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인 ‘로아’가 가해자인 ‘상은’이 되어보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저 피해자로서 그동안 회피하고 떠올리려 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마주하기 위해서였을까? 글쎄, 단지 그 이유만으로는 이 서사의 당위성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만약 이 작품이 내게 끝까지 납득되지 않았다면, 나는 결단코 이 소설에 대해 좋은 평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책의 말미에 실려있는 김이설 작가의 발문을 읽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