속방지턱을 세우는 셈이다. 혼자서는 이를 독서 과속방지턱이라 부르기도 한다. (중략) 나는 과속을 멈추고 음미하고자 잠시 독서를 멈추고 방지턱을 세운다. (90p)

보통은 책에 무언가 표시를 남기는 것은 작중 상황이나 인물에 대한 윤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대목 등 어떠한 ‘갈림길’ 앞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그 점을 밝히고 있고, 나 또한 그렇다. (물론 책에다 직접 표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두는 편이다.) 그러나 ‘책장을 빠르게 넘기게 하는 부분’에 표시를 남긴다는 것은 내게 아주 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독서 방법인데, 책 자체를 음미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에 납득이 가기도 하여 놀란 것이다. 이 지점에서 느꼈던 신선함은 곧 재미로 바뀌었고, 이는 ‘문학론 에세이’의 매력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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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분 외에도 좋았던 대목들은 많다. 소설을 쓸 생각이었으나 문학 평론 부문으로 등단하게 된 작가님의 사연이랄지, 김금희 작가님이나 김혼비, 박태하 작가님 등 많은 작가들과의 인연을 다룬 부분이랄지, 뜨개질과 자수를 좋아하고 그를 문학에 접목시켜 설명하는 대목 등등 <세 개의 바늘>을 통하여 색다른 문학의 향유를 깨칠 수 있었다. 물론 ‘시’와 관련된 부분들은 하나같이 내 머리에서 튕겨져 나갔다.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뭔가 붕-뜬 공상적인 느낌이 든다. 시적인 표현이 거의 대부분 무언가에 비유하는 것이 많아서 직접적인 표현 그 속에 숨어있는 참된 의미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여러번 시도했지만, ‘시’는 그저 교과서에 수록되어 공부할 때나 좋았지 지금의 내겐 맞지 않는 것 같다. <세 개의 바늘>에서는 어떤 시 혹은 시인에 대한 작가님의 감상 및 평론이 적지 않게 들어있는데, 그 부분은 내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조금 아쉬운 느낌으로 독서를 마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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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정용준 작가님의 글(가제 ‘소설만세’)이 ‘매일과 영원’ 시리즈로 출간된 예정인가보다. 정말 너무 기대되고, 출간 되자마자 바로 구입해서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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