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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커빌가의 사냥개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8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박산호 옮김 / 민음사 / 2024년 11월
평점 :
<바스커빌가의 사냥개>는 셜록 홈즈 시리즈 중 단 네 편 밖에 없는 장편 중 하나이다. 셜록 홈즈… 다시 말해 추리소설이다. 이런 작품이 ‘세계문학전집’에 수록되다니?! 장르문학에 대한 사람들(특히 출판인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는 걸 새삼 느낀다. 셜록 홈즈 시리즈야 대중성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문학전집에 수록되었다는 건 그만큼 이 작품이 어느 정도의 ‘문학성’을 갖추었다고 보았으므로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을 두고 <바스커빌가의 사냥개>를 굳이 고른 것이 아니었을까 하여 너무 읽어보고 싶었다. 그러므로 출간되자마자 바로 구입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황야에 살고 있는 악마 같이 거대한 ‘개’가 나타나 후손을 벌한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바스커빌 가문’을 중심 소재로 하고 있다. 이 가문을 이끄는 ‘찰스 바스커빌’이 저택의 오솔길을 걷다가 황야로 향한 후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하는 것으로 사건은 시작된다. 이 죽음은 그냥 죽은 것이 아니라 그 ‘개’한테 목덜미를 물어 뜯긴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되어 그 충격의 여파는 여간 작지 않았다. 때문에 찰스의 조카 ‘헨리 바스커빌’이 셜록 홈즈를 찾아와 이 사건을 의뢰하게 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줄거리 자체만을 놓고 보면 분명히 재밌게 읽을 법한 작품인데… 어째서인지 나는 이 작품이 그리 잘 읽히지 않았다. 일단 줄거리를 조금 더 설명함으로써 나의 감상을 해명(?)해보겠다. 헨리의 의뢰를 홈즈가 수락하긴 하지만, 그 사건 장소로 파견된 것은 홈즈 자신이 아닌 그의 절친한 벗이자 조수 ‘왓슨’이었다… 다시 말해, 소설 중반부의 거의 모든 전개가 왓슨의 행적만으로 채워져있던 것이다. 이 작품, 아니 이 시리즈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그 누구도 아닌 ‘셜록 홈즈’가 아닌가? 근데 홈즈가 나오는 부분은 초반과 마지막 조금에 불과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단서를 수집하는 인물은 항상 왓슨이었다. 왓슨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홈즈의 활약을 보고 싶던 나로서는 도무지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근데 일단 이런 이유는 차치하더라도, 이 책은 일단 가독성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아직까지도 못 찾겠다. 번역이 안 좋았던 걸까? 아니면 작품 자체가 원래 그런 걸까? 일단 술술 잘 읽히는, 흡인력이 강한 문체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하다. 추리소설에서 가독성을 놓치면 거의 모든 걸 놓친 것이나 다름 없는데…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작품에 그리 좋은 평을 남기지 못하겠다. 물론, 홈즈가 등장하고 모든 사건의 전말이 차츰 밝혀지는 작품 후반부는 꽤 몰입하며 재밌게 읽었다. 그러나 그 후반에 잠깐 동안 제공되는 몰입의 감각으로는 앞선 초중반의 지루한 감상을 지울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