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섹슈얼’이라는 혜재의 정체성은 그녀의 ‘핵심이자 빈틈이었고 빈번히 의심의 빌미’(106p)가 되었다. 전 연인들은 이에 대해 그녀에게 질투 섞인 농담으로 혹은 ‘이별을 목전에 두었을 때는 날 선 힐난’을 던지곤 했고, 이는 그녀에게 ‘메워지지 않는 균열’로 남곤 했다. 그러나 은석은 묻지 않았다. 그는 타고나길 다정한 사람이었고, 섣부르지 않은 태도가 몸에 벤 사람이었다. 하여 혜재는 은석을 만나는 동안 수윤의 그림자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고, 독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혜재의 모습을 보며 뭉클한 마음을 절로 품게 될 것이다.
<담담>외에도 <핀홀Pinhole>, <또,> 등 마음을 울리는 단편들이 있었다. 이 작품들에 대해서도 소개를 하고 싶지만, 인스타에서 쓸 수 있는 글의 분량에는 한계가 있고 단편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그냥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다소 구차한 변명을 대본다. 한국문학에서 좋은 울림을 주는 단편집을 찾아보기가 요즘 힘들었던 것 같은데, <모린>을 통해 안윤 작가님을 만나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았던 2025년 첫 소설 완독 후기였다.